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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
노동자·학생 활동가 탄압에 맞선 항의가 계속되다
지지와 연대를!

석달 전인 2018년 11월 20일, 필자는 ‘중국 정부가 노동자·학생 운동 탄압을 강화하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기고했다. 자스커지(佳士科技, Jasic Technology)라는 기업의 노동자 투쟁과 이들을 지원하는 학생들의 이야기였다.

그 뒤로도 중국 정부의 탄압은 계속됐다. 최근에는 이들에게 지지와 연대를 보내는 운동이 국제적으로 번지고 있다(페이스북 페이지 Global Support for Disappeared Left Activists in China, 동아시아국제연대 참조).

〈중국 노동자 통신〉(China Labour Bulletin)은 지난 연말에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올해 중국 노동자 운동의 하이라이트이자 세계 언론의 헤드라인을 가장 크게 장식한 노동쟁의는 노동조합을 설립하겠다는 선전시 [자스커지] 공장 노동자들의 소박한 요구에서 시작됐다.”

지난해 상반기, 자스커지의 관리자들은 운동을 이끄는 노동자 활동가들을 해고하고, 이들의 공장 재진입 시도를 막으려 공안[경찰]까지 불러들였다. 그러자, 노동자 투쟁은 거침없이 확대됐다. 2018년 7월 27일 노동자 30여 명과 그 지지자들이 구금됐는데, 일부는 풀려났지만 노동자 넷은 여전히 어딘가에 갇혀 있다.

이런 체포·구금 물결은 중국 전역에서 학생 활동가들에게 연대감을 불러일으켰다. 학생들은 선전시 주변으로 몰려들어 자스커지 노동자들과 적극적으로 연대하기 시작했다. 공안 당국이 대규모 체포(현재까지 29명이 행방불명됐다)를 통해 그 운동을 제압하려 했지만 연대는 확산 중이다.

구금됐다가 18시간 만에 풀려나 연대에 감사를 표하는 베이징대학 학생들

지난달 28일에는 베이징 공안이 베이징대학교 학생들을 체포해 가는 일을 벌였다. 이들은 교내 마르크스주의 동아리에서 활동하는 학생들이다. 이 학생들이 마르크스주의와 “중국 특색의” 마르크스주의 사이에 큰 차이가 있다는 입장을 잇따라 표명하자 학교 당국이 이 모임을 장악해 어용 동아리로 둔갑시키려 했다. 학생들은 그것에 맞서 항의하던 중이었다.

이 사건이 일어나기 직전에는 동아리 회장인 추잔쉬안 씨가 중국 공산당의 옛 지도자 마오쩌둥의 생일(12월 26일)을 기념했다는 이유로 구금됐다. 중국 정부는 현재 중국 국가의 원조인 마오쩌둥을 기렸다는 이유로 학생을 잡아간 것이다. 이를 데 없는 모순이다.

지난 기사에서도 설명했듯이, 구금된 자스커지 노동자들과 연대하던 학생 활동가 50여 명이 지난해 8월 24일 새벽 5시에 진압 장비를 갖춘 공안의 습격을 받고 체포됐다. 체포된 사람들 가운데는 이미 구금됐다가 풀려난 자스커지 노동자 셋도 포함돼 있었다.

베이징대학 출신의 노동자 활동가 웨신 씨

이들 가운데 한 명인 웨신 씨는 베이징대학교 졸업생인데, 해외로 유학을 가는 대신 자스커지 공장에 취업해 생산직 노동자가 됐다. 한국으로 치면 “학출 노동자”가 된 것이다. 지난해 8월의 습격 이후 그녀의 행방은 지금껏 묘연하다. 이것이 베이징대학교 마르크스주의 동아리 학생들이 구속자 석방 운동도 벌이게 된 결정적 계기였다.

중국 특색?

2018년 내내 중국 공산당은 카를 마르크스 탄생 200년을 대대적으로 기념했다. 공산당은 베이징에서 국제 학술회의란 이름으로 대규모 당 회합(기념식)을 개최했다. 마르크스의 출생지인 독일에 거대한 동상을 세우는 데 자금을 댔다. 젊은 층을 겨냥한 ‘마르크스가 옳았다’(马克思是对的)라는 제목의 티브이 시리즈를 만들어 국영방송(CCTV)으로 내보냈다. 최근에는 마르크스의 삶을 자기네 시각으로 조명한 ‘바람을 다스리는 지도자’(领风者)라는 애니메이션 시리즈도 공개했다.

중국 주석 시진핑은 지난해 5월 베이징에서 열린 마르크스 탄생 200년 기념식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역사와 인민이 마르크스주의를 채택한 것은 전적으로 옳습니다. 중국 공산당이 오성홍기에 마르크스주의를 쓰고, 중국의 현실과 마르크스주의의 기본 원리를 결합한 원칙을 고수하고, 계속해서 마르크스주의를 중국의 맥락과 시대에 맞게 조정한 것도 전적으로 옳습니다.”

그러나 30명이 넘는 걸출한 학자들은 베이징에서 열릴 ‘2019 세계 마르크스주의 대회’를 불참하기로 결정했다. 그중 한 명인 세계적 석학 노엄 촘스키는 “중국 정부의 게임에 연루”되기 싫다고 말했다.

철학자 슬라보예 지젝도 중국 정부를 규탄하며 “중국에서 조직되는 마르크스주의 행사에 절대로 참가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도 그럴 것이, 중국은 세계에서 제일 큰 제조업 경제이자 국제적 투자자이면서, 동시에 노동계급을 고도로 착취하는 자본주의 국가이기 때문이다.

한 SNS에는 베이징대학교 마르크스주의 동아리에 대한 탄압에 대해 다음과 같이 신랄하게 일갈하는 글이 게시됐다. “마르크스가 지금도 살아 있다면, 그는 중국 공산당에게 체포돼 종신형을 선고받았을 겁니다. 그는 출판·언론·사상의 자유를 옹호하기 때문입니다.”

안타깝지만 이런 종류의 SNS 글들은 중국 당국에 의해 번번이 삭제되고 있다.

다시금 강조하건대, 시진핑 정부는 당장 이 활동가들을 석방해야 한다.

이 소식이 점점 국제적으로 확산되고 연대의 손길도 늘어나고 있다는 점은 매우 반가운 일이다. 한국의 좌파와 활동가들도 중국 정부를 규탄하고 중국 노동자들과 학생들에게 지지와 연대를 보내자.

더불어, 중국 내 노동자 운동이 정치화할 수 있는 가능성, 마오쩌둥주의를 표방하는 마르크스주의 학생들이 고전적 마르크스주의 전통과 가까워질 수 있는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상황을 추적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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