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함께〉 제56호에 실린 “교원평가제 논쟁” 기사는 전교조의 투쟁을 지지하면서도, 학생들의 독립적인 교사 평가는 시행돼야 한다고 말한다.
물론 내 경험에 비춰 보더라도, “학생들은 교육부와 학교 당국에 대한 불만도 높지만 체벌과 폭언, 성추행을 일삼는 소수의 교사들에 대한 불만도 높다.” 그리고 교육의 수혜자인 학생은 누구보다도 자신들이 원하는 학교가 무엇인지 정확히 알고 있다.
그러나 학생들이 원하는 수업, 교사의 자질이란 도대체 무엇일까? 친구의 공책을 찢으면서까지 1등급으로 올라가야만 하는 현실에서 학생들은 무엇을 원할 것인가? 씁쓸하게도 학생들은 ‘어쩔 수 없이’ 대학가는 데 도움이 되는 내용의 수업을 원하게 될 것이다.
평가의 주체 여부를 떠나, 교원평가제가 도입되면 교사들은 좋은 자료를 서로 공유하지 않을 것이고, 서로의 눈치를 보고 서로 경계하게 될 것이다. 요즘 고등학생의 ‘공책 안 보여주기’, ‘시험범위·내용 안 가르쳐주기’ 같은 무시무시한 ‘유행’이 곧바로 교사들의 것이 될지도 모를 일이다.
이쯤 되면, “‘인성교육’은 언제, 어디에서 제 구실을 다할 것인가”, “교사들의 설 자리는 어디인가”란 물음이 제기될 수 있다.
또, 교사-학생간 위계 질서를 말한다면 이는 교사들에게만 책임지울 문제가 아니다. 문제는 경쟁을 강화하고, 학벌사회를 공고히 하려는 교육 제도 그 자체다.
교사를 평가하는 주체가 학생이더라도, 그것이 내포하고 있는 문제는 별반 달라지지 않는다. 우리는 학생만큼이나 상대적 약자인 교사들도 방어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