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면세점 판매 노동자 기자회견:
“우리도 화장실 좀 가고 싶습니다”
〈노동자 연대〉 구독
4월 22일 오전 11시,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화장품 판매직 노동자들(민주노총 서비스연맹 화장품 노동조합 연대)이 “우리도 화장실 좀 가고 싶습니다”며 기자회견을 열었다.
번쩍거리는 백화점과 면세점 안에서 일하는 화장품 판매 노동자들은 눈앞에 있는 화장실을 이용할 수 없다. 백화점과 면세점 화장실은 법령상 공중화장실로 누구든지 이용할 수 있지만 사측은 ‘고객용 화장실’과 ‘직원용 화장실’을 구분해 직원들의 고객용 화장실 사용을 금지해 왔다. 직원용 화장실은 개수가 훨씬 적고 멀어서 사용하기 너무나 불편하다.
노동자들은 기자회견에서 “18세기에나 요구하던” 화장실 이용 권리를 “21세기인 지금도 요구해야 하는 현실”을 개탄하며 분노에 찬 발언을 쏟아냈다.
한국시세이도 노동조합 김연우 위원장은 여성 노동자들의 절박한 현실을 폭로했다.
“생리대도 제때 교체 못해 피부염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임산부 역시 무거운 몸을 이끌고 힘들게 화장실을 다녀옵니다. … 고객에게는 최고의 시설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백화점이 그 안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에게는 인간의 기본적인 생리 현상도 해결할 수 없게 만들어 건강을 해치고 있습니다.”
부루벨코리아노조 박가영 사무국장도 열악한 현장을 고발했다.
“직원용 화장실의 개수가 근무하는 노동자에 비해 현저하게 부족합니다. (사실상) 수십 명이 1칸을 사용해야 합니다. 휴게실과 화장실이 맞붙어 있어 마음 편히 이용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하 5층까지 내려가 물류창고 옆으로 내려가 사용하기도 합니다. 입점객일 때는 너무나 쉬운 일[화장실 사용]이 노동자일 때는 왜 이렇게 힘들어야 하는지 납득이 되지 않습니다. … 한 칸뿐인 화장실을 이용하기 위해 줄을 서거나 기다리는 시간이 길면 이내 포기하고 돌아오기 마련입니다. 자연스레 물을 마시는 것도 포기하고 있습니다.”
노동자들은 생리현상이 급해도 백화점 평면도에는 드러나지도 않는 직원용 화장실을 찾아 가야 했다. 서비스연맹 조사에 따르면 “직원용 화장실 이동 시간은 고객용 화장실 이용 시간에 비해 2~2.5배 더 걸린다”고 한다.
노동자들은 절절하게 고통을 호소해 왔지만, 거의 모든 백화점과 면세점은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고용노동부가 화장실 사용 개선사항 권고 공문을 보냈지만 “협의”가 아니라 “일방적인 것이라 효력이 없다”며 무시하고 있다.
참가자들은 “노동자가 마땅히 누려야 할 건강권을 침해하고 있는 상황이 변화할 때까지” 투쟁할 것을 밝히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노동자들의 외침대로 화장실 사용은 “기본적인 인권”이다. 백화점과 면세점 측은 즉각 노동자들도 ‘고객용’ 화장실을 사용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