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대안의 필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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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정부는 정치적·경제적 위기에 직면해 있다.
1/4분기의 경제 성과는 정부가 선전해 온 것과 달리 좋지 못했다. 경제는 회복되기는커녕 더 나빠질 수도 있는 상황이다.
4·30 재보선에서 열우당의 참패는 정치 위기를 재촉했다. 비록 노무현이 열우당보다 인기가 좋다고는 하지만, 오일게이트가 불거지면서 그의 정치 위기도 심화됐다.
이런 상황에서 노사정위원회마저 실패로 돌아갔다. 재계와 노동계가 노무현 정부를 양쪽에서 압박했다.
특히 메이데이를 전후로 울산건설플랜트, 하이닉스 매그나칩, 덤프연대 등 상당히 강력한 투쟁이 분출했다. 정부의 위기를 이용해서 노동자들이 저항을 시작한 것이다.
이 투쟁들의 전투성에서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연대 가능성도 엿볼 수 있었다. 만약 이렇게 된다면 투쟁은 중요한 진전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노무현은 노동자들을 분열 지배하기 위해 노동운동의 약점을 이용했다. 그는 대형 노조들의 비리 정보를 손에 쥐고 적절한 시점을 골라 이미 하나씩 터뜨리고 있었다.
현대차노조에 대해서는 이미 몇 달 전에 전현직 노조 간부에 대한 내사가 끝났다는 미확인 보도가 있었을 정도였다. 남은 것은 시점이었다.
노무현 정부는 민주노총 울산본부가 울산건설플랜트 연대 파업을 결의한 다음날을 D데이로 잡았다. 울산건설플랜트 노동자들이 단호한 저항을 계속하자, 노무현이 노동운동의 약점을 이용해 반격을 한 것이다.
노조 지도자들의 비리는 노동자들 사이의 분열과 노동조합에 대한 환멸을 낳고, 대기업 노동자들을 파렴치범으로 모는 효과를 낸다.
민주노총의 두 주요 기반인 현대차와 기아차가 비리에 연루됐으니 민주노총은 위기에 빠지지 않을 수 없었다.
노무현 정부와 노동계는 둘 다 위기를 겪으면서 전투를 치르고 있는 셈이다.
현 국면에서 가장 단호하게 투쟁을 이끌고 있는 부문이 울산건설플랜트 노동자들이다. 이 투쟁은 비정규직 쟁점을 둘러싼 저들과 우리편의 싸움에서 매우 중요한 고리다.
지금 상황에서 단연 중요한 것은 다른 부문의 노동자들도 울산건설플랜트 노동자들처럼 단호한 저항에 나서면서 이 투쟁에 대한 실질적 연대를 건설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지배자들의 약점을 제대로 파악해 이용하고, 우리편의 약점에 대해서도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이해하며, 우유부단하게 머뭇거리지 않고 단호하게 저항을 이끌 수 있는 정치적 대안이 필요하다.
5월 27일 투쟁을 디딤돌로 해서 정권과 사용자들의 탄압을 물리치고 아래로부터 투쟁을 계속 구축해 나갈 수 있는 공동전선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