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랜스젠더를 법에서 삭제하려는 트럼프의 역겨운 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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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21일 〈뉴욕 타임즈〉는 트럼프 정부가 연방민권법 ‘타이틀 나인’ 조항에서 성별에 대한 정의를 ‘출생 시 생식기로 확정한 불변의 생물학적 상태’로 축소하려 한다는 보건복지부 내부 문건을 보도했다. 이 문건은 또한 “성에 관한 모든 논쟁은 유전자 검사를 통해 명확히 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생식기와 유전자를 기준으로 타고난 성별만을 인정하겠다는 것은 살아오면서 자신의 성별을 바꾼 트랜스젠더의 존재를 정면 부정하는 것이다. 미국에서 살고 있는 트랜스젠더는 최소 140만 명이다.
게다가 ‘타이틀 나인’ 조항은 교육, 복지 등에서 연방 정부가 재정을 지원할 때 성별, 인종 등을 이유로 차별해선 안 된다는 내용을 골간으로 한다. 따라서 트랜스젠더를 배제한 성별 정의로 법이 개정된다면 교육과 복지 영역에서 트랜스젠더 차별이 법적으로 정당화될 수 있다. 트랜스젠더들의 심리 상담 지원, 성전환과 호르몬 요법에 대한 의료·복지 지원 등이 공격받을 수 있다. 이미 취약계층인 청소년 트랜스젠더의 처지를 더욱 악화시킬 후퇴들도 벌어질 수 있다.
트럼프 정부는 연내에 이 법률을 발표하고 60일 간의 의견 수렴 절차를 밟을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미국 트랜스젠더 단체들은 반발하면서 즉각 항의 시위를 벌였다. 미국 곳곳에서 열린 항의시위에서 많은 트랜스젠더들이 “우리는 지워지지 않을 것이다”라는 팻말을 들었다.
집권 내내 트랜스젠더를 공격해 온 트럼프
집권 초반부터 지금까지 트럼프는 성소수자들, 특히 트랜스젠더를 집요하게 공격해 왔다. 트럼프는 트랜스젠더 학생들이 자신이 원하는 성별에 따라 화장실을 사용하도록 한 권리보호 지침을 철회했다. 또한 트럼프는 “트랜스젠더가 야기할 천문학적인 의료 비용과 혼란이라는 부담을 질 수 없다”며 군대 내 트랜스젠더 군복무 금지 행정명령을 내렸다. 이것이 법원에 의해 여러 번 제동이 걸렸지만, 트럼프가 끈질기게 밀어붙여서 일부 예외를 제외하곤 트랜스젠더는 군 복무를 할 수 없게 됐다.
트럼프 정부는 올해 5월엔 연방교도소의 트랜스젠더 수감자를 생물학적 성별로 수감하는 정책도 발표했다. 교도소는 트랜스젠더에 대한 폭력과 성적 괴롭힘이 특히 심한 공간인데, 교도소 내 트랜스젠더의 조건을 더 악화시키겠다는 것이다.
이처럼 자국의 트랜스젠더 등 성소수자를 차별하는 트럼프 정부가 대사관을 통해 다른 나라 성소수자 운동을 후원하는 것은 정말 위선적이다. 미국은 자국 피억압자들과 전 세계 민중에게 벌이고 있는 온갖 악행들을 무지개 빛깔로 ‘핑크워싱’하고 있는 것이다.
트럼프 정부가 트랜스젠더들에게 자행해 온 짓들을 볼 때 올해 서울, 대구, 부산, 제주 등에서 열린 퀴어퍼레이드에서 주최 측이 미국 대사관의 부스를 허용한 것은 더욱 유감스러운 일이다. 남한의 성소수자 운동은 성소수자를 차별하는 트럼프 정부에게 성소수자 친화적 이미지를 덧씌워 줘선 안 된다.
남한의 성소수자운동은 자국과 전 세계에서 온갖 악행을 저지르는 트럼프에 반대하고, 트럼프에 맞서 싸우는 미국 성소수자들에게 지지와 연대를 보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