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15년 동안 기간제 교사로 근무했고, 지금은 전국기간제교사노동조합 위원장을 하고 있는 박혜성입니다.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고로 인한 19살 청년의 안타까운 죽음을 가슴에 묻은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우리는 또 24살 청년의 처참한 죽음과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혼자서 얼마나 외롭고 두렵고 고통스러웠을까 생각하니 더더욱 안타깝습니다. 이 죽음의 책임자는 누구입니까? 발전사뿐만 아니라 문재인 정부도 책임자입니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해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고 했습니다. 정부가 말한 정규직화는 무기계약직이고 또 다른 간접 고용인 자회사로의 전환이었습니다. 그래서 노동자들은 제대로 된 정규직 전환, 직고용을 요구하며 저항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생명안전업무는 우선적으로 정규직화하겠다고 했지만 이는 사기였습니다. 전기를 만들어내는 발전소 노동자들은 모두 생명안전업무를 하는 노동자들입니다. 전기가 끊어지면 병원뿐 아니라 우리의 모든 일상이 멈추고 위험에 처하게 됩니다. 그러나 이들은 생명안전업무에 해당되지 않는다며 정규직 전환에서 제외되었습니다.
여러분 생각해보십시오. 노동자들이 하는 일에 생명과 관련 되지 않은 일은 없습니다. 생명안전업무는 정규직으로 전환한다고 해놓고 그 기준은 자기들 마음대로 정하는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에서부터 이런 사고를 예비하고 있었다고 할 수밖에 없습니다.
정규직이 해야 할 일은 비정규직으로 외주화하고, 외주업체는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2인 1조가 해야 하는 일을 혼자서 하게 했습니다. 외주화로 인한 사고는 지난 5년 사이에 346건이나 일어났지만, 이에 대한 대책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사망사고는 계속 일어나고 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좋은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이 역시 말뿐이었습니다. 좋은 일자리는 필요한 만큼 충분한 사람들이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곳입니다. 그러나 우리의 일자리는 모두 사람이 부족해 과로와 사고로 얼룩져 있습니다. 병원, 유치원, 철도 등 모든 공공기관에 필요한 만큼의 충분한 인력이 없기 때문에 갖가지 사고가 일어나는 것입니다.
학교도 마찬가지입니다. 학교에 필요한 정규 교사들을 임용하지 않고 비정규직인 기간제교사를 계속 양산하고 있습니다. 문재인 정부는 정규직 교사와 똑같은 일을 하는 기간제교사들을 정규직 전환 대상에서 아예 제외하였습니다. 정규직화는커녕 해고로 내몰았습니다. 기간제교사들은 정규직 채용과 재계약을 미끼로 성희롱과 성폭력을 당해도 항의하지 못하고 학생들 앞에서 수업을 해야 합니다. 저는 이 역시 또 다른 형태의 죽음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상황에 놓인 교사들이 많을수록 학교는 참교육과 평등교육에 지장을 초래할 뿐입니다.
허울뿐인 문재인 정부의 정규직 전환 정책은 이렇듯 노동자들을 죽음으로 내몰고 있습니다. 이제 더 이상 노동자들이 일하다 죽는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책임자를 처벌하고 당장 외주화를 중단하고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는 것이 이 죽음에 대해 책임지는 것입니다. 이 청년의 죽음에 문재인 대통령이 확실하게 책임질 때까지 함께 투쟁합시다.
녹취: 양효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