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회 부산퀴어문화축제 성공리에 개최:
구청의 불허, 우익 방해에도 2000여 명이 행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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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13일 부산 해운대 해변 앞 광장에서 제2회 부산퀴어문화축제가 성공적으로 열렸다. 민주당 소속 구청장이 행사를 불허하고 우익들이 방해를 시도했지만 이날의 행사는 처음부터 끝까지 활력 있게 진행됐다.
올해 지방선거에서 당선한 홍순헌 해운대구청장은 지난해 자유한국당 소속 구청장과 마찬가지로 행사를 불허했다. 부산퀴어문화축제 조직위는 이에 굴복하지 않고 민주노총 부산본부, 부산 지역 진보 정당 등 사회단체들, 진보적 종교 단체와의 연대를 조직하며 행사를 조직했다.
태풍 때문에 행사가 일주일 늦춰졌지만 본 행사 시작 전부터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46곳 부스에서는 성소수자들의 자긍심과 권리를 상징하는 다양한 기념품이 판매됐고, 차별금지법 제정과 낙태죄 폐지를 위한 서명도 진행됐다. 장내 여러 부스가 참가자들로 붐벼 부스 부근을 걸어다니기가 힘들 정도였다.
참가자의 대부분이 학생이나 청년이었는데, 특히 10대 여성들이 많았다. 같은 학교의 교사와 학생들이 행사장에서 만나 반가워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무지개 깃발을 들거나 무지개 그림을 얼굴에 그린 청년들도 주변에 넘쳐났다.
다른 지역 퀴어문화축제 조직위 활동가들은 연단에서 부산퀴어문화축제의 성공을 축하하고 연대의 뜻을 표했다. 또한 많은 연설자들이 해운대구청의 행사 불허와 성소수자 혐오 세력을 비판했다. 제주퀴어문화축제 조직위 김기홍 공동조직위원장은 “지금 제주 남쪽 바다에서 국가가 폭력을 전시하고 있다”면서 제주 관함식 행사를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우리의 자긍심 깃발은 평화의 깃발이기도 하다. 연대로 평화와 사랑을 실현하자”고 외쳤다.
해방감
행진이 다가오자 참가자들은 점점 더 늘어나 무려 2000여 명이 행진에 참가했다. 무지개깃발 등 여러 깃발을 든 참가자들이 해운대 해변의 도로를 가득 메웠다. 동아대·부경대·부산대 등의 성소수자 모임, 대구대·충남대·연세대 등 다른 지역의 성소수자 모임, 정의당·노동당·민변 등 사회단체들의 깃발 등이 나부꼈다.
행진 대열은 활기가 넘쳤다. 참가자들은 무척 밝은 표정으로 음악을 즐기고 때론 춤추며, “퀴어는 존재한다”, “우리는 여기에 있다”고 구호를 외쳤다.
한편, 이날 기독교 우파로 보이는 동성애 혐오 세력 1300여 명이 경찰을 사이에 두고 방해 집회를 열었다. 지난해와는 달리 이들은 광장에 진출해 행진까지 했지만 퀴어문화축제를 저지하지는 못했다. 부산퀴어문화축제 참가자 규모가 2000여 명으로 매우 컸기 때문에 섣불리 물리력을 행사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퀴어문화축제가 끝난 뒤, 150여 명이 해운대구청 앞에서 구청의 행사 불허에 항의하는 집회를 열었다. 부산퀴어문화축제 조직위 활동가들은 해운대구청과 부산 경찰이 행사를 불허하고 조직위 주요 활동가들을 사찰하기까지 했다고 비판했다. 제주퀴어문화축제 조직위 김기홍 공동조직위원장은 문재인 정부를 “나중에 정부”, “반동성애 정부”라며 강하게 비판하고, 어떤 표현의 자유도 성소수자들의 존엄보다 위에 있을 수 없다고 소리쳤다.
천대에 시달려 왔을 성소수자들이 광장에 모여 스스로를 마음껏 표현하고 해방감을 만끽하는 모습은 감동적이었다. 앞으로도 이 행사가 성공적으로 열려 성소수자들에게 활력을 불어 넣을 수 있기를 바란다. 또한 이날의 활력이 평상시의 차별에도 도전할 수 있는 에너지가 된다면 더욱 좋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