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정규직화하라:
한국잡월드 노동자들이 자회사 설립에 맞서 첫 파업에 나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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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18일 한국잡월드 간접고용 노동자들이 자회사 추진에 맞서 첫 파업에 나섰다. 노동자들은 지난 7년 동안 고용 불안과 열악한 조건에 시달리다가 지난 4월 노조를 결성했다. 이후 사측이 자회사 설립을 강행하자 사상 첫 파업에 나선 것이다.
파업에 거의 모든 조합원들이 동참했다. 노동자들은 파업 집회에 예상보다 많은 수가 함께한 것을 확인하고 서로 고무됐다.
파업은 성공적이었다. 사측이 정규직 노동자들을 대체 인력으로 투입했지만 일부 체험실은 가동이 중단됐다.
이날 공공운수노조가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쟁점 사업장 4차 순회 투쟁 집회’를 한국잡월드 앞에서 개최했다. 이 집회에는 제대로 된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며 투쟁하고 있는 마사회, 가스공사, 의료연대 등의 노동자들도 많이 참가했다. 한국잡월드 노동자들은 같은 문제로 투쟁하고 있는 다른 공공기관 소속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연대한 것에 힘을 얻었다.
문재인 정부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대책이 성공한 것처럼 말한다. 그러나 한국잡월드 노동자들의 투쟁은 자회사 방안을 정규직 대책이라고 내세우는 정부 정책이 허울뿐이라는 진실을 드러냈다.
고용노동부 산하 기관인 한국잡월드는 노동자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완강하게 자회사 방안을 밀어붙이고 있다. 자회사는 노동자들의 주장대로 “꼼수”이고 “가짜 정규직화”다. 그동안 공공기관들은 비용 절감과 손 쉬운 구조조정(인력 감축, 아웃소싱 등) 수단으로 자회사를 활용해 왔다. 공공기관 모회사와 자회사 간 임금·복지 격차도 심각하다. 철도공사 자회사 노동자들의 급여는 철도공사의 50~60퍼센트 수준이다. 이런 자회사로의 전환이 ‘정규직’이라는 정부와 한국잡월드 사측의 주장은 말도 안 된다.
자회사 추진 중단하고 정규직으로 직고용하라
한국잡월드는 고용노동부 산하 기관이고,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 직업 체험을 안내하고 강의하는 곳이다. 그런데 이런 곳에서 정규직은 기껏해야 50명이고 간접고용 노동자들이 무려 335명이다.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임금은 정규직의 절반도 안 된다. 매년 고용 불안에 시달리고 사측의 온갖 횡포를 견뎌야 한다.
간접고용 노동자들 중 275명이 직업체험강사 노동자들이다. 현재 조합원은 160명인데 이 숫자는 늘고 있다. 강사 노동자들이 수개월 간 투쟁한 덕분에 자회사의 문제점이 알려졌고, 이에 일부 경비·청소 노동자들이 최근 노조에 가입한 것이다.
한국잡월드 사측은 자회사로 전환하면 고용이 보장될 수 있고 임금도 올라갈 수 있다며 “좋은 자회사”를 만들 것이라며 노동자들을 설득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옹달샘’이라는 자회사 이름만 나왔을 뿐 임금이나 복지 등 구체적인 노동조건은 알려지지 않았다. 그런데도 시설·경비·청소 노동자들에게는 10월 14일까지, 강사 노동자들에게는 11월 3일까지 자회사 채용 접수를 하지 않으면 해고될 수 있다는 식으로 협박하고 있다.
사측은 비조합원들을 자회사 채용 접수에 응하게 만들어 자회사 전환을 굳히려고 한다. 박영희 공공운수노조 한국잡월드 분회장은 이런 상황을 우려해 “투쟁이 승리로 갈지 여부가 불확실한” 상황이지만 “단결된 투쟁으로 뚫고 나가자”고 호소했다.
조합원들이 굳건히 투쟁을 이어나가면 사측의 꾀죄죄한 자회사 방안에 실망한 더 많은 노동자들이 투쟁 대열에 동참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잡월드 노동자들은 9월 28일 공공부문 비정규직 총력 투쟁에 맞춰 다시 파업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