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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정부가 노동자·학생 운동 탄압을 강화하다

중국에 관심 있는 활동가라면 그 땅에서 노동자 투쟁이 심심찮게 벌어지고 있다는 것을 한 번쯤은 들어 봤을 것이다. 한국의 옛 ‘노동 야학’을 떠올리게 하는 노동 엔지오의 활동도 눈에 자주 띈다.

중국이 “사회주의”라는 거짓 이미지 때문에 반문하는 사람도 더러 있겠지만, 이제 중국 노동자 투쟁이 빈번하다는 사실 자체는 반박이 불가능할 정도다. 부상하고 있는 노동자 운동이 전국적·정치적 운동으로 변모할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말이다.

최근 들어 중국 정부가 휘두르는 칼날도 예사롭지 않은데, 이조차 중국 ‘인민’의 일상이 고되고 불만이 높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다.

그중 세계 언론과 중국 내 진보 단체들이 요새 주목하고 있는 사건 하나를 소개하려 한다. 바로 자스커지(佳士科技, Jasic Technology)라는 기업의 노동자들과 이들을 지원하는 학생들의 이야기다.

집회 중인 자스커지 노동자들과 지지자들 ⓒChina Labour Bulletin(중국 노동자 통신)

2005년에 세워진 자스커지는 산업용 용접 장비를 제조하는 민영기업으로 광둥성 선전시 등지에 자리 잡고 있고, 선전증권거래소에 상장도 돼 있다. 이곳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저임금, 열악한 노동조건(화장실 사용 횟수도 제한!), 관리자의 폭력 등에 시달려 왔다.

올 5월 이들은 관리자의 폭력에 대항하는 최상의 방법이 노동조합을 설립하는 것임을 깨달은 뒤, 선전시 핑산구 지역의 중화전국총공회[중국의 공식 노조 연맹체, 이하 전총]에 도움을 요청하기로 결정했다.

공장 내 활동가들은 노조 설립 신청서를 내기 위해 89명의 노동자들한테서 서명을 받았다(전체 노동자의 약 10퍼센트). 불과 2주 만에 해낸 일이었다.

6월 초에 이들은 이 신청서를 핑산 지역 전총에 제출했지만 지역 전총 간부들이 도움 요청을 거절했고, 오히려 그 간부들은 자스커지 관리자들과 결탁해 활동가들을 배제한 친기업 ‘황색’ 노조를 만들려 했다. 7월 16일 몇몇 노동자들이 해고되고 폭력배들에게 구타당하는 일이 벌어졌다. 7월 20일에 그 노동자들이 공장 재진입을 시도하자 공안[경찰]이 개입해 이들을 아예 체포해 버렸다.

곧바로 동료 노동자들과 지지자들이 구금 소식을 SNS로 전파하기 시작했고, 체포된 노동자들은 다행히 풀려났다. 활동가들이 공장과 공안국[경찰서] 밖에서 정기적 집회를 이어 나가자 이번에는 노동자와 지지자 30명이 “먼저 싸움을 걸었다”는 이유로 7월 27일에 또 잡혀 갔다.

이런 상황에도 노동자들과 지지자들은 싸움을 멈추지 않았다. 특히 학생들이 선두에 서서 노동자들을 방어하고 나섰다. 결국 8월 초에 일부 노동자들이 석방됐지만 아직 14명이 감옥에 남아 있고, 시위를 주도한 여학생인 선멍위 씨도 8월 11일 정체불명의 괴한들에게 붙잡혀 갔다. 8월 말에는 친기업 노조 설립이 인가되기도 했다. 지지자들은 중국 정부가 인터넷 검열과 경찰 개입을 강화해 자신들의 목소리를 억누르려 한다며 우려를 표하고 있다.

8월 24일 새벽 5시, 구금된 자스커지 노동자들을 지원하던 학생 활동가 50여 명마저 진압 장비를 갖춘 공안의 습격을 받고 체포됐다(체포된 사람들 가운데는 이미 구금됐다가 풀려난 자스커지 노동자 셋도 포함돼 있었다). 학생들은 선전시와 이웃한 후이저우시에서 숙소를 임대해 함께 생활하고 있었다. 베이징대학, 런민대학, 난징대학 등에서 저마다 광둥성으로 모여든 학생 활동가들도 아닌 밤중에 날벼락을 맞은 것이다.

실종

9월 3일에는 구금된 노동자 넷(위진충·미주핑·류펑화·리잔)이 “군중을 동원해 공공질서를 어지럽혔다”는 이유로 공식 기소됐다(몇몇은 모처에 연금되기도 했다). 이들은 10월 1일부터는 변호사 접견조차 받지 못하고 있다. 변호사 가운데 한 명은 지역 당국한테 해당 사건을 포기하라는 압력을 받고 있다. 붙잡힌 학생 활동가들 중에 11명도 아직 구금돼 있다고 한다. 런민대학에서 자스커지 노동자들에 대한 지지를 표명한 학생 몇은 학교 당국에게 처벌을 받았다. 실종된 동문을 찾으려고 운동에 나섰던 베이징대학 학생들도 학교로부터 “불법 활동을 단속하려는 정당한 법 집행이니 관심 두지 말라”는 경고를 받았다.

이뿐 아니다. 지난 며칠간 최소 5개 도시에서 정체 모를 남성들이 학생 활동가들을 찾아 나섰다. 주로 중국에서 이름난 대학을 최근 졸업한 사람들을 겨냥한 것이었다. 예컨대, 11월 9일 금요일 밤 10시에 괴한들이 베이징대학 캠퍼스에 들이닥쳤고 장성예 씨를 쫓았다. 그는 근래에 베이징대학을 졸업했고, 자스커지 노동자 지지 캠페인의 주요 대변자였다. 검은 옷을 걸친 남성들은 장성예를 때려눕히더니 차에 태워 몰래 달아났다. 말 글대로 실종이다.

〈파이낸셜 타임스〉 11월 12일 자에 따르면, 이 일련의 사건은 “2015년 이후 가장 큰 체포 물결”임과 동시에 “3년 전 인권 변호사 250명가량을 탄압한 이래로 가장 조직적인 것”이다.

현재 중국 정부는 미국과의 무역 전쟁과 지정학적 경쟁이라는 소용돌이에 휘말려 있다. 전방위적 경기 부양책이 막대한 부채 문제를 심화시키고 있으며, 남중국해·동중국해를 둘러싼 갈등도 갈수록 태산이다. 그런 데다가 중국 정부는 2035년까지 “사회주의 현대화”를 실현해 나가고, 2049년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100주년에 맞춰 “현대 사회주의 강국”을 선포해야 하는 과제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불굴의 용기로 자신의 노동권을 지키려는 노동자들과 “마르크스주의자이자 마오쩌둥주의자”를 자처하며 그들과 연대하는 학생들의 목소리는 (대내외에 국력을 과시해야 하는 중국 지배자들에게는) 눈엣가시일 게 뻔하다. 노·학 연대가 극적으로 표출된 1989년 톈안먼 항쟁은 중국 정부가 여전히 가장 두려워하는 시나리오이기도 하다.

국제주의

한국의 좌파들도 중국 내부의 이런 동향에 꾸준히 주목해야 한다. 자스커지 노동자들의 투쟁이 앞으로 다른 부문의 노동자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주목해야 한다.

물론 “새 세대 사회주의자”들의 출현이나 “독립 노조” 설립 시도를 과장하기만 해선 안 될 것이다. 학생들은 (흔히 동아리를 만들어) 마르크스주의를 표방한다는 점에서 매우 긍정적이지만, 한편에는 마오쩌둥에 대한 환상도 품고 있다는 점에서 나름의 혼란이 있을 것이다. 이들을 고전적 마르크스주의로 이끌 수 있는 수단이 필요하다.

그리고 국유기업 등에 속한 기존 전총의 노동자들과 새로운 노동자들이 어떻게 단결할 수 있는지를 고려해야 한다. 중국 정부의 탄압과 감시 강화가 사람들의 반발을 사는 면도 있지만 아직은 꽤 효과적인 통제 수단이 되고 있다는 점도 염두에 둬야 한다. 상황은 그리 단선적이지 않다.

확실한 건 중국의 노동자 투쟁은 더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라는 점이고, 중국 정부는 투쟁에 나선 노동자·학생들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시진핑 정부는 당장 이 활동가들을 석방해야 한다.

끝으로, 허구한 날 한국 정부에 노동운동 탄압을 더욱 강화할 것을 주문하는 〈조선일보〉가 이번 사건을 보고 “사회주의 국가 아이러니”(11월 15일 자) 운운하는 건 역겨운 위선일 뿐이다.

자스커지 노동자들을 지원하던 학생들 ⓒChina Labour Bulletin(중국 노동자 통신)

※ 이 기사는 주되게 China Labour Bulletin(중국 노동자 통신)을 참고해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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