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 합의안, 압도적 표차로 부결되다
—
보수당을 퇴진시킬 투쟁이 필요하다
〈노동자 연대〉 구독
1월 15일 영국 총리 테리사 메이의 브렉시트 합의안이 하원에서 압도적 표차로 부결됐다. 메이 퇴진과 조기 총선이 확실시되고 있다.
1월 16일(영국 시각)에 제러미 코빈 노동당 대표가 제안한 내각 불신임 투표가 있을 예정이다. 이 투표에서 보수당이 패배할 경우 조기 총선이 열릴 듯하다.
[15일 표결에서] 메이의 합의안은 찬성 202표 대 반대 432표로 230표라는 기록적 표차로 부결됐다. 하원 역사상 최대 표차로 정부 안이 부결된 것이다.
이 때문에 타격을 입은 것은 메이와 보수당만이 아니다. 기성 정치 전반이 혼란에 빠져 있다. 하원의원들과 대중 사이의 간극이 유례가 드물게 커졌고, 대기업들이 정치적 통제력을 상실했음이 드러났다.
우리 편은 기회를 놓치지 말고 위기에 대응해야 한다.
유럽연합 강경 탈퇴파와 강경 잔류파가 모두 메이에 맞섰다.
영국 공식 정치는 적절한 유럽연합 탈퇴 방법을 모색하는 데 2년 넘게 몰두해 왔다. 이는 메이 내각의 핵심 과제였다. 메이는 바로 그것을 실패한 것이며, 따라서 즉각 퇴진해야 할 것이다. 보수당이나 하원의원들이 아니라 평범한 사람들이 스스로 원하는 정부를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
이제 온통 의회 내 책략에 쏠려 있던 관심을 돌려, 이 비틀거리는 정부에 맞선 투쟁으로 나아갈 때다.
2016년 당시 총리 데이비드 캐머런은 유럽연합 탈퇴 여부를 두고 국민투표를 시행했다. 캐머런은 국민투표로 보수당의 분열을 끝내고 대기업이 바라는 바를 이룰 수 있다고 봤다.
그러나 국민투표로 유럽연합 탈퇴가 결정된 후, 보수당은 오합지졸 수준으로 전락했다.
이제는 보수당을 위기에서 구제하거나 정부의 위기를 완화해 줄 “양당 간 회담”은 없을 것이 확실해 보인다.
노동계급과 노동자 조직들이 커다란 정치 위기의 향방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이 사활적으로 중요하다.
그러나 노동당과 노동조합 [지도부] 모두 거리와 작업장에서 행동을 적극 조직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이들은 진지한 대규모 동원 호소를 모조리 회피해 왔다.
이들이 뒤늦게나마 1월 12일 민중의회가 주최한 집회 같은 대중행동에 지지를 보낼 때도, 이들은 노동자들을 제멋대로 접었다 폈다 할 수 있는 주머니 속 칼로 여기는 듯했다. 어제까지만 해도 전혀 조직돼 있지 않다가도 24시간 전에 공지만 하면 거리로 쏟아져 나올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이는 바뀌어야 한다.
1월 16일 하원 표결에서 내각 불신임이 통과되기를 바란다.
인종차별
긴축과 인종차별로 얼룩진 정부는 끝장나야 한다. 그러려면 브렉시트 쟁점을 다른 계급 쟁점과 연결해야 한다.
1월 15일 브렉시트 합의안 하원 투표 전에 제러미 코빈은 이렇게 연설했다. “메이의 합의안은 우리 나라와 우리 경제에 나쁜 안입니다.”
그러나 “우리” 나라도, “우리” 경제도 아니다. 국가든 경제든 모두 기업주, 은행가, 정치인들이 운영한다. 이 자들은 빈곤층 1400만 명, 국민보건서비스(NHS)·복지·교육 예산 삭감, ‘유니버설크레딧’이라는 무시무시한 복지 개악, 기후변화, 거리에서 죽어가는 수많은 노숙자들한테 책임이 있다.
1월 15일 저녁 노동당은 [메이 안에 대한] 수정안을 발표해 메이가 “유럽단일시장을 위한 굳건한 합의안” 마련에 실패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어떤 수준에서든 유럽단일시장과 만만찮게 관계를 맺게 되면, 기업의 이해관계와 이윤 독점을 보호하는 규칙들을 수용하게 된다.
메이에 대한 반대는 기업이 아니라 노동계급의 이해관계에 기초한 요구로 표현돼야 한다.
우리는 유럽연합에, 보수당식 브렉시트에, 유럽단일시장에 반대한다. 우리는 이주의 자유를, NHS 예산 확충과 ‘유니버설크레딧’ 폐지를, 부유세를, 민영화된 산업과 서비스에 대한 재국유화를 지지한다.
이제껏 브렉시트를 둘러싼 논의는 저마다 다른 방식으로 대기업의 이해관계를 옹호하는 것들 사이의 논쟁으로 거의 전적으로 제한돼 있었다.
이제는 긴축과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브렉시트를 위해 투쟁해야 한다. 빈곤, 천대, 기후변화에 관한 내용도 이와 연결돼 있다.
이는 말잔치나 사소한 조처들 수준에서 전면적 항쟁으로 투쟁 수위를 올려야 한다는 뜻이다. 프랑스 노란 조끼 운동만큼 거대한, 아니 더 큰 투쟁이 필요하다.
보수당을 박살내고 사장들을 위한 체제에 맞서 싸우자.
추천 책
브렉시트, 무엇이고 왜 세계적 쟁점인가?
알렉스 캘리니코스 외 지음, 김영익·김준효 엮음, 책갈피, 156쪽, 6,5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