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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평 〈바이스〉:
냉혹한 제국주의 전쟁광의 생애를 다룬 블랙코미디

ⓒ출처 영화 〈바이스〉 스틸컷

미국 전 부통령 딕 체니는 1991년과 2003년 두 차례에 걸친 미국의 이라크 침공에 앞장선 자들 중 하나였다. 딕 체니는 1991년 걸프전 당시 조지 H W 부시(아버지 부시)의 국방장관이었고, 2003년 이라크 전쟁 당시 조지 W 부시(아들 부시)의 부통령이었다.

영화 〈바이스〉는 제국주의 전쟁광 딕 체니의 생애(아쉽지만 아직 살아 있다)를 중심으로 미국 지배자들의 추악함을 폭로하는 영화다.

딕 체니는 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캄보디아 폭격을 지시하고, 미국에 비판적인 사람들을 납치·구금하라고 명령한다. 반면 법정공휴일 연장이나 환경·수질오염 규제에는 모조리 반대표를 던진다.

영화는 2003년 이라크 침공으로 가는 길을 가장 비중 있게 다룬다. 딕 체니는 2001년 9·11 테러를 구실 삼아 아프가니스탄·이라크 침공을 결정한다.

미군이 이라크에서 민간인 수십만 명을 학살하는 와중에도 딕 체니는 이라크 전쟁을 비판하는 미국인들을 향해 뻔뻔스레 말한다. ‘내가 너희 가족과 사랑하는 사람들을 지켜 줬는데 사과하라고?’ 그러면서도 자신이 최고경영자(CEO)를 지냈던 핼리버튼의 이라크 내 이권 확대를 묵인한다.(딕 체니는 부통령 임기가 끝난 후 매년 15만 달러를 핼리버튼에게서 받기로 돼 있었다.)

영화는 미국이 이라크 수렁에 빠지면서 위기에 몰린 부시 정부가 이란 확전을 검토하는 장면도 적절히 배치한다. 또 미국의 이라크 침공 이후부터 ‘이라크·시리아 이슬람국가’(ISIS, 아이시스)가 등장하는 궤적을 추적하기도 한다.

영화는 딕 체니의 비정함도 생생히 폭로한다. 딕 체니는 위기에서 살아남으려 정치적 스승격이었던 도널드 럼스펠드를 실각시킨다. 또, 레즈비언인 딸 메리 체니를 위해 동성 결혼에 반대하지 않는 듯하다가도, 자신이 위기에 몰리자 또 다른 딸인 엘리자베스 체니(딕 체니의 정치적 후계자이기도 하다)가 동성 결혼 반대 입장을 취하도록 지시한다.

영화에서 딕 체니와 그의 동료들·경쟁자들의 추악한 면모는 배우들의 연기와 블랙코미디가 적절히 어우러지는 가운데 충격적으로 표현된다.

모략

영화는 미국 기성 정치권의 모략과 술수의 결과로 서로가 서로를 위기에 빠뜨리는 이전투구 난맥상을 잘 전달한다. 그런데 이들의 위기는 대중운동으로 강제된 것이기도 했다. 조지 부시, 딕 체니, 도널드 럼스펠드 등 부시 정부 주요 인사들이 정치 위기에 빠진 것은 이라크 전쟁 반대 운동 때문이었다. 〈뉴욕 타임스〉조차 미국 제국주의라는 “수퍼 파워”에 맞선 “또 하나의 수퍼 파워”라고 묘사했던 이 운동은, 약 1500만 명이 전 세계 곳곳에서 미국의 이라크 침공에 반대해 같은 날 시위를 벌인 세계사적 운동이었다.

이런 역사와 현실의 여러 측면을 두루 다뤘다면 영화가 더한층 풍성했을 법하다. 부시 정부가 시작한 전쟁을 지속한 오바마 민주당 정부에 관한 언급이 없는 것도 아쉬운 부분이다.

그럼에도 〈바이스〉는 제국주의 지배자들의 추악한 면모를 촌철살인으로 찌르는 좋은 영화다. 미국 현대사를 잘 모르는 학생·청년들이 보기에도 영화적 재미가 충실하다. 하지만 영화를 본 후 하워드 진의 명저 《미국민중사》(특히 2권) 같은 책도 함께 읽는다면, 영화에서 폭로한 수많은 내용을 곱씹고 미국 제국주의의 역사를 더 잘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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