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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원 휴업 사태는 유치원 3법 논쟁의 전초전:
사립 유치원 횡포 막으려면 국공립 대폭 확대해야

최근 학부모들의 가슴을 졸이게 한 유치원 개학 연기 사태는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가 한발 물러서면서 일단락됐다.

비리를 저지르고도 반성하기는커녕 적반하장으로 유치원이 “사유재산”이라고 주장한 한유총을 규탄하는 여론은 매우 컸다. 최근 교육부의 여론조사를 보면, 한유총이 반대한 ‘유치원 3법’, 국가회계시스템 ‘에듀파인’ 도입, 국공립 유치원 확대를 지지하는 여론이 80퍼센트를 넘었다.

분노한 학부모들의 항의도 잇따랐다. 경기도 용인시에서는 학부모 200여 명이 거리 시위를 했다. 곳곳에서 유치원에 항의 방문을 하거나 항의 전화를 하는 일도 벌어졌다. 그 결과 애초 휴업에 동참하겠다고 했던 유치원들도 휴업을 철회하거나 ‘자체 돌봄’을 제공하는 등으로 후퇴했다.

한유총의 행태에 공분이 컸다 3월 3일 용인지역 학부모 시위 ⓒKBS 뉴스

이런 분위기 속에서 교육부는 강경 기조를 유지했고,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한유총의 설립 허가를 취소하겠다고 했다. 과거 노무현 정부 집권 중반에 우파의 압력에 밀려 사립학교법 개악에 합의한 것은 정권의 위기를 낳는 계기가 됐었다. 정부는 이번에는 같은 일을 반복해서는 안 된다고 본 듯하다.

정부의 강경한 대응으로 이번 휴업 사태는 마무리됐지만, 사태가 이렇게까지 발전한 데는 사립 유치원에 타협적인 정부 정책이 있었다는 점을 봐야 한다. 예를 들어, 2017년 9월 한유총의 휴업 사태 때는 당시 국회의원이던 현 교육부 장관 유은혜가 나서서 유치원 회계시스템 구축을 후퇴시키는 방향의 중재를 했었다.

더 근본에서는 역대 정부들이 유아 교육을 확대하면서 정부가 책임지지 않고 시장에 의존하는 방식을 택한 문제가 있다. 지난 몇 년간 국공립 유치원이 늘기는 했지만, 전체 유치원생(2018년 기준 67만 5998명) 중 국공립 유치원생의 비율은 25.5퍼센트로 OECD 꼴지 수준이다. 그러다 보니 사립 유치원들이 아이들을 볼모로 삼아 이익을 추구하는 일이 끊이지 않는 것이다.

지난해 10월 사립 유치원들의 비리가 폭로된 이후에도 개혁의 속도는 매우 더디다. 민주당은 유치원 비리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유치원 3법을 발의했지만 자유한국당의 반대 때문에 연말 국회 입법은 좌초했다. 이후 패스트트랙 절차에 따라 입법이 추진 중이지만 민주당의 타협 때문에 비리에 대한 처벌 수준은 크게 후퇴한 상황이다.

국공립 유치원도 여전히 부족하다. 정부는 국공립 유치원을 당초 계획보다 늘려 올해 총 1072학급 증설해 국공립 유치원생을 2만 1440명 늘리겠다고 한다. 그러나 이 계획이 다 실행되더라도 전체 유치원생의 3.1퍼센트만이 추가로 국공립 유치원에 다니게 되는 것이다.

사회주의 교육?

한유총은 정부의 정책이 추진되면 사유재산이 “몰수”되는 것이고, “사회주의 교육”이 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정부가 실제 추진하려는 정책은 사회주의와는 전혀 거리가 먼 그저 매우 미흡한 개혁에 불과하다.

진정으로 유아 교육이 개선되려면, 이를 시장에 맡기지 말고 국공립 유치원이 전적으로 담당해 무상으로 양질의 교육을 제공해야 한다. 유아 교육을 정부가 책임질 때에야 개별 가정에 맡겨진 (날이 갈수록 커지는) 재정 부담과 주로 여성에게 떠넘겨지는 육아 부담도 줄일 수 있다.

그래서 (소련·북한처럼 국가자본주의로 왜곡된 사회가 아니라) 진정한 사회주의를 추구하는 사람들은 “육아의 사회화”를 주장해 왔다. 1917년 러시아 혁명이 아직 패배하기 전인 혁명 직후 당시로선 획기적인 조치로서 공공 탁아소가 대규모 설치됐다. 아동 복지는 물론이고, 여성들의 자유가 크게 늘었다.

이번에는 한유총이 패배했지만, 이번 사태는 일종의 예고편이다. 문재인 정부의 우경화 속에 우파들의 기가 살아나면서 작은 개혁조차 반대하며 집단 행동을 벌이는 우익적 시도는 앞으로 늘어날 수 있다. 당장 ‘유치원3법’ 문제는 3월 국회에서부터 쟁점이 될 수 있다.

노동계급의 투쟁이 강화돼 계급 세력관계를 전진시키는 것에 이들에 맞서는 진정한 힘이 있을 것이다.

유아 교육에서도 사립 중심 구조가 유지된다면 이번과 같은 사립 유치원의 횡포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 제대로 된 유치원 개혁 입법과 함께 국공립 유치원을 대폭 확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