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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여대 청소 노동자 휴게실:
학교 편을 드는 노동부의 엉터리 실태 점검

소모품 취급 적립금 축적에 혈안이 된 학교들은 노동자 휴게실에 제대로 투자하지 않는다 ⓒ출처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

본지는 올해 8월 이화여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열악한 휴게실·작업공간 실태를 다뤘다. 당시 본지가 지적했듯이 이는 이화여대만의 문제가 아니다.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가 올해 9월 서울 내 대학과 빌딩 23곳의 293개 휴게실을 실태조사한 결과, 많은 경우 지하(58군데)나 계단 밑(50군데)에 있었고, 냉방 시설이 없어서 올 여름 폭염을 선풍기로만 견뎌야 했던 곳도 69군데나 됐다.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는 9월 12일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런 사실을 폭로하고 노동부의 실태조사와 관리를 촉구했다. 그 결과, 노동부는 10월에 여러 대학에 감독관을 파견해 실태조사에 나섰다.

그러나 막상 노동부가 이화여대에 권고한 내용은 부실하기 짝이 없다.

우선 노동부 감독관들은 가장 문제가 됐던 지하 주차장 노동자들의 작업공간은 조사하지도 않았다. 경비·청소 용역 노동자 휴게실에 한정해 협소하게 조사한 것이다.

그러나 지하 주차장 노동자들은 아예 휴게실이 없을 정도로 열악한 상황에 놓여 있다. 쉴 곳도 없이 아침부터 저녁까지 하루 종일 매연을 마셔야만 한다. 이런 노동자들의 처지를 개선하기 위해 샅샅이 조사해서 바로 잡아도 모자란데, 오히려 관료적으로 외면한 것이다.

또한 노동부는 아주 소수의 휴게실만 조사했고, 그 휴게실에 내린 권고들도 매우 부실하다.

노동부는 금성 선풍기로 여름을 버티던 학관 꼭대기 층의 청소 노동자 휴게실에 냉방기 설치를 권고했다. 그러나 공간 자체가 단열이 안 돼, 직사광선을 받으면 무용지물이 될 것이다. 혹한이 오면 또다시 추위에 떨 것도 뻔하다.

3평 남짓한 컨테이너 박스를 4명이서 남자 방, 여자 방으로 쪼개 쓰고 있던 조형예술대학 청소 노동자 휴게실에는 냉방기와 환기 시설을 설치하고, 극도로 협소한 남자 방에만 최소 면적을 확보하라고 ‘권고’했다.

그러나 노동자들의 휴게실이 위치한 공간 자체가 하루 종일 분진이 날리는 곳인데다, 습기와 열기에 취약한 가건물이라 벽이 허물어지고 악취가 나는 상황이다.

청소 노동자들이 이런 상황을 노동부 감독관에게 토로하자, 감독관들은 자신들끼리 ‘이 정도면 별 문제가 없어 보이는데’ 하고 중얼거렸다고 한다. 청소 노동자들은 “이 정도”에 만족해야 한다는 건가?

노동부는 지하에 설치된 휴게실도 “가급적” 지상에 설치하라고 권고해, 학교 당국이 빠져나갈 구멍을 남겨 놨다.

이런 부실한 노동부의 실태 점검은 애초 이들에게 휴게실 실태를 개선하려는 의지가 있었는지 의심케 한다. 가장 열악한 처지의 대학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휴게실 개선조차 열의를 보이지 않으면서 문재인 정부가 ‘노동 존중’ 운운하는 건 위선일 뿐이다.

이제 혹한이 오면 노동자들은 또다시 열악한 휴게실과 작업공간 때문에 고통받을 것이다. 지하 주차 노동자들은 겨울에는 손이 곱을 정도로 사무실이 춥다고 한다.

그런데 이화여대 당국은 이런 부실한 노동부의 권고조차 ‘단계적으로 천천히 논의해 나가자’는 입장을 밝혔다고 한다. 수천억 원을 쌓아 두고도 노동 환경 개선에는 인색하기 짝이 없다. 이화여대 당국은 그저 말로만 ‘여성’과 ‘인권’ 운운하지 말고, 당장 휴게실과 작업공간을 개선해 학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처우부터 신속히 개선하라.

9월 12일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 기자회견 ⓒ출처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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