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촬영 범죄 항의 3차 집회:
여전히 들끓는 여성들의 분노를 확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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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7일 온라인 카페 ‘불편한 용기’가 주최한 ‘3차 불법촬영 편파수사 규탄 시위’가 서울 혜화역에서 열렸다. 수만 명이 모였는데, 참가자는 시위가 끝날 무렵까지 계속 늘었다.(주최측 발표 6만 명). 오늘까지 세 차례 시위 중 최대 규모다.
집회 시작 1시간 전부터 시위의 상징 색깔인 빨간색 옷과 모자 등을 착용한 젊은 여성들이 지하철역 곳곳에 넘쳐났다. 삼삼오오 친구들과 함께 참가한 여성이 많아 보였다. 2차 시위처럼 서울에서뿐 아니라 부산·대구·대전·호남권 등지에서도 버스를 대절해 참가한 사람도 많았다.
시위를 시작한지 단 1시간 만에 2만 명이 모였다. 이화사거리부터 혜화역 1번 출구까지 빈틈 없이 여성 시위자들이 들어찬 모습이 가히 장관이었다. 참가자들은 인원수가 발표될 때마다 흥분과 감동을 감추지 못했다.
시위를 시작하면서 사회자는 1~2차 시위 이후 문재인 정부가 내놓은 대책들이 미비해서 3차 시위를 벌이게 됐다고 밝혔다.
대규모 시위에 압력을 받은 문재인 정부는 6월에 불법촬영 카메라 탐지기 재원 확보, 공중화장실 점검, 단속 강화 등의 대책을 발표했지만, 시위 주최측인 ‘불편한 용기’는 이 조처들이 실효적이지 않다고 비판했다.
연단에서 사회자는 “유효성 있는 대책을 실행할 때까지 5만 명, 10만 명 모일 때까지 계속할 것이다” 하고 선언했다.
이번 집회에서도 많은 여성들이 불법촬영 등 성범죄와 수사기관의 성차별적 태도에 느끼는 분노가 여전히 부글부글 끓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참가자들은 불법촬영 범죄를 신고해도 기소율이 낮다는 현실에 분노하며 “뜯어보니 기소율 31퍼센트, 증거 없어 못 잡는다 핑계 마라”고 외쳤다.
참가자들은 뜨거운 뙤약볕 아래에서도 팻말을 머리 위로 높이 들고 지친 기색도 없이 힘차게 구호를 외쳤다.
“불편한 용기가 세상을 바꾼다”, “우리는 편파 수사를 규탄한다”, “성차별적 수사 중단하라” 등 구호가 대학로 일대를 쩌렁쩌렁하게 울렸다.
오늘 시위에도 많은 여성들이 항의의 표현으로 삭발에 나섰다. 삭발을 자원한 한 여성은 “여성을 남성의 성적 대상으로 여기는 의식에 항의합니다” 하고 말했다. 또 다른 여성도 사회에서 이등 시민 취급받는 여성들의 정당한 분노를 드러냈다. “나는 계집애 따위가 아닙니다. 나는 너희와 같은 일등 시민입니다.”
2차 시위 때와 마찬가지로 경찰과 검찰 내 여성 비중을 높이라는 주장이 많이 나왔다. “여성 경찰 [비율을] 구대일(9:1)로 만들어라”, “고위 관직 여성 검사 임명하라” 등 구호가 많이 외쳐졌다.
참가자들은 불법촬영 범죄가 완전히 없어질 때까지 함께할 것을 다짐하고 서로 뜨겁게 고무하며 환호 속에 집회를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