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 투쟁 소식 보고:
백광소재 노동자들이 삭감된 임금 회복을 요구하며 파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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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을 며칠 앞둔 9월 20일 충북 단양의 석회제품 생산업체 백광소재 노동자들이 파업에 들어갔다. 지난 4월에 민주노조를 건설하고 다섯 달 만에 집단 투쟁에 나선 것이다.
백광소재 노동자들은 97.6퍼센트의 압도적인 찬성으로 파업을 결의했다. 열악한 노동조건 개선과 삭감된 임금의 회복을 요구하고 있다.
백광소재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은 매우 열악하다. 조합원들에게 말을 건네면 봇물 터지듯 불만과 억울했던 경험을 쏟아낸다.
“손가락이 잘려 뼈가 보이는데도 일해야 했고, 일을 끝내고서야 병원에 갈 수 있었어요.”
“높은 곳에서 떨어져 허리를 다친 동료가 있는데, 산재 처리도 못 받을 것 같아요.”
“관리자에게 다쳤다고 얘기하면 되레 조심하지 않았다며 타박합니다.”
철옹성처럼 산으로 둘러싸인 공장은 위험한 생산 시설이 즐비하다. 산재 사고가 연일 터진다. 손가락이 잘리고, 지게차에 치이고, 화상을 입고, 광산 채굴 사고를 당한 노동자들이 부지기수다.
노동자들은 공장을 ‘지뢰밭’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회사는 사고를 은폐하기 급급할 뿐이었다.
공장은 소음과 진동, 분진(미세먼지)이 가득하지만, 적절한 안전 장비도 충분하게 지급받지 못했다.
“공장 방문객에게는 미세먼지도 걸러 내는 좋은 마스크를 씌어 줍니다. 하지만, 일하는 우리에게 지급된 것은 숨쉬면 입에 쩍쩍 달라 붙는 마스크뿐이었어요. 게다가 한 달에 4개밖에 지급하지 않았어요. 일주일에 4개는 있어야 하는데 말이죠”
소음 방지 귀마개도 부족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민주노조가 건설되고서야 마스크, 귀마개 지급량이 늘었다. 하지만, 노동자들은 더 안전하게 일하길 원한다.
최저임금 인상 무력화
무엇보다 파업에 나선 노동자들은 삭감된 임금을 되찾길 바라고 있다.
회사는 최저임금 인상을 무력화하기 위해 상여금 700퍼센트를 기본급과 시간외 수당에 산입시켰다. 이것 자체로도 노동자들에게는 손해였다. 최저임금 인상 효과를 전혀 볼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그런데 회사는 파렴치하게 생산직 노동자들의 상여금 가운데 210퍼센트를 떼먹고 490퍼센트만 산입시켰다. 생산직 노동자들은 최저임금 인상 효과는 고사하고 임금의 상당액이 삭감됐다.
반면 사무관리직은 상여금 전부를 기본급화했다. 노동자들 사이에 차별을 둔 것이다.
노동자들은 임금 삭감과 차별적 임금 적용에 분노하고 있다.
전국에서 많은 사업장이 최저임금 인상 무력화 시도에 직면해 있고, 진행된 곳도 많다. 애초 그 시도가 시작될 때 저항하는 것이 중요하다. 백광소재 노동자들도 그때 싸우지 못한 것을 아쉬워하고 있다. 그러나, 이미 시도됐더라도 노동자들이 집단적인 투쟁을 통해서 원상회복 또는 일부라도 회복할 수 있다. 백광소재 노동자들이 그 투쟁을 벌이고 있다.
첫 파업에 나선 노동자들은 수십 년간 받아온 천대와 멸시를 더는 참지 않겠다고 말하고 있다.
“이게 회사냐! 우리가 인내하고 기다리는 시간이 얼마나 더 필요한가? 더 기다리고 최선을 다해 업무에 충실하면 우리의 요구를 들어줄까? 천만의 말씀이다. 사측은 지금까지 좋아질 거다, 기다려 보자 등등 감언이설로 우리를 농락했다. 행동으로 보여줄 거다.”
“천지개벽이 나도 사측의 사악한 정신과 태도는 변함이 없을 것이다. 총단결로 총파업의 힘을 보여 줍시다.”
“이번에 무너지면 평생 노예로 사는 거다. 죽기 살기로 버티고 버텨서 반드시 승리를 가져오자.”
파업에 적극 참가한 여성 노동자들
낮은 임금과 훨씬 더 열악한 노동조건 하에 있는 여성 노동자들도 파업에 적극 참가하고 있다.
여성 노동자들은 시급제 적용으로 근속 연수가 오래돼도 임금이 오르지 않는 상황이 바뀌고 여성 노동자들에게만 차별적으로 지원되지 않는 학자금도 똑같이 받기를 바란다.
또, 성희롱, 성추행으로부터 안전한 직장이 되기를 원한다. 얼마 전 성추행으로 권고 사직된 가해 직원이 회사에 복귀하는 일이 벌어졌다. 노동조합은 피해 여성과 함께 회사에 항의했고 같은 공장에서 일하지 못하도록 했다.
반면 회사는 경영이 어렵다며 노동자들에게 양보를 강요하고, 파업에 ’사악하게’ 대응하고 있다.
가정 통신문을 보내 노조를 비방하고, 불법 행위 시 처벌 운운하며 협박했다. 사원 아파트에 용역을 배치해 조합원 가족들까지 위협하고 있다. 공장 출입 통제가 강화되고, 곳곳에 CCTV가 추가로 설치됐다.
한 노동자는 “일하는 사람 안전을 위해서 CCTV 설치를 수차례 요구했을 때는 꿈쩍도 안 하다가 파업 들어가니까 감시하려고 수천만 원 들여 최신식으로 즉각 설치했어요” 하고 분통을 터뜨렸다.
회사는 경영 사정이 어렵다고 하지만, 백광소재가 속해 있는 송원그룹 김해련 회장은 최근 한 언론과 사뭇 다른 인터뷰를 했다. “2020년 1조 원 매출 목표를 달성하겠다.”(〈한국일보〉 9월 2일자)
백광소재는 토양 개량제 중국 수출도 꾸준히 늘었다.
설사 경영이 어렵다고 해도 노동자들이 양보할 이유는 전혀 없다. 사실 백광소재 노동자들은 더는 양보할 것도 없다.
파업은 추석 연휴 내내 지속됐다. 백광소재는 1년 365일 24시간 공장이 돌아간다. 명절도 예외는 아니다. 되레 ‘명절 특수’를 누리곤 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럴 수 없었다.
추석 연휴가 끝났지만 파업은 조합원들의 높은 열의 속에 이어지고 있다.
백광소재 노동자들의 파업은 열악한 노동조건과 삭감된 임금 회복을 위한 너무나 정당한 투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