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금지법 제정 촉구 ‘평등행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차별금지법 제정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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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20일 “차별금지법 제정 촉구 평등행진 ‘우리가 간다’”가 열렸다. 이 행사는 차별금지법제정연대가 주최했다.
성소수자·인권 단체와 대학·청소년 성소수자 모임들, 진보 정당, 각 지역의 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회 등에서 약 700명이 참가했다. 제주, 부산, 충청, 대구, 울산 등에서도 왔다. 난민 환영 사전 문화제(아래 참조)에 참가한 난민 일부도 함께 행진했다.
이날 참가자들은 “국회와 정부는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하라”,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차별금지법 제정하라”, “혐오를 중단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광화문에서 국회까지 행진을 벌였다.
차별금지법은 2007년 노무현 정부가 입법예고 한 이후 세 차례 발의됐으나 보수 기독교계의 반대로 지금까지 제정되지 못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대선에서 보수 기독교계의 압력을 받아 입장을 바꿔 차별금지법 제정에 반대한 바 있다. 정부는 지난 3월 차별금지법을 제정하라는 유엔 권고에 대해서도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며 차별 반대 염원을 외면했다.
참가자들은 공동 선언에서 “2년 전 [박근혜 퇴진 촛불] 광장에서, 우리는 함께 평등을 꿈꾸었”지만, “[2년이 지난 지금] ‘동성애 찬반 검증’이 인사청문회의 기본 안주가 되었고, 난민들은 가짜뉴스의 과녁이 되었다”며 차별금지법 제정을 더 이상 미루지 말고 즉각 제정할 것을 촉구했다.
정리집회에서 부산성소수자인권모임(QIP) 활동가는 “과연 국회와 정부는 누구의 편인가? 오히려 정부가 혐오와 방관을 조장하고 있는 건 아닌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미룬다면, 그 합의는 언제할 것인가?” 하며 10년 넘게 차별금지법이 제정되지 않고 있는 현실을 비판했다.
한편, 이날 사전 행사로 ‘2018 REFUGEES WELCOME(난민 환영) 문화제’가 진행됐다. 이 문화제에는 아프리카, 발루치스탄, 이집트 등에서 온 난민들도 참가했다. 삼삼오오 온 대학·청소년 성소수자·인권 모임들도 눈에 띄었다.
문화제에서는 난민들의 공연과 발언, 환대 성명 낭독 등이 있었다.
난민 지원 단체인 ‘헬프 시리아’의 압둘 와합 사무국장은 “한국도 식민지와 독재 기간에 일부 국민이 난민이 돼 국제사회 도움을 받았다”면서 “한국이 먼저 경험한 아픔을 가진 시리아와 예멘 난민들이 이제 한국의 도움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난민들이 “테러레스트”이기는커녕 범죄의 희생양이 되고 있는 현실에 관심을 가져 달라고 호소했다.
참가자들은 성명에서 “모든 사람은 그 자체로 존엄하며 인권을 보장받아 마땅하다”며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살아남은 난민들을 진짜와 가짜를 가르는 의심의 거울 앞에 세우지 말라”고 주장했다.
참가자들은 “난민을 환영한다”, “우리는 모두 이웃입니다”, “난민 인정 확대하라”, “정착할 권리 보장하라”를 함께 외쳤다.
며칠 전 문재인 정부는 제주도 입국 예멘인들 누구에게도 난민 지위를 부여하지 않으며 그 비정함을 다시 한 번 드러낸 바 있다.
이날 난민 혐오 세력들은 같은 시각에 ‘차별금지법 제정 반대, 난민법 폐지’ 집회를 열었지만, 평등행진 참가자 수에는 한참 못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