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에서 준비중인 WTO 각료회의 항의 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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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11일, 홍콩민중동맹(HKPA) 활동가인 비엔(Bien)과 누럴(Nurul)이 한국의 사회단체 활동가들과 간담회를 열었다. 홍콩민중동맹은 홍콩노총, 교회, NGO, 각종 풀뿌리 단체, 이주노동자 단체 들이 포함돼 있는 WTO 대응 단체다.
두 사람은 2월 말 WTO 각료회의 대응을 위한 국제회의에서 결정된 사항들을 보고했다.
WTO 각료회담 이틀 전인 12월 11일에는 홍콩의 주요 시위 장소인 빅토리아 공원에서 대규모 집회가 열릴 것이다. 12월 13일 각료회담 개막일과 18일 폐막일에도 대규모 집회와 행진이 있을 것이다.
비엔과 누럴은 홍콩 경찰이 12월에 있을 WTO 각료회담 반대 시위에 대응하기 위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전했다.
홍콩 경찰은 ‘폭력시위’ 대응을 구실로 온갖 비민주적 방법을 동원할 태세다.
최근 홍콩민중동맹은 홍콩 경찰이 칸쿤 시위 참가자 명단을 확보한 사실을 밝혀내고 홍콩 경찰이 이들의 공항 입국을 방해할 수도 있음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홍콩 경찰은 해외 활동가들의 참여를 방해하기 위해 비자 발급 기간을 연장하는 일도 서슴지 않았다고 한다.
예를 들어 파키스탄 출신 활동가들은 일주일 만에 나오는 비자 발급 기간을 홍콩 정부가 3개월로 연장하는 바람에 홍콩 국제회의에 참가하지도 못했다.
비엔과 누럴에 따르면 홍콩민중동맹은 홍콩판 국가보안법에 반대하는 시위에 50만 명이나 모였던 사례를 들며 당시에 그 시위가 얼마나 평화적이었는지를 주장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출신의 활동가인 누럴은 홍콩 정부가 자신도 강제 추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용감한 활동가들은 홍콩민중동맹이 해외 참가자들을 성심껏 맞이하기 위해 준비중이라는 소식도 전했다. 한국 참가자들은 홍콩 노총이 ‘담당’할 계획이라고 한다.
질의 응답 시간에 다함께측 참가자는 “홍콩 시위 참가를 위한 한국 참가단 구성을 어떻게 생각하냐”고 질문했다. 두 활동가는 ‘강요할 일은 아니지만 분명 홍콩 조직자들의 수고를 더는 방안’이라고 답했다.
홍콩 경찰의 대응이 만만치 않을 거라는 점에서 국가별 참가단 조직은 경찰 탄압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공동행동의 좋은 수단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전농의 일부 활동가들은 간담회가 끝나고 이 아이디어를 크게 반기는 입장을 표하기도 했다.
두 활동가는 홍콩민중동맹의 목표가 WTO 궤도이탈(derail)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WTO라는 공룡 열차를 궤도이탈시키기 위해서는 우리의 투쟁 방향이 명료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둘이 소개한 홍콩민중동맹의 WTO 대응 방향은 생각해 볼 쟁점이다. 홍콩민중동맹은 WTO 안과 밖 모두에서 싸울 것을 결의했다고 한다.
물론 두 활동가는 홍콩민중동맹이 회담장 밖에서의 시위에 집중할 거라고 전했다.
그러나 WTO는 2천 명의 NGO 대표들을 각료회의장 안으로 초청했고, 홍콩민중동맹한테 13개의 방과 기자실을 제공하겠다는 약속까지 했다.
홍콩민중동맹은 이런 제안을 거부하지 않고 받아들이기로 했다. 장관들을 초대해서 세미나를 조직하는 방안을 고려중이라고 한다.
물론 행사장 밖 시위에 힘을 실어 주기 위해 소수의 활동가들이 회담장 안에서 항의와 선전을 하는 정도라면 반대할 이유가 없다. 그러나 2천 명은 결코 적은 수가 아니다. 자칫하면 ‘안과 밖 모두에서’ 행동하는 전략은 운동을 분열시킬 수도 있다.
WTO 각료회담 무산의 가장 중요한 동력인 회담장 밖의 항의 시위에 역량을 집중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