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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언론인 카슈끄지 살해 사건:
이 세계의 어두운 단면을 드러내다

사우디아라비아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살해 사건의 구체적 진상이 드러날 때마다 그 사건이 얼마나 소름끼칠 정도로 끔찍했는지가 밝혀지고 있다.

터키 정부 측 설명에 따르면, 카슈끄지는 이스탄불에 위치한 터키 주재 사우디아라비아 영사관 안에서 엘리트 암살 요원들에게 습격을 당했다. 그러고 나서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무함마드 빈살만의 측근인 남성에게 고문당하고 살해돼 토막이 났다.

빈살만(오른쪽)이 살해당한 사우디 언론인 카슈끄지의 아들(왼쪽)을 만나고 있다 ⓒ출처 사우디아라비아 외교부

사우디아라비아 측 말은 계속 바뀐다. 처음에는 카슈끄지 사망 자체를 부인했다. 그러다가 지난주 후반에 가서는 카슈끄지 사망을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카슈끄지가 주먹다짐을 하다가 죽었다고 했다.

그러고 단 몇 시간 만에 사우디아라비아 당국은 말을 또 바꿨다. 사우디아라비아 요원들이 카슈끄지를 납치해 사우디아라비아로 돌아가도록 회유하려 했고, 그 과정에서 카슈끄지가 목이 졸려 사망했다는 것은 이제는 명백해 보인다.

사우디아라비아 정부를 되도록 비판하지 않던 사람들은 큰 곤경에 처했다. 카슈끄지는 스스로 사우디아라비아의 “충실한 종복”이라고 하고 [미국으로 도피하기] 전에는 사우디아라비아 왕가를 위해 자문을 한 인물이다. 그러나 그는 빈살만을 반대했고, 이것이 빈살만의 신경을 크게 거슬리게 했다.

지난해 내내 카슈끄지는 빈살만의 경제 “현대화” 정책의 일부 요소를 비판하고, 사우디아라비아의 성장하고 있는 경쟁국 터키를 칭찬했다. 그는 미국 일간지 〈워싱턴 포스트〉에 기고한 생애 마지막 칼럼에서 사우디아라비아가 예멘에서 벌이는 잔악한 전쟁에서 패배하기를 바란다고 썼다.

카슈끄지 살해 사건으로 빈살만과 그의 서방 지지자들은 곤란한 처지가 됐다.

터키 대통령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은 언론인 수백 명을 감옥에 가뒀으면서도 언론의 자유 수호자 행세를 한다.

한편, 빈살만 정권을 옹호하던 사람들은 이제는 그를 비난한다. 빈살만을 “현대화를 추진하는 개혁가”로 치켜세우던 신문과 언론인들이 그를 공격한다.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조차 사우디아라비아에 경제 제재를 가할 수 있다고 말할 수밖에 없었다.

실제로 그럴 것 같지는 않다. 트럼프는 미국의 중동 패권을 수호하는 데서 사우디아라비아에 의존한다. 트럼프의 사위 재러드 쿠슈너는 빈살만과 가까운 사이이고, 이것은 사우디아라비아가 미국의 또 다른 동맹국 이스라엘과 잘 지내도록 하는 데 도움이 된다.

영국도 사우디아라비아에 의존한다. [영국 총리] 테리사 메이는 카슈끄지 살해를 “가장 강한 어조”로 비난했다.

그러나 메이는 영국과 사우디아라비아의 무기 거래 계약을 항상 옹호했고 빈살만을 총리 관저로 초청해 환대했다. 바로 그때 예멘에서는 통학 버스가 폭격을 당했다.

트럼프와 메이가 정말로 바라는 것은 카슈끄지 사건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어서 다시 평상시로 돌아가는 것이다.

사우디아라비아 정권은 잔혹하고, 탄압적이고, 전쟁광인 정권이다. 그러나 사우디아라비아가 저지른 그 모든 악행에 대한 책임은 사우디아라비아를 뒷받침하는 서방 정부들에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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