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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편지
위험천만한 택배 물류 센터에서 일한 경험
택배 노동자들의 파업을 지지하며

8월과 10월 물류센터에서 일하던 노동자 3명이 안타깝게도 목숨을 잃는 사고가 있었다. 이 사고에 대해서 사측은 아직까지도 재발 방지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게다가 노조설립필증을 받은 택배 노조를 사측이 인정하지 않고 교섭을 회피하고 있어서 이에 맞서서 택배 노동자들은 지난 11월 21일부터 파업에 돌입했다. 이 투쟁을 환영하면서 물류센터에서 7개월간 일했던 경험을 공유한다.

CJ대한통운 본사 앞에 사망한 택배 노동자들을 추모하고 CJ대한통운에 사망사고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메시지가 붙어있다 ⓒ이미진

기계 같은 노동

물류센터의 노동은 대부분 물건을 이동시키는 일이다. 주로 레일을 이용하는데, 이 레일은 정말 쉼 없이 돌아간다. 끝없이 올라오는 물건을 몇 시간 동안 내리고 올리다 보면 내가 일을 하고 있는 것인지, 기계가 일을 하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내가 레일 위에 얹어진 물건이 된 것인지 분간이 안 되는 지경이 된다. 어느새 기계가 나의 노동을 지배한다.

인력이 부족해서 화장실을 잠깐 갔다 오는 것도 힘들다. 레일은 끊임없이 돌아가고 자리를 비울 수가 없다. 관리자 눈치를 봐야 하고 다른 노동자들에게도 부탁해야 하는데, 다른 노동자들에게 피해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 때문에 그조차 쉬운 일이 아니다.

생산성 관리라는 미명하의 강력한 통제도 마찬가지다. 들어온 물건들을 분류하고 전산 처리하는 업무를 한 적이 있었는데, 시간당 물건을 몇 개 처리하는지, 지난 시간과 비교했을 때 어느 정도 업무 처리를 하는지 관리자가 실시간으로 감시한다. 모든 기록이 남기 때문에 물건 몇 개를 몇 분만에 처리했는지 등도 관리자가 확인할 수 있다. 평균 업무량에 못 미치거나, 업무량이 줄어들면 실시간으로 관리자에게 불려가 한소리 들어야 한다. 관리자는 “블랙” 조치를 취한다며 반 협박을 한다. “블랙”은 다시는 출근을 못하게 하는 사실상 해고 조치다. 생계를 인질로 협박하는 것이다.

심지어 휴대폰도 모두 수거해 간다. 휴대폰을 사용하느라 생산성이 떨어진다는 구실인데, 실상은 몇 달 전 임시직 노동자 한 명이 휴대폰으로 작업 현장 사진을 찍어서 노동부에 고발하는 사건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후 출근부를 작성할 때 일괄적으로 휴대폰을 반납하게 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이것은 뒤에 이야기할 안전 문제와도 연결된다.

안전 문제

안전 관리도 문제가 많다. 물건을 이곳 저곳에 적재해 두고 장비로 나르는데, 그 물건에 부딪히거나 물건이 중장비에 부딪히는 사고가 일어나기도 한다. 단순한 타박상은 비일비재하고, 큰 사고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 무리하게 적재해 놓은 물건들이 무너지면서 사람이 다치는 일도 심심찮게 일어난다.

특히 노동자들이 일하는 곳은 “전동 자키”(파렛트를 간단하게 들 수 있는 운반용 장비)가 사람과 충돌하는 사고도 많고, 전동 자키가 물건이 적재된 곳이나 레일에 충돌하는 사고도 일어난다. 실제로 전동 자키가 물건을 적재한 곳에 충돌한 사고를 본 적이 있다. 그런데 전동 자키엔 대부분 운전자를 보호하는 안전 장구도 없고, 조작도 서서 하게 돼 있다. 그래서 운전자는 전동 자키에서 떨어져 바닥에 심하게 부딪혔다. 그 노동자는 관리자가 바로 병원으로 이송했지만, 크게 다친 것처럼 보였다.

10월 대전 물류센터에서 한 노동자가 상차작업 도중 쓰러져 사망한 사건도 마찬가지다. 나도 올해 3월 비슷한 상황을 본 적이 있었다. 야간 작업 중이었는데, 같이 일하던 여성 노동자 한 분이 갑자기 뒤로 넘어가며 쓰러졌다. 나는 근처에서 일을 하다가 보고 다른 노동자들과 함께 쓰러진 여성 노동자에게 다가갔다. 작업하던 장소는 바닥도 콘크리트였고, 장비들이 지나다니는 길목이라 위험천만했다. 다른 노동자들과 함께 그 분을 근처로 옮겼다. 새벽 두 시 경이었는데 바닥이 너무 차갑고 딱딱해서 뭔가 깔아 줄 것을 찾아봤지만 딱히 없었다. 빈 박스들을 구해 와 바닥에 깔아 놓고 관리자를 찾았다.

관리자는 마침 자리를 비우고 있었고, 우리는 119에 신고라도 하려 했지만, 센터에 휴대폰을 모두 반납했기 때문에 어디 연락할 수도 없었다. 급하게 근처 다른 관리자를 부르고 그 관리자를 통해 119에 신고했다. 문제는 당시 내가 일하던 물류센터는 경기도 외곽에 있던 곳이라 119가 오는 데 한참 걸린다는 것이다. 당시 우리가 관리자를 독촉해서 관리자와 몇몇 노동자들이 그 여성 노동자를 들쳐 업고 관리자의 개인 차량으로 응급실로 향했다.

그 때 관리자에게 상비약이라도 있는지 물어봤지만 없다는 말을 들었다. 센터 내에는 부상자 등을 응급처치 할 수 있는 휴게소 같은 공간조차 없어서 작업하는 창고의 차가운 시멘트 바닥에 박스 종이를 깔고 한참을 누워 있어야 했다. 제대로 된 안전 관리 체계도, 설비도 없었던 것이다.

화재가 나면 큰 일이 벌어질 것이다. 공장같은 큰 공간은 화재시 차단막이 내려오는 설비를 갖춰야 한다. 그리고 차단막이 내려오는 곳 주변엔 물건을 적재하면 안 된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그런 구분 없이 물건들이 마구 쌓여 있다. 소방 안전 점검이라도 나온다고 하면 부랴부랴 치우는 것이 일상이다.

대피로 문제도 마찬가지인데, 센터 내의 실제 대피 비상구는 한 군데밖에 없다. 내가 일했던 센터는 하루에 수백명이 일했던 “메가 센터”였는데, 인력 통제를 위해 출입구가 한 군데밖에 없었다. 그 때문에 퇴근 시간에 사람들이 건물에서 모두 나오는 데만 30분씩 걸리곤 했다. 화재라도 난다면 대피할 방법도 딱히 없는 것이다.

이런 위험천만한 작업 현장에서 제대로 된 안전 관리와 시설도 없이 일하는 노동자들의 노동 조건이 개선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노동자들의 투쟁이 필요하다. 그래서 나는 이번 CJ 대한통운 택배 노동자들의 투쟁이 너무나 반갑고 기쁘다. 이번 투쟁을 시작으로 모든 물류 노동자들이 더 안전하고 인간다운 대접을 받으며 살았으면 좋겠다. 이번 CJ 대한통운 택배 노동자들의 투쟁을 적극 지지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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