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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 펜션 사고:
정부는 엉뚱한 곳에 책임 돌리려 마라

12월 26일 경찰은 강릉 펜션 사고 수사를 위해 한국가스안전공사 강원 영동지사와 LPG 공급업체, 보일러 시공업체 등 4곳을 압수수색 했다. 사고의 원인을 철저히 밝혀내 책임을 제대로 물어야 한다.

이제까지의 단서만 보더라도 이번 사고는 일어나지 않을 수 있었다.

2014년 건물주는 보일러 시공을 무자격자에게 맡겼다. 보일러 연통이 어긋나 있었을 뿐 아니라 틈을 메워 주는 실리콘 작업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고 하니 애초부터 부실하게 시공된 듯하다. 또한 사고대책본부의 초기 발표와는 달리 건물이 불법 증축된 것으로 밝혀졌다. 건물 외벽에 있는 나무 발코니와 플라스틱 지붕이 보일러 배관에 영향을 줬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외부 공기가 들어가는 흡입 통로도 벌집으로 일부 막혀 있었다.

처음부터 제대로 검사를 했더라면 모두 조처를 취할 수 있었던 문제들이다. 그러나 강릉시는 가스공급업체의 보일러 점검 결과를 구두로만 통보받았다고 한다. 불법 증·개축은 세월호 참사를 비롯해 여러 참사 때마다 사고 원인으로 지목돼 왔지만 펜션에 대한 조처는 조사조차 이뤄지지 않은 듯하다. 한국가스안전공사는 사고 펜션의 가스 시설을 정기 검사했다고 주장하는데, 펜션 소유주와 운영자는 이것도 부인하고 있다.

올해 6월 한국가스안전공사 강원영동지사가 가스 시설을 점검하라는 공문을 가스공급업체들에 보냈지만 제대로 보고한 곳은 거의 없었다. 법규상 점검 보고가 의무가 아니기 때문이다. 사고 펜션에는 가스누출감지기가 설치돼 있지 않았는데, 농어촌 민박집에는 의무 설치가 면제된 덕분이었다.

문재인 정부 하에서 "안전한 사회 건설"은 공문구가 되고 있다. 그러는 사이 유은혜 교육부 장관(왼쪽)은 이번 사고의 책임을 흐리려다 교사들의 반발을 샀다. ⓒ출처 청와대

이렇듯 규제가 느슨한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보일러 관련 안전 검사 면제 범위는 점차 확대돼 왔다. 기업 이윤 확대를 위한 제조업 규제 완화의 일환이었다. 해마다 보일러 사고가 반복됐지만 사용자 스스로 잘 살피라는 것 이상의 제대로 된 정부 대책은 마련되지 않았다.

그런데 교육부장관 유은혜는 애먼 데 책임을 돌리려 한다. “우리 학교가 설마라고 생각하면서 아이들을 방치한 것은 아닌지 되돌아[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일선 학교에 체험학습 실태 조사를 하루 만에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교사와 학부모들이 학생들을 더 통제·관리했어야 한다는 이야기인데, 정부의 규제 완화와 부실한 안전 점검의 책임을 흐리려는 비열한 시도다. 박근혜 정부가 세월호 참사 직후 수학여행을 문제 삼던 것이 떠오른다.

오히려 이번 사고로 드러난 것은 “안전 때문에 눈물짓는 국민이 단 한 명도 없게 만들겠다”던 문재인의 말이 그저 말뿐이었다는 것이다.

정부는 친기업 기조를 분명히 하면서 규제 완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규제 완화라는 이름으로 안전이 희생돼 왔는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있다. 이윤과 효율을 앞세우다 발전 하청 노동자가 목숨을 잃었는데도 정부의 책임을 강화하겠다고 하기는커녕 민자 사업 확대를 부르짖었다. “깨끗하고 안전한 사회 건설”(문재인 대선 공약)이 문재인을 믿고 기다려서는 가능하지 않다는 것이 날로 분명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