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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편지 고려대 티베트 기 논란:
억압받는 소수민족의 편에 서야 한다

11월 14일 고려대 국제학생축제(ISF)에서 고려대 학생들이 설치한 티베트, 대만, 홍콩 부스가 논란이 됐다. 특히 중국인 학생이 티베트 부스 사진을 중국 SNS 웨이보에 올리며 논란이 시작됐다. 티베트를 독립된 국가로 여긴 셈이고 ‘하나의 중국’ 원칙을 거슬렀다는 것이다.

11월 15일 주한 중국대사관이 항의차 고려대를 방문했고, 고려대 당국은 중국인 학생들에게 사과 메일을 발송했다고 한다.

학내 언론 〈고대신문〉은 “티베트 기 논란, 더 신중했어야”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이렇게 주장했다. “중국 내의 역사적, 정치적 맥락이 복잡하게 얽혀 있어 단순히 민주주의와 인권 차원에서만 바라볼 수 없는 문제 … 본교 학생사회가 국제사회에 대한 인식을 더 넓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티베트는 1951년 중국 정부가 무력 점령한 지역이다. 즉, 티베트는 일본 제국주의로부터 강점당한 조선과 같은 처지다. 티베트인들은 강점당한 후 얼마 되지 않아 티베트 독립을 요구하며 봉기를 벌였고 1959년부터 지금까지 매년 3월 10일이면 ‘라싸봉기’를 기념하고 있다. 그런데 중국 지배자들은 ‘라싸봉기’ 49주년을 기념해 2008년 티베트 각지에서 벌어진 시위를 무력으로 진압한 바 있다.

고려대 당국의 사과와 〈고대신문〉 사설 모두 억압받는 소수민족 현실을 도외시한 채 제국주의 국가인 중국의 압력에 굴복한 것과 다름 없다. 정말 부끄러운 일이다.

〈고대신문〉 사설과 달리, 많은 고려대 학생들은 댓글을 달거나 사설을 공유하며 “〈고대신문〉이 더 신중했어야”, “China University냐”, “이런 글 쓸 거면 펜대 내려놔라”, “FREE TIBET” 등 비판적 코멘트를 달았다. 비판이 끊이지 않자, 결국 〈고대신문〉은 23일까지 사설에 대한 비판글을 기고받겠다고 약속해야 했다.

오늘날 중국은 세계경제 2위 국가로 성장했다. 제국주의 국가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중국은 소수민족을 억압하고 분리 독립 움직임을 무력으로 제압해 왔다. 최근 유엔인권이사회가 발표한 보고서에서 위구르인 100만 명가량이 불법 감금 당했음이 폭로됐다.

중국 지배자들과 중국공산당이 주장하는 ‘하나의 중국’의 실체는 한족 민족주의다. 이들은 중국이 다민족국가라는 사실을 인정하기보다 ‘중화민족’ 운운하며 소수민족을 통제·억압하고자 한다. 그래서 중국 지배자들은 티베트, 신장 위구르 등에서 분리 독립 운동이 벌어지면 중국 내 많은 소수민족을 자극할까 봐 폭력 진압을 서슴지 않는다. 이 때문에 미국안보센터의 로버트 D 카플란은 “중국이 사회, 경제적 혼란을 겪고 있는 오늘날의 상황을 고려할 때 중국의 궁극적 운명도 결국은 신장과 티베트 등의 소수민족 불만을 최소화시킬 수 있느냐 달”려 있다고까지 지적한다.

이런 상황을 이용해 2016년 12월 말 트럼프는 ‘하나의 중국’ 원칙을 무시하는 듯한 발언을 해 중국과 대만 간 긴장을 높이기도 했다. 중국이든 미국이든 억압받는 민족의 해방이 중요한 게 아니다. 두 제국주의 국가가 패권을 잃지 않으려 경제적·지정학적 경쟁을 벌이고 있는 게 핵심이다.

우리는 중국이 티베트와 같은 소수민족을 억압하는 데 반대하고 중국 소수민족의 민족자결권을 지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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