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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조작:
왜 ‘회계 조작’은 자본주의 풍토병인가

11월 14일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이하 삼성바이오)가 고의로 분식회계를 했다고 판정했다. 2016년 12월에 정의당 심상정 의원과 참여연대 등이 문제를 제기한 지 2년이 지나 금융 당국이 삼성바이오 회계 조작을 일부 인정한 것이다. 올해 11월에는 민주당 박용진 의원이 삼성 내부 문건을 폭로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솜방망이 처벌에 그쳤다. 증권선물위원회가 인정한 분식회계 규모가 4조 5000억 원에 이르지만, 삼성바이오에 내린 과징금은 80억 원에 불과하다. 이번 부정에 관여한 삼정회계법인에게는 과징금 1억 7000만 원과 삼성바이오에 대한 감사제한 5년, 안진회계법인에게는 벌금 없이 삼성바이오에 대한 감사제한 3년을 내리는 데 그쳤다.

그런데도 삼성 측은 소송에 나서며 강하게 반발했다.

썩어 빠진

삼성바이오 회계 조작 사건은 세계 “초일류 기업” 삼성의 썩어 빠진 민낯을 여실히 보여 준다.

삼성바이오는 이재용이 세금을 적게 내고 삼성의 경영권을 넘겨받는 데서 핵심 구실을 했다.

이재용은 자신이 최대 주주였던 제일모직의 가치는 높게 평가하고, 국민연금이 최대 주주였던 삼성물산의 가치는 낮게 평가하는 방식으로 두 기업을 합병했다. 이때 삼성바이오의 가치를 뻥튀기할 필요가 있었다. 제일모직이 삼성바이오의 대주주이기 때문이다.

부정·부패는 이윤 추구 경쟁 압력에서 비롯한다 고무줄처럼 늘었다 줄었다 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기업 가치 ⓒ출처 삼성바이오로직스

이를 위해 “자체평가액(3조 원)”의 삼성바이오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앞둔 2015년 5월에 기업 가치가 19조 3000억 원인 것으로 부풀려졌다. 그랬다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이 합병된 뒤 2015년 8월 말에는 6조 8500억 원으로 회계장부에 등록됐다. 그야말로 고무줄처럼 기업 가치가 늘었다 줄었다 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삼성바이오의 자회사였던 삼성바이오에피스도 회사 가치가 3300억 원에서 5조 2700억 원으로 급등했다. 불과 1년 사이에 16배가 됐다.

이런 일이 삼성 같은 재벌에서만 벌어지는 문제는 아니다. 대부분의 기업 경영진들이 자신의 필요에 따라 기업 가치를 부풀리거나 낮추기 위해 회계를 ‘조작’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16년에 감리를 받은 기업 중 66퍼센트가 분식회계 등으로 적발돼 제재를 받았다.

일각에서는 이런 부정이 한국 자본주의의 후진성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미국의 엔론, 월드컴, 영국의 테스코, 일본의 도시바 등에서 벌어진 대규모 회계 조작 사건은 이런 주장을 반증한다.

시장주의자들은 자본주의는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스스로 조절되는 체제라고 말한다. 그러나 이처럼 기업은 권력자들의 더러운 손에 의해 좌우된다.

오히려 마르크스는 주식회사에서 경영진이 주주의 등을 치는 일은 흔하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려고 대기업의 경영진들은 국가 권력자들과 부패 관계를 맺는다. 삼성의 승계 작업을 위해 박근혜 정부와의 부패 고리도 필요했다. 그래서 삼성이 정유라에게 말을 사 주고, 케이스포츠·미르재단 등을 지원하는 데 (드러난 것만) 440억 원을 썼던 것이다.

회계 조작은 이윤 중심으로 운영되는 자본주의 사회의 풍토병과 같다. 체제를 운영하는 자들은 더 많은 이윤을 얻으려고 온갖 사기 행각을 벌이고 권력자들과 유착한다.

특히 경제 위기가 심화할수록 낮은 수익성을 감추려고 더 많은 기업들이 회계 조작에 매달린다. 또 바이오 산업처럼 잔뜩 기대를 부풀려 투기가 조장되는 사업일수록 회계 부정이 벌어질 여지도 커진다.

이런 부정부패로 기업주와 경영진은 막대한 수익을 챙긴다. 문제가 생기면 고통은 노동자들에게 전가되기 일쑤다.

대우그룹에서도 41조 원에 이르는 회계 조작을 한 김우중 일가는 여전히 막대한 자산을 갖고 있다. 그러나 노동자 4만 명이 일자리를 잃어야 했다. 대우조선해양에서도 사장들이 저지른 수조 원의 회계 조작은 노동자 구조조정으로 돌아왔다.

삼성도 마찬가지다. 이재용은 수백조 원에 이르는 삼성의 지배권을 챙겼다. 그러나 산재 보상에는 너무나 인색하고, 삼성전자서비스 비정규직 정규직화 약속조차 파기했다.

노동자들이야말로 기업들의 부정부패에 맞서야 할 진정한 이해관계가 있다. 문재인 정부가 친기업 정책을 강화하는 것은 이런 기업들과의 부패 고리 강화로도 이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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