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비 증액, 한미연합사 유지, MD(미사일방어체계) 수입:
“평화의 터전” 약속하고 한미(일) 군사 협력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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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판문점 선언과 9월 평양공동선언 모두에서 남북은 “단계적 군축”을 약속했다. 그리고 “핵무기와 핵위협이 없는 평화의 터전”을 만들겠다고 했다. 또한 많은 사람들은 평화협정 논의가 본격 시작되면, 한미동맹은 재조정(또는 해체)에 들어가야 한다고 믿는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의 실천은 그런 방향과는 명백히 엇갈린다. 우선, 2019년 국방예산을 11년 만에 최대치로 늘리려 한다. 문재인 정부는 임기 내내 비약적으로 국방비 지출을 늘릴 계획이다.
국방 예산안을 보면, ‘한국형 3축 체계’ 같은 공격적 군사 계획을 그대로 계승했고 이를 위해 막대한 첨단 무기 구입 계획을 세웠다. 그런데 그중 한국형미사일방어체계(KAMD)는 미국 MD와의 통합 운영을 전제로 추진되는 사업이다. 애당초 미군 MD 자산 없이 한국형미사일방어체계는 제 기능을 못하기 때문이다.
국방부는 미국 MD 자산인 SM-3 미사일 도입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미사일이 도입돼 한국 이지스함에 배치되면, 유사시 한국군은 주일미군 기지로 날아가는 미사일을 요격해 주게 된다.
게다가 미국과 일본은 신형 SM-3 미사일을 공동 개발 중이다. SM-3 미사일 도입은 향후 한·일 군사협력을 증진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그동안 미국은 MD를 고리로 미·일 동맹을 발전시켜 왔다. 그리고 여기에 한국을 동참시키려고 애썼고, 한국도 그 협력 수준을 높여 왔다. 최근 움직임은 문재인 정부가 그 흐름에 상당히 타협하고 있음을 보여 준다.
포괄적 동맹
한·미 간의 해묵은 쟁점인 한국군의 전시작전통제권 환수는 당연히 돼야 할 일이다. 많은 사람들이 군대를 제 나라 정부가 오롯이 통제하지 못하는 것을 굴욕으로 받아들인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 하에서도 작전통제권 환수는 요원해 보인다. 북한에 대한 압도적 전력 구축과 운용 능력을 갖춘다는 조건 하에 작전통제권을 돌려받기로 했기 때문이다.
설사 환수 조처가 이뤄지더라도, 한계는 명백하다. 10월 31일 한미안보협의회의(SCM)의 공동성명에서, 한·미 양국은 작전통제권 환수 이후에도 “현재의 [한미]연합군사령부 구조를 지속 유지”하기로 했다. 한미동맹의 합동군사기구를 어떤 형태로든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미국은 한국군 작전통제권을 한국에 돌려줘서 ‘대북 억제’라는 부담을 덜고자 하는 동시에, 한국이 전력을 강화하고 동맹 협력 수준을 높여 미국의 패권 전략을 뒷받침하라고 요구해 왔다.
한·미 당국이 이번 SCM에서 “포괄적인 동맹의 대응 능력을 발전”시키기로 한 것은 한반도를 넘어 전 세계에서 다양한 분야에서 임무를 수행할 전력을 갖추겠다는 것이다(11월 1일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 논평).
이처럼 작전통제권 환수가 한미동맹 강화와 맥을 같이한다면, 한반도 불안정이 해소되기는커녕 오히려 더 불안정해질 수 있다. 군비 경쟁과 세계적·지역적 불안정을 증폭시키는 데 일조할 것이다.
한편, SCM은 “공동의 우주작전능력을 향상”시키기로 약속했다. 이것은 트럼프가 중국·러시아 등을 겨냥해 우주군을 창설키로 한 것과 맞물리는, 우려스러운 결정이다. 특히, SCM 공동성명에서 한·미 양국이 중국 우주정거장 톈궁 1호 재진입시 정보 공유를 효과적으로 한 것이 높이 평가된 점은 시사적이다.
국방예산 증액, MD 무기 수입, 한미(일) 협력 강화는 “새로운 평화의 시대”를 열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공언과 상충한다. 노동자 운동이 평화 문제에서도 문재인 정부에 독립적이어야 하는 많은 이유 중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