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유플러스 비정규직 노동자 경고 파업:
“진짜 사장 LG유플러스가 직접고용 정규직화하라”
〈노동자 연대〉 구독
희망연대노조 LG유플러스비정규직지부가 높은 지지로 파업을 가결시키고 8월 8일 총파업 출정식을 열었다. 이날 노동자들은 하루 경고 파업을 하고 전국에서 700여 명이 모였다. 일부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조합원 대부분이 참가한 것이다.
올해 파업에는 신규 조합원들의 참가도 눈에 띠게 늘었다. 노동자들에 따르면, LG유플러스비정규직지부는 몇 해 전에 사측의 공세 속에서 조합원 수가 줄었다가 박근혜 퇴진 촛불 이후 조직이 확대돼 왔다고 한다.
집회 장소인 LG유플러스 본사 앞 아스팔트는 폭염 때문에 지글거렸다. 대열 중간 중간 열을 식히기 위해 머리 위에 얼음 주머니를 얹은 조합원들도 보였다. 이런 더위 속에서도 노동자들은 힘차게 집회에 집중하며 활력과 투지를 보여 줬다.
제유곤 지부장은 하청업체들의 횡포를 통렬하게 폭로하며 투쟁을 결의했다.
“지난 4년 동안 하청업체 사장들은 어땠습니까? 어용노조를 만들고, 4대보험 중 사측 부담금까지 우리 월급에서 떼고, 퇴직금까지 우리 월급에서 떼서 적립하고, 그마저도 안 되면 업체가 바뀔 때 임금을 들고 날랐습니다. 도대체 누구를 위한 하청 구조입니까?
“직접고용 정규직화, 우리 투쟁으로 쟁취합시다!”
노동자들은 2014년 노조 설립 초기부터 원청사 LG유플러스의 책임을 제기하며 직접고용을 요구해 왔다. 그러나 사측은 노동자들의 절실한 요구를 외면했다. 지난 5월 LG유플러스는 네트워크 유지보수·관리를 담당하는 수탁사 노동자들을 직접고용 하기로 약속했지만, 홈서비스센터 노동자들에 대해서는 외주화 정책을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자회사 수준의 복지’ 등을 거론했지만 간접고용은 지속하겠다는 것이다.
더구나 올해 임금협상에서 하청업체들은 기본급을 1만 원으로 인상하라는 노조의 요구에 대해 성과급을 기본급에 산입해서 1만 원을 주겠다는 제시안을 내놨다. 문재인 정부가 최저임금에 상여금을 포함시키는 개악을 한 것과 유사한 방식이다. 더구나 사측은 내근직(사무실에서 근무하는 노동자들) 노동자들에게는 그마저도 적용할 수 없다고 몽니를 부리고 있다.
노동자들은 지난 6월 95퍼센트의 높은 지지로 ‘직접고용 투쟁 전면화’를 결정했다. 최근에는 쟁의행위 찬반투표에서 91퍼센트의 지지로 파업을 가결했다.
분노
이날 집회 현장 발언은 노동자들의 분노가 얼마나 큰 지를 절감케 했다.
“업체가 바뀌면서 근속연수가 반으로 줄고 퇴직금이 없어지고 연차가 날아갔습니다. 국민연금 부담금도 우리 노동자들에게 떠넘겼습니다. LG유플러스는 이를 조장하고 싼 맛에 협력업체를 사용하고 있습니다.”(김성용 부천지회장)
“사회 초년생 시절 LG에 들어와 충성을 다했습니다. 그러나 돌아오는 건 임금체불, 퇴직금 체불, 고용불안 밖에 없었습니다. 센터가 바뀔 때마다 ‘말 안 들으면 고용승계 안 한다’는 협박이 돌아왔습니다. 우리가 직고용을 쟁취해 이런 악순환을 없애야 합니다.” (박광민 여수지회 지회장)
“투쟁 대오가 작년의 두 배가 됐습니다. 사측의 횡포가 우리에게 분노를 주고, 우리를 눈 뜨게 하기 때문입니다. LG유플러스에서, LG유플러스 옷을 입고, LG유플러스 고객을 만나는 우리를 LG유플러스가 직접고용 해야 합니다!” (이진출 전주지회 사무차장)
협력업체들이 제시한 임금 협상안에 대해서도 불만이 터져 나왔다. 주로 여성 노동자들이 근무하는 홈서비스센터 내근직 노동자들은 사측의 이간질·차별 시도에 분통을 터뜨렸다.
“하는 일에 따라서 기본급도 달라야 한다고요? 내근직은 기본도 못 하고 살라는 겁니까? 저희도 하루에 밥을 두 끼만 먹지 않습니다. 주유소 기름값을 깎아 주지도, 아이들 학원비를 깎아 주지도 않습니다. 저희도 인간답게 살려면, 기본은 하고 살려면 시급 1만 원 수준의 기본급이 필요합니다!”(이수연 영동지회 정책차장)
집회에는 동종 업계의 수리 서비스 노동자들도 참가했다. 희망연대노조 산하 LG유플러스수탁사지부, 딜라이브지부, 티브로드지부, SK브로드밴드지부가 함께 싸우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특히 같은 LG유플러스에 있는 수탁사 노동자들이 직접고용을 따낸 것이 홈서비스센터에 근무하는 LG유플러스비정규직지부 노동자들에게도 희망과 용기를 불러일으켰을 것이다.
LG유플러스비정규직지부는 이날 파업 출정식을 시작으로 지회별 집회, 홍보전 등을 진행하며 투쟁을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다. LG유플러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직접고용, 생활임금 쟁취 투쟁에 지지와 연대를 보내자.
생애 첫 파업에 나선 노동자의 집회 발언
“우리를 싸구려 노동 취급하는 게 억울하고 분합니다”
노조에 가입하기 전 관리자들은 항상 같은 말을 했습니다. ‘우리는 가족이다.’ 정말 그런 줄 알았습니다. 회사를 위해 주말도 포기한 채 일했고 한 달에 한 번도 못 쉬고 일한 것도 태반입니다.
그런데 얼마 전 저희는 충격을 받았습니다. 우리가 가족이라던 사장님은 모든 직원 급여를 자기 마음대로 차감하고 있었습니다. 심한 경우는 차감 금액이 190만 원이 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그동안 속아 온 게 너무 분하고 억울해서 눈물이 날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제 남편과 동료들이 노동조합에 가입했다고 했을 때, 저도 같이 하겠다고 나섰습니다.
저는 스케쥴러 일을 3년 정도 했습니다. 스케쥴러들은 전국 어디에서나 최저임금 수준을 받습니다. 이번 협상에서도 사측이 내근직 임금 인상을 격렬히 반대했다고 들었습니다.
억울하고 화도 납니다. 저 사람들(사측)은 저희가 낮은 임금을 받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나 봅니다. 우리 노동은 싸구려 노동으로 취급하나 봅니다.
기본급이란 말 그대로 기본이 되는 돈입니다. 인간이 살아가고, 아이를 키우고, 내일도 건강한 몸과 정신으로 일터에 나와 일하기 위한 기본적인 돈이 기본급 아닙니까? 맞죠? 그런데 하는 일에 따라서 기본급조차도 달라야 한다는 말은 내근직은 기본도 못하고 살라는 거 아닙니까?
새벽밥을 먹고 서울에 오는 버스를 탔습니다. 생전 처음 해 보는 파업입니다. 조금 두렵고 낯설었습니다. 하지만 아까 교육을 받고 동지들과 이 자리에 서니, 그런 마음이 달아났습니다.
저희 영동지회가 막내 지회라고 합니다. 그럼 저도 막내 조합원이겠죠? 막내니까 빠지지 않고 도망치지 않고 더 열심히 하겠습니다. 그래서 우리 삶을 바꾸는 일에 누구보다 앞장서는 막내가 되겠습니다. 전 조합원 총단결로 반드시 승리하자!
(이수연 LG유플러스비정규직지부 영동지회 정책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