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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고용 정규직화를 위한 발전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저항

노동자들의 방진복은 석탄 가루와 먼지 등으로 새까맣게 얼룩져 있었다 ⓒ신정환

화력발전소(공기업인 발전5사)에는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 7700여 명이 일하고 있다. 발전소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현재 고작 2퍼센트만 정규직으로 전환됐다.

특히, 발전소 운영의 핵심이자 상시·지속 업무인 연료환경설비운전과 경상정비를 담당하는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 5300여 명은 정규직 전환 논의에서 거의 진척이 없다. 사측이 이들을 정규직 전환에서 제외하려 하기 때문이다.

올해 초부터 공공운수노조 소속 발전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발전소 모든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정규직화하라’고 요구하며 투쟁해 왔다. 발전노조의 정규직 노동자들도 이 투쟁에 연대했다. 노동자들은 수차례 서울 상경 집회를 열고 농성도 벌였다.

차별의 설움

필자는 8월 13일에 태안화력발전소 앞에서 열린 공공운수노조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쟁점 사업장1차 순회투쟁’ 집회에 참가했다. 그때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 소속 국회의원들의 발전소 현장 방문에 동행해 현장을 취재했다.

필자가 노동자들과 함께 직접 둘러본 발전소 내부 환경은 매우 위험하고 열악했다. 엄청난 열기로 방진복, 마스크, 안전모가 금세 땀으로 흠뻑 젖었다. 작업 중이던 노동자들의 방진복은 석탄 가루와 먼지 등으로 새까맣게 얼룩져 있었다. 기계 돌아가는 소음으로 옆 사람과 대화할 때도 큰소리로 해야 했다. 노동자들이 작업하는 곳은 지상에서 수십 미터나 위에 있어서 주의를 기울여 발걸음을 떼야 했는데, 이동 통로가 매우 좁았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이제껏 겪은 차별, 산업재해, 발전사들의 정규직 전환 회피 꼼수 등을 고발했다 ⓒ신정환

증언대회에서 송상표 공공운수노조 금화PSC지부 지부장은 그동안 겪은 차별을 발표하며 설움에 복받쳐 눈물을 쏟았다.

“원청인 발전사는 안전작업허가서도 없이 작업을 지시하고 빨리 끝내라고 재촉합니다. 하청업체들은 다음 계약에서 제외될까 봐 자기 업체 소속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안전사고가 일어나도 은폐하기 바쁩니다. 비정규직은 정규직보다 밥값은 더 내고, 점심시간은 정규직보다 15분이 짧습니다. 교대 노동자들은 식사가 제공되지 않아 라면과 즉석밥으로 끼니를 해결합니다.”

산재 문제도 심각했다.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발전5사에서 산업재해를 당한 노동자는 337명인데, 그중 하청 비정규직 노동자가 327명으로 대부분이다. 그러나 하청업체들이 사고를 숨기는 일이 비일비재하므로, 실제 산재 사고는 훨씬 더 많을 것이다.

안기창 공공운수노조 서부발전운영관리지부 지부장은 정규직 전환 논의기구인 노·사·전문가협의체(이하 노사전협의체)의 실태와 문제점을 고발했다. 서부발전 노사전협의체에는 어처구니없게도 근로자 대표로 하청업체 소장이 참석한다. 서부발전 사측은 정규직화를 자회사 고용 방식으로 하기로 미리 정해 놓고는, 노동자들에게는 직고용되면 불이익이 크다고 거짓말하며 자회사 고용 방식을 받아들이라고 종용한다.

외주화 확대와 경쟁 강화

이태성 발전비정규직연대회의 간사는 정규직 전환 논의가 전혀 진전이 없는 가장 큰 원인으로 발전소 외주화를 지목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는 발전소 운전·정비 부문을 본격적으로 민간 시장에 개방하기 위해 2013년부터 신규 설비를 중심으로 ‘정비 산업 경쟁 도입’ 정책을 추진했다. 문재인 정부도 이 정책을 폐기하지 않고 있다.

이날 공공운수노조,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 발전5사 사장단, 정부 부처 공동 면담 자리에 참석한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자원실장은 발전 정비 시장이 “앞으로 가장 크게 성장할 블루칩 영역”이라며 “외국 기업과 경쟁하려면 발전사에 흡수하는 것보다 [민간 개방을 통해]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고 했다.

사고를 노동자 개인의 책임으로 떠넘기는 사측 ⓒ신정환

이처럼 외주화를 통해 경쟁을 도입하려는 상황에서 비정규직 직접고용과 정규직 전환이 빈 껍데기가 되고 있는 것이다.

노동자들은 사측의 이중잣대에도 분노하고 있다. 사측이 발전소의 운전·정비 업무가 필수공익유지업무라며 파업권은 극도로 제약해 놓고서는 생명·안전 업무가 아니므로 정규직 전환 대상은 아니라고 주장하기 때문이다.

정부와 사측은 이렇게 버티고 시간을 끌면 자신들에게 유리하다고 본다. 일부 용역 노동자들은 올해 말까지 정규직 전환이 결정되지 않으면 계약 기간이 만료돼 고용마저 불안정한 상황에 내몰릴 수 있다.

발전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하반기에 다시 힘을 모아 국정감사 시기에 자신들의 요구를 쟁점화하고 정부와 사측을 압박하려 한다. 발전비정규연대회의는 9월 2일 청와대 앞에서 제대로 된 직접고용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는 집회를 열고 농성에 들어간다. 공공운수노조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사업장 순회 집중 집회를 열며 9월 28일 공동 투쟁을 조직한다는 계획이다.

문재인 정부의 우경화가 뚜렷한 상황에서 제대로 된 정규직화를 쟁취하려면 투쟁 조직에 힘을 쏟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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