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조합원들이 통제하는 노동조합 민주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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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간부 비리, 대안은 무엇인가?
현장 조합원들이 통제하는 노동조합 민주주의
노조 지도부의 부정부패와 타락은 노동자 조직이 자본주의 논리에 흡수돼 있는 정도를 보여 준다.
노조 지도부가 노동자 투쟁을 조직해 사용자에 맞서 싸우는 일을 하지 않고 사용자와 타협하려 한다면 그들은 점점 사용자처럼 되고 싶은 마음이 들고 심지어 노동자들의 돈을 횡령하면서 사용자처럼 굴 수 있다.
〈한겨레〉에서 한 노동자가 지적했듯이, 노조 간부들은 “노무팀과 독대해 술이라도 한잔 하면 ‘아, 내가 이렇게 대접받고 있구나’ 하고 우쭐”해지고, “그러다가 결국 회사가 던져 주는 ‘채용 청탁’의 ‘미끼’까지 덥석 [물게 된다].”
이런 일이 생기면 사용자들과 정부는 이를 이용해 노동운동을 탄압한다. 노무현 정부는 노조 간부의 비리를 잇달아 폭로하면서 노동운동의 정당성을 실추시켜 왔다.
노무현 정부는 노조는 본질상 타락할 수밖에 없다는 식의 환멸감을 노동자들에게 심어줌으로써 노조를 무력화시키려 할 뿐 아니라, 노조 간부 비리 사건을 이용해 노동자 투쟁을 물리적으로 분쇄하기도 한다.
이번 현대차 노조 간부들의 채용 비리 사건은 민주노총 울산본부가 울산건설플랜트 연대 파업을 결의한 다음 날 폭로됐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이간시키기 위한 계산된 폭로였다.
노조 간부들의 비리와 부패에 대해 두둔할 점이라곤 조금도 없다. 이것은 노동자들의 곤궁한 처지를 이용한 야비한 짓이고, 노동자들을 분열시켜 노동운동 전체에 해를 끼치는 짓이다.
그와 동시에, 노조 간부들을 회유해 비리와 부패를 조장한 바로 그 자들이 노조 간부 비리를 이용해 노동자 투쟁을 공격하고 간섭하려 드는 것을 그대로 두고봐서는 안 된다.
노조 간부들의 비리와 부패는 회사측이 노동자 투쟁을 무력화시키기 위해 노조 간부들을 회유하려는 것과 관계 있다. “한 대기업의 경우, 새로 당선된 노조위원장에게 현금이 가득 든 ‘007 가방’을 건네려 한 일도 있었다.”
이번 현대차 노조 간부들의 채용 비리 사건도 이런 과정에서 벌어진 일이다. 〈오마이뉴스〉가 취재한 한 현대차 노조 전직 간부가 지적하듯이, “회사쪽 도움 없이 노조 단독으로 채용 비리가 이뤄졌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이야기”다.
현장 노동자들은 노조 간부 비리를 빌미로 한 정부와 사용자들의 노동자 탄압에 맞서 싸워야 한다.
동시에, 노조 간부들의 비리와 부패를 없애기 위해 노조 간부들에 대한 현장 조합원들의 통제를 확립하는 노동조합 민주주의를 현실화해야 한다.
노동계 일부에서는 “대기업 노조 권력을 재분배”함으로써, 즉 산별노조로 전환함으로써 노조 지도자들의 비리와 부패를 막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한국노총의 사례가 반증하는 데도 말이다.
산별노조가 성립돼도 현장노동자들에 의한 민주주의가 구현되지 못하고 노동조합 관료주의가 우세하다면 비리를 더 집중시키는 구조적 변화만을 가져올 것이다. 이수호 민주노총 위원장이 솔직히 고백했듯이, “노조가 권력화, 관료화하면서 비리에 연루된 측면이 있다.”
노조 간부들의 비리와 부패를 없애는 진정한 해결책은 현장 노동자들이 노조 간부들을 통제하는 노동조합 민주주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