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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부시는 운동의 결집점이 될 수 있다

민중운동 단체들 내에서 아펙 대응 기조에 관한 논쟁이 있다. 반전, ‘반세계화’, 반부시를 주요 대응 방향으로 삼자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그러나 어떤 것을 가장 부각할 것인가를 놓고는 논쟁이 있다. 반부시를 가장 부각할 첫번째 기조로 삼자는 주장과 그에 반대하는 주장 사이에 논쟁이 있다.

다함께 측은 반부시를 가장 중요한 기조로 삼자고 주장하고 있다. 전쟁광 부시를 싫어하는 많은 이들의 대중적 참여를 이끌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작년 8월 미국에서 공화당 전당대회에 맞춰 50만 명의 거대한 반부시 시위가 벌어진 것이나, 2003년 11월 평일에 부시의 런던 방문에 항의하는 시위에 30만 명이 운집한 것은 좋은 사례가 될 것이다. 2004년 6월 4일 금요일 이탈리아에서도 부시 방문에 반대해 50만 명이 모였다.

자유무역협정·WTO반대국민행동(KoPA)의 일부 중심적 활동가들은 반부시가 중심 기조로 부각되는 것을 사실상 반대한다. ‘반세계화’가 반부시로 축소될 위험이 있다는 게 주요 근거다.

그러나 반부시가 아펙 대응 기조의 주요 초점이 된다면 반신자유주의 운동이 대중화될 기회를 얻게 될 것이다. 조지 부시는 전쟁의 상징이기도 하지만 기업 세계화의 상징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부시 행정부 자신이 전쟁이 자본주의적 세계화의 군사적 표현임을 증명해 왔다. 부시 행정부가 전쟁각료 출신 폴 월포위츠를 세계은행의 총재로 임명해서 세계적인 지탄을 받고 있는 것은 최근의 사례일 뿐이다.

전 세계를 상품으로 만들려는 WTO 서비스협정의 일등공신, 미국 서비스산업연맹 안에 이라크 국영은행을 사들여 전쟁으로 떼돈 번 시티그룹과 전쟁 참여 기업 핼리버튼 등이 포함돼 있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한국에서 한미은행을 시티그룹에 팔아 7천억 원의 차익을 얻고도 세금 한 푼 안 낸 그룹도 바로 부시 일가가 주무르고 있는 칼라일 그룹 아닌가.

2002년 발표한 부시 정부의 ‘국가안보전략’이 부르짖듯이, 부시 행정부는 일련의 전쟁을 통해 “유일하게 지속가능한 국가 성공모델이 자유, 민주주의, 자유기업”임을 전 세계에 아로새기려 한다.

따라서 반신자유주의 활동가들이 진정으로 신자유주의 세계화 반대 운동을 대중화하려면 반부시 대중시위의 중요한 일부가 돼야 한다.

크루즈 미사일이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에 떨어지고 폭탄 비가 미군 점령에 반대하는 지역에 퍼부어지는 동안 다국적기업의 계약서에 서명 날인이 찍히고 특허가 등록되며 석유수송관이 설치되고 천연자원이 약탈되고 있다는 것을 설득력 있게 알릴 수 있다면 얼마나 멋진가.

그 동안 한국 좌파들은 반전과 반신자유주의의 결합을 주장해 왔다. 문제는 말을 실제로 실천하는 것이다.

또한, 아펙 정상회의 수장 부시에 반대하는 투쟁은 다른 쟁점들을 부각할 절호의 기회를 제공해 줄 것이다.

아펙은 최근 교토의정서를 비난하는 반환경의 창구가 되고 있다. 또, 아시아에서 생물해적질을 수호하는 지적재산권 강화를 7대 핵심 과제로 삼았다. 이는 모두 반부시 구호와 훌륭하게 결합될 수 있다. 부시야말로 교토의정서를 반대하는 반환경의 표상이다. “의회와 힘을 합쳐 지적재산권을 보호하고 위반자를 강력하게 처벌하겠다”는 부시야말로 다국적기업의 재산 수호자다.
반부시는 군국주의화에 맞서고 시장주의에 항의하며 반환경 정책 등을 비판해 온 모든 사람들을 단결시킬 수 있는 쟁점이다. 각각의 운동을 축소하기는커녕 더 확대하고 그 운동들을 연결시킬 효과적인 쟁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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