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편지
교사를 통제ㆍ공격하려는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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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일 교육부가 교원 평가 제도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1년에 한 번 교장·교감·동료 교사·학생·학부모가 참가하는 공개수업에서 체크리스트형 설문지를 작성하게 한다는 내용이다.
현재 교사들은 교장·교감에 의해 매년 비공개로 진행되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성적에 의해 교사들의 승진, 전보, 포상이 결정된다.
그러나 이 평가는 승진하려는 소수의 교사들에게만 통제력을 미칠 뿐 전교조 중심의 다수 교사들에게는 무시되기 시작했다.
따라서 정부는 학생과 학부모를 내세운 새로운 평가 제도를 통해 교사들에 대한 통제력을 강화하려는 것이다.
비슷한 제도를 실시하고 있는 일본에서는 기미가요(일본 국가) 제창이나 히노마루(일본 국기)에 대한 경례를 거부하는 교사들이 부적격 교사로 지목됐다. 우리 나라에서도 ‘학사모’(보수적 학부모단체)가 전교조 교사들을 부적격 교사로 발표한 바 있다.
정부는 새 제도를 수업 개선에만 활용한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이런 평가에서는 학생의 성적이 곧 교사의 성적이 되기 마련이다.
영국에서는 시험문제를 학생들에게 미리 가르쳐주거나, 평가 당일 성적이 낮은 학생의 결석을 유도하는 사례가 빈번하다고 한다.
결국 새 제도는 성적 낮은 학생들이 외면당하는 현실을 더 악화시킬 뿐이다.
정부는 새 교원 평가 제도를 통해 과도한 사교육비 문제와 부실한 공교육을 개선할 수 있는 것처럼 선전한다. 그러나 교사들은 교육과정 편성권이나 학생들에 대한 독립적인 평가권이 없이 입시교육만 하도록 강요받고 있다.
사교육비와 공교육 부실 문제를 교원 평가를 통해 개선하겠다는 것은 정부의 정책 실패를 교사들에게 떠넘기는 것이다.
그래서 4월 27일 집회에서 한 교사는 “친일파가 독립운동가를 심판하고, 독재정권이 민주투사를 심판하고, 부실경영 주범인 사장이 열심히 일한 노동자를 정리해고하는 것과 무엇이 다르냐”고 말했다.
지금 학교에도 비정규직 교원이 늘어나고 있으며, 신규 교원들은 대부분 복수 전공을 해야만 임용 시험에 통과할 수 있다. 법정 교원 확보율도 계속 떨어져 교사들의 노동강도가 강화되고 있다.
새 교원 평가 제도는 본격적인 교원 구조조정 시도다. 학벌체제 타파와 학교 민주화를 주장하는 전교조의 힘을 약화시키는 데 이용될 것이며, 후퇴하는 노동조건을 감수하도록 강요하는 수단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