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 김정일 코드 : 브루스 커밍스의 북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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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코드 : 브루스 커밍스의 북한》브루스 커밍스, 따뜻한손
브루스 커밍스는 《김정일 코드》에서 북한의 과거 역사와 오늘날 상황을 조망하고 있다.
북한은 점령과 전쟁, 그리고 전쟁 위협에 시달려 온 국가다. 제2차세계대전 종전과 함께 일본군이 쫓겨난 후, 1945년 8월 38선을 따라 한반도를 분단해 미국과 소련의 영향권 하에 두자는 결정이 내려졌고, 불안정한 두 개의 국가가 건설됐다.
1950년 6월 25일 북한은 남한을 침공했다. 미국의 입장에서 이것은 일방적인 침략이었지만, 북한에게는 미국의 남북전쟁과 같이 통일을 위한 내전이었다.
미국은 북한군의 침략을 격퇴한 후, 이번에는 북한을 공격했고, 이어 중공군이 북한을 지원하기 위해 전쟁에 개입했다. 한국전쟁은 1953년 휴전협정이 맺어질 때까지 계속됐다. 비록 법적으로는 오늘날까지 미국과 북한이 전쟁중이지만.
휴전협정이 맺어질 때까지 3백만 명의 북한인, 1백만 명의 남한인, 1백만에 가까운 중국인, 그리고 5만 4천 명의 미군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의 폭격은 도시들을 초토화했다. 미국은 무자비하게 네이팜탄을 투하했고, 핵무기 사용을 심각하게 고려했다.
종전 이후 두 나라 사이의 국경선은 세계에서 가장 군사화된 지역 중 하나가 됐다. 미국은 상당수의 미군을 주둔시키고 있고, 휴전 협정을 위반하고 한반도에 핵무기를 도입했다. .
북한은 타협을 얻기 위한 협상 카드로 핵 프로그램을 개발해 왔다. 실제로 핵무기의 관점에서 이 프로그램이 얼마나 현실적인가는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미국의 역대 정부를 협상 테이블에 끌어들인 효과를 거둔 것은 사실이다.
이 책은 북한이 어떻게 미국의 위협을 인식했고, 이 때문에 얼마나 군사화됐는지를 매우 잘 보여 준다. 북한은 이스라엘을 제외하고 전체 인구 중 군에 복무하는 사람의 비율이 가장 높은 국가다.
커밍스는 ‘주체’ 사상이 지도하는 북한의 정치와 경제 발전을 설명한다. 주체란 국가가 정치와 경제 생활의 모든 분야에서 자립해야 한다는 사상이다. 북한의 국가 주도 경제는 오랫동안 성장했고, 한때 남한 경제를 능가하기도 했다.
그러나 무역 파트너였던 소련이 붕괴하고, 자연 재해가 반복되면서 경제 공황과 기아가 발생했다. 식량난으로 인한 사망자 추정치는 20만∼3백50만 명까지 다양하다.
북한은 자국의 통화를 국제 환율 수준과 맞추려고 노력하는 것으로 대응했지만, 인플레이션만 발생했다. 또, 연안에 시장 자본주의를 실천하는 ‘특별행정구역’을 건설하기 시작했다.
브루스 커밍스는 북한 사회의 계급적 특성, 민주주의의 부재와 지도자 개인숭배 등을 다루고 있다. 개인적으로 북한의 계급 분단과 정권의 특성 부분이 더 자세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커밍스는 북한에 대한 미국 우익의 악선전에 도전하기 위해 이 책을 쓴 것이 분명하다. 그래서 그는 북한의 계급적 특성·정권 성격·경제 상황 등을 신중히 평가한 후, 미국이 지원하는 다른 정권들과 비교했을 때 북한이 특별한 ‘악마’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김정일 코드》는 북한을 미국 우익처럼 병적으로 비난하거나, 스탈린주의자들처럼 무턱대고 찬양하지 않는 책이 드문 현실에서 ‘악의 축’의 일원인 북한에 관한 입문서를 찾는 사람에게 좋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