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호나이스 수리설치 노동자, 첫 전면 파업으로 삭감된 임금 중 월 30만 원 회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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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기 등 생활가전 업체 청호나이스의 설치·수리 노동자들(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청호나이스노조)이 파업 열흘 만에 임금 인상과 유류비, 식대 등을 쟁취했다.
지난해 청호나이스는 특수고용노동자였던 설치수리 노동자들을 자회사 나이스엔지니어링으로 전환했다.
그러나 “이제 정규직”이라는 사측의 말과 달리, 자회사 전환 후 노동자들의 처우는 더 악화됐다.
월평균 490만 원 받던 임금이 190만~235만 원까지 떨어졌다. 160건 이상 처리하면 건당 7천 원의 수수료를 받지만, 노동자들의 전국 평균 처리 건수는 172건 정도다. 사실상 임금이 반토막 난 것이다.
게다가 차량 기름값(유류비), 식대도 지원받지 못했다. 기본급이 200만 원가량인데, 유류비가 70만 원씩 나오는 상황이었다. 이런 비용들을 제하고 나면 노동자들의 시급은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었다.
노동자들에게 제품 영업 압박도 가해져 왔다. 사측은 노동자들에게 제품 판매 일일 목표를 주고 어떻게든 강매를 시켰다. 판매하지 못하면 밤까지 퇴근할 수도 없었다.
이런 열악한 처지에 울분이 쌓여 온 노동자들은 3월 21~22일 연차 파업 후, 25일부터 전면 파업에 돌입했다. 전체 노동자 900명 중 조합원 800명가량이 파업에 나섰다. 전 조합원의 94퍼센트가 이탈 없이 파업에 동참할 정도로 분노가 높았다.
처음에 사측은 1인당 3만 원가량 임금을 인상하겠다는 턱없이 부족한 안을 내놨다. 그러나 파업 효과가 나기 시작하자 사측은 양보안을 내놓았다.
이도천 위원장은 이렇게 말했다.
“파업 첫날 AS가 4500건이 발생했는데, 1500건 밖에 처리되지 못했습니다. 비노조원, 사업처장(관리자), 본사 정규직이 모두 투입됐지만 역부족이었던 것이죠. 파업 기간 동안 AS(수리)는 2만 건가량이 밀렸어요. 처음에는 AS 방문 날짜를 미루는 것으로 대응했을 텐데 기간이 길어질수록 제품을 아예 취소하는 경우들이 생겨난 거죠. 이런 게 사측에 압박이 됐을 겁니다.”
그 결과, 160건 기준 30만 원가량의 임금 인상을 쟁취했고, 유류비 10만 원, 식대 5만 원을 지급받게 됐다. 첫 파업으로 소중한 성과를 얻어낸 것이다.
이도천 위원장은 “우리의 목소리를 전달할 수 있는 부분이 생겼구나 하는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하고 현장의 분위기를 전했다.
물론 앞으로의 과제도 있다.
“160건을 채우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에요. 그래서 기본급을 올리고 호봉제를 제대로 도입해야 합니다. 산업 안전 문제도 있습니다. 노동자들이 사다리를 타다가 넘어지기도 하고, 벽을 뚫다가 함마[해머드릴]가 돌아가서 이가 부러지기도 합니다. 그런데 사측은 안전 문제에선 마스크 하나 지급하는 게 다입니다.”
청호나이스 노동자뿐 아니라 동종업계인 SK매직 노동자들이 먼저 노조를 만들었고, 얼마 전 코웨이에서도 수리설치를 담당하는 특수고용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만들고 노조 필증을 얻기 위한 투쟁에 나섰다.
이도천 위원장은 투쟁에 나선 수리·설치 노동자들에게 함께 싸워 나가자고 호소했다.
“수리·설치 노동자들이 낮은 임금과 사측의 일방적인 지시 등으로 노예 같은 회사 생활을 해 왔어요. 앞으로는 돈 버는 기계가 아니라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도록 하는 직장을 만들 수 있어야 합니다. 개인으로는 어렵죠. 함께하면 이 업계를 바꿔 나갈 수 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