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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발 증시 폭락과 무역 전쟁:
경제 공황이 또다시 밀어닥칠 것인가?

10월 10~11일에 걸쳐 미국 증시가 폭락하고 잇따라 세계 증시가 하락하면서 전 세계에 큰 충격을 줬다.

올해 신흥국 위기들이 벌어지는 중에도 미국 경제는 괜찮다고 얘기돼 왔다. 뉴욕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미국 경제는 약간의 골디락스 경제”라고 자화자찬했다. 너무 뜨겁지도 차지도 않은 가장 적절한 경제 상태라는 것이다.

이렇게 미국 경제가 비교적 나아진 것은 사실 미국 기업들의 세후 수익이 좋아진 덕분이다. 미국 트럼프 정부는 지난해 12월 법인세율을 최고 35퍼센트에서 21퍼센트로 낮췄다. 그 덕분에 올해 1~2분기 미국 기업들의 세후 수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16퍼센트나 늘어났다.

미국 경제가 나아지는 듯이 보이자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가 금리를 올리기 시작했다. 올해 9월에는 기준금리를 2.25퍼센트까지 올렸다. 양적완화도 축소하고 있다. 미국 연준은 치솟은 주식 가격이나 물가 상승 압력 때문에 통화 긴축 정책을 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처럼 금리 인상으로 증시가 악영향을 받자 미국 대통령 트럼프는 “연준이 미쳤다”, “날뛰고 있다”며 연준을 비난했다. 법인세 감세 등으로 미국 경제를 부양한 것을 모두 망치고 있다며 말이다.

그러나 트럼프 정부의 법인세 감세 정책도 미국의 금리를 끌어올리는 요인이 되고 있다. 법인세 감세 때문에 올해 미국의 재정적자가 7790억 달러(약 882조 6070억 원)로, 약 17퍼센트(1130억 달러) 정도 늘어났기 때문이다. 〈뉴욕 타임스〉는 “내년부터 재정적자가 1조 달러를 넘어설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처럼 미국의 재정적자가 늘어나면, 시장에 새로 발행되는 미국 국채가 늘어나면서 금리를 인상(채권 가격 하락)시키는 요인이 된다.

요컨대, 이번 미국발 증시 추락은 금리 인상과 재정적자 확대 정책들이 미국 경제에도 충격을 줄 수 있다는 점을 보여 준다. 그리고 오늘(10월 19일) 미국 증시는 중국 경제에 대한 우려로 또다시 큰 폭으로 하락했다.

무역 전쟁과 더욱 불안정해진 중국 경제

한편, 미국이 금리를 올리자 자금이 다시 미국으로 돌아가면서, 올해 들어 이미 여러 차례 신흥국 통화 가치가 폭락했다. 그리고 신흥국 통화 가치 하락은 (1996~1997년 벌어진 동아시아 외환 위기처럼) 연쇄적인 외환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실제로 그런 위기가 벌어진다면 그것은 단지 신흥국들에서 끝나지는 않을 것이다. 많은 선진국들이 신흥국에 돈을 빌려 줬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세계 2위 규모로 성장한 중국 경제도 언제 터질지 모르는 막대한 부채가 있다는 것이다. 위안화 환율도 올해 계속 올라(가치 하락), 달러당 7위안에 가까워졌다. 조만간 환율이 7위안을 넘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게다가 최근 중국과 홍콩의 부동산 시장이 하락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중국 경제의 거품 문제를 야기한 부동산이 급락세로 돌아설 경우, 증시 추락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큰 위기가 닥칠 수도 있다.

그러나 중국 정부가 이런 위기 상황에 제대로 대처하기는 쉽지 않다. 다른 신흥국 정부들처럼 중국 정부도 딜레마에 처해 있다. 경기 부양을 위해 금리를 낮추고 시중에 자금을 공급하면, 위안화 가치가 하락(환율 상승)하면서, 수입품 가격이 크게 올라 물가가 상승할 수 있다. 그렇다고 물가 상승 막으려고 금리를 올리면 경제가 침체하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

2008년 경제 위기 이후에 급증한 중국 부채는 세계 경제의 주요 위험 요인이다

이런 상황에서 미중 간 무역 전쟁의 격화는 세계 경제의 주요 불안정 요인이 되고 있다.

얼마 전 미국 정부는 중국산 제품 2000억 달러어치에 대해 추가로 관세 10퍼센트를 물렸다. 내년에는 이 관세가 25퍼센트로 올라갈 예정이다. 트럼프 정부는 중국산 수입품 5000억 달러어치 전체에 대해 관세를 물리겠다고 위협하고 있다. 실제로 그럴 가능성도 작지 않은 것 같다.

물론 최근까지 중국의 대미 수출은 감소하지 않고 있다. 내년에 관세가 25퍼센트로 오르기 전에 미리 수입하려는 수요가 있는 데다, 중국의 위안화 가치가 올해 10퍼센트 가까이 하락했기 때문에, 미국이 매긴 10퍼센트 관세로도 중국산 제품 가격이 크게 오르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미국 관세 인상의 효과는 내년 이후에는 중국의 대미 수출을 감소시키기 시작할 수 있다.

트럼프 정부의 무역 전쟁은 단지 대중 무역적자를 줄이는 것만을 목표로 삼지는 않는 듯하다. 미국의 제조업을 더 강화해야 한다는 정치적 의도도 있는 것이다. 이번 기회에 중국 경제에 확실히 타격을 줘야 한다는 생각이 미국 정계에서 초당적인 지지를 얻고 있다고 한다. 중국의 국가 주석 시진핑이 헤이룽장(黑龍江) 성에 있는 국영기업을 방문해 “자력갱생”을 얘기한 것도 의미심장하다.

즉, 미중 무역 갈등은 쉽사리 끝나지 않을 것이다. 미국이 중국산 제품 전체에 관세를 물리는 것뿐 아니라, 환율조작국 지정과 그보다 더한 경제 전쟁으로 확대·지속될 공산이 있다.

물론 10월 18일 발표한 환율보고서에서 미국은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이 보고서에서 미국은 중국을 다음과 같은 말로 맹비난했다. “집요한 비관세장벽, 널리 퍼진 비시장적 메커니즘, 만연한 보조금 사용, 그 외의 불공정 관행 때문에 중국과 무역 상대국들의 경제적 관계가 왜곡된다.” 앞으로 6개월간 지켜본 뒤 내년 상반기 환율보고서 발표 때는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내비친 것이다.

이윤율 저하와 이웃 나라 거지 만들기

그렇다면 우리는 최근의 세계경제가 왜 부채에 의존하는 성장을 하게 됐는가 하는 점에 대해 생각해 봐야 한다.

2008년 미국발 경제 위기는 가난한 사람들에게까지 서브프라임 모기지 대출을 해 줬다가 미국 주택 가격이 하락하면서 큰 위기로 번졌다. 그리고 최근에는 신흥국 부채가 세계경제에 커다란 위험 요소가 됐다.

회복되지 않는 이윤율 때문에 부채 의존 경제와 무역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은 부채 의존 경제가 이윤율 하락 경향 때문이라고 분석해 왔다. 자본주의 경제에서 노동만이 추가적인 가치와 이윤을 만들 수 있다. 그러나 경쟁 압력 때문에 기업들은 고용을 늘리는 것보다 더 빨리 기계 등의 생산수단 투자를 늘리게 된다. 이것이 이윤율을 떨어뜨리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윤율이 낮아지면 기업들은 생산적 투자를 꺼리게 된다. 기업의 투자가 비교적 감소하게 되면, 금융권에 모인 돈들은 다른 부문(특히 자산 시장)에서 투기적으로 이용된다. 이런 투기는 거품을 만들며 일시적으로 경제를 성장시키기도 하지만 곧 커다란 위기로 되돌아오곤 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트럼프 정부의 무역 전쟁도 낮아진 이윤율 속에서 좀 더 많은 이윤을 차지하려는 시도라고 할 수 있다. 이른바 ‘근린궁핍화(이웃 나라 거지 만들기) 정책’이다. 이는 트럼프 정부가 단지 중국뿐 아니라 유럽·일본 등과도 무역 갈등을 일으키는 것을 봐도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트럼프 정부는 자동차에 25퍼센트 관세를 매길 준비를 하고 있다. 미국에 자동차를 수출하는 주요 국가는 중국이 아니라 일본·독일·한국과 같은 미국의 동맹국들이다. 근린궁핍화 정책에서는 동맹들도 예외가 아닌 것이다. 그런데 이런 경제적 갈등은 정치적 갈등을 촉발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한국 경제 악화와 문재인 정부의 우향우

세계경제 상황의 악화는 한국 경제에도 악영향을 주고 있다. 10월 18일 한국은행은 올해 우리 나라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7퍼센트로 낮췄다. 석 달 만에 2.9퍼센트에서 0.2퍼센트포인트 낮춘 것이다.

한국 경제는 최근 투자가 감소하면서 고용 증가세도 크게 떨어졌다. 특히, 사용자들이 최저임금 인상 등에 따른 임금 상승 부담을 피하려고 해고와 노동강도 강화 등으로 대응한 것이 ‘고용 참사’에 한몫한 듯하다. 따라서 임금을 올릴 뿐 아니라 양질의 일자리도 늘리는 정책이 필요한 상황이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는 공공부문에서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공약을 쓰레기 통에 처박았고, 주 52시간 상한제에 대응해서는 탄력 근로 확대 등으로 사용자들의 부담을 줄여 주려 하고 있다.

한편, 올해 조선업 등에서 벌어진 구조조정도 고용을 감소시키는 요인이 됐다. 게다가 트럼프 정부가 수입 자동차에 25퍼센트 관세를 부과하면 한국의 자동차 수출은 큰 타격을 받을 것이다. 한국은 자동차를 1년에 400만 대 정도 생산하고, 이 중 약 85만 대를 미국에 수출하고 있다.

이처럼 경제가 악화하자 문재인 정부는 점점 더 노동자들을 공격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그래서 ‘혁신 성장’이나 ‘규제 완화’ 등 친기업적 정책을 계속 추진할 것이다.

그러나 노동자들도 문재인 정부의 배신에 맞서 계속 투쟁해 왔다. 노동자들의 자신감이 떨어진 상태라면 경제 위기는 노동자들을 더욱 사기 저하시키고 더욱 분열시킬 수 있다. 그러나 경사노위 참가를 의결하려던 민주노총 대의원 대회가 무산된 것은 상당수 노동자들이 문재인 정부에 환상을 갖지 않고 있다는 점을 보여 준다. 이런 상황에서 경제 위기가 닥친다면 노동자들의 투쟁은 폭발적으로 터져나올 수도 있다.

혁명적 좌파는 분출할지도 모를 노동자 투쟁을 확실하게 분출토록 하는 데 일조할 수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