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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 펜션 사고:
가스 누출에 대한 규제 자체가 없었다

수능을 마치고 친구들과 함께 들뜬 마음으로 여행을 떠났던 고등학생들이 참변을 당했다. 강릉 한 펜션에 묵었던 서울 대성고등학교 학생 10명이 일산화탄소에 중독돼, 그중 3명이 사망했다. 꿈을 채 펴 보지도 못한 학생들의 희생에 가족·친구는 물론이고 수많은 사람들이 가슴 찢어지는 슬픔을 느끼고 있다.

현재까지의 발표를 보면 펜션의 가스보일러 연통에서 일산화탄소가 새어 나와 실내로 유입된 듯하다. 일산화탄소는 무색 무취한데, 이곳에는 가스누출경보기가 설치되지 않아 학생들은 누출을 알아차리기 어려웠을 것이다. 사고 현장에 도착한 소방관이 측정한 일산화탄소의 농도는 정상 수치의 8배, 허용 기준의 3배가 넘었다고 한다.

가스 누출로 고등학생 세 명이 아까운 목숨을 잃었다 ⓒ출처 KBS뉴스

이 사건이 발생한 건물은 펜션인데, 민박과 펜션은 다른 숙박 시설과 달리 허가 시에 가스 누출에 대한 점검을 받지 않는다. 법률상 그렇다. 다중이 이용하는 숙박 시설에 대한 규제 자체가 없는 게 이번 사고의 직접적 요인인 것이다.

행정안전부가 올해 11월 발표한 것에 따르면, 가스보일러(도시가스, LPG)로 인한 사고는 최근 5년간(2013~2017년) 모두 23건인데, 14명이 죽고 35명이 다쳤다. 특히 배기통 이탈 등으로 유해 가스가 제대로 배출되지 못해 중독으로 이어진 사고가 17건(74퍼센트)이고, 사고 피해자의 98퍼센트가 일산화탄소 중독이었다. 당장에 올해 10월 한 캠핑장에서 가족 3명이 캠핑카 안에서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사망했다.

일산화탄소는 일상생활에서 생성되는 유독가스다. 보일러 사용자 개인의 주의만으로도 한계가 있다. 보일러와 연통의 손상을 보통 사람들이 육안으로 다 알아차리기 어렵기 때문이다. 게다가 우리 나라는 난방을 대부분 보일러로 한다.

따라서 정부가 책임지고 대책을 내놔야 한다. 그중 하나는 가스누출경보기 설치를 의무화하고 가정에는 무상으로 지급하는 것이다. 그러려면 안전과 생명을 위한 예산이 확대되고 인력을 대폭 늘려야 한다. 그런데 역대 정부들은 우회적으로 가스 민영화를 시도하며 반대 방향을 행해 왔다. 안전을 팔아 치우려 한 것이다.

한편, 이번 사고에도 다행히 생명을 보전한 학생 7명 중 2명은 의식을 잃은 채로 2시간 30분이나 걸려 원주에 있는 병원으로 이송돼야 했다. 고압산소치료실이 부족해서였다. 고압산소치료는 잠수병, 화상 치료, 일산화탄소 등 유독 가스 흡입 환자 치료 등에 쓰이는데, 이 시설을 갖춘 병원은 전국에 고작 21곳뿐이다. 이 때문에 응급상황에서 대형 병원으로 이송하느라 시간을 허비하고 치료의 때를 놓치는 경우가 생긴다. 이런 상황은 한국의 공공의료기관이 5.4퍼센트에 지나지 않는 현실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오히려 문재인 정부는 제주 영리병원 허용 등 의료 민영화로 나아가고 있다.

문재인은 대선 후보 시절 “국가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지겠다”고 했다. 그러나 실천이 중요한 법이다. 올해 9월에는 가스·건축·도로·소방 등 안전과 직결된 규제 완화를 포함한 규제프리존법을 통과시킨 데 이어 공공시설물에 민자 투자를 전면 허용하겠다고 한다. 이 정부가 생명·안전보다 기업의 이윤을 중시한다는 걸 스스로 인정한 셈이다. 정부의 안전 투자와 규제 대폭 강화가 필요한 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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