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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들은 경기지역 공개토론회:
“왜 난민에게 공항 문은 열리지 않을까?”

4월 21일(일) 민주노총 경기도본부 대회의실에서 ‘강화되는 국경통제와 난민차별 — 왜 난민에게 공항 문은 열리지 않을까?’를 주제로 공개토론회가 열렸다. 노동자연대 경기지회가 주최한 이 토론회에는 노동자연대 회원뿐 아니라 전교조 교사들, 영어회화전문강사들, 사회복지 공무원, 한국디아코니아 목사님들, 수원이주민센터 활동가 등 34명이 참가해 성황리에 진행됐다.

특히, 예멘과 이집트 난민이 무려 11명이 참가했다. 주최 측이 제공한 아랍어 동시 통역으로 토론에 참여한 난민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발제자인 김어진 ‘난민과 손잡고’ 대표는 골수 인종차별주의자인 트럼프뿐 아니라 “자유와 관용”을 떠들어대는 유럽연합도, 한국 정부도 국경 통제를 강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어진 '난민과 손잡고' 대표 ⓒ강철구

“스웨덴, 덴마크 국경은 차단되기 시작했다. 육로는 철책이 설치되고, 해상 순찰이 강화됐다. 리비아 난민수용소는 아프리카에서 유럽으로 향하는 난민들을 수용하는 거대 난민 감옥이 됐다. 한국 정부도 공항에서 입국을 막고 있다. [2017년에] 인천공항 난민 신청자 10명 중 9명이 난민 심사 자체를 거부당했다.

“제국주의 강대국들이 벌인 전쟁과 국내 정치적 핍박, 전쟁과 억압이 낳은 극심한 빈곤과 재난으로 대규모 난민이 발생했는데도, 정작 난민에 책임 있는 국가들이 난민을 내쫓으려 한다.”

김어진은 ‘가짜 난민과 진짜 난민’이라는 구도 자체를 거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난민들은 ‘충분한 근거가 있는 공포’를 증명해야 하는데, 강력한 물증을 제시하기가 쉽지 않고, 본국에서의 탄압 때문에 진실을 알리기 어려운 경우도 많다.” 난민을 일관되게 방어하려면 경제 난민도 난민으로 인정해야 한다.

또, 난민 유입 때문에 한국인 일자리와 복지가 위협받는다는 거짓 주장도 반박했다. “한국의 난민 예산은 연 30억 원에 불과하다. 난민 생계비는 1인당 최대 월 44만 원이다. 까다로운 심사 때문에 난민 신청자의 단지 3.2퍼센트만이 실제로 생계비 지원을 받았다. 난민 절대 다수는 의료보험 혜택도 전혀 받지 않는다. 또, 난민들은 한국인들이 회피하는 힘들고 위험한 일자리로 내몰린다.”

김어진은 현재의 국경 자체가 자본주의의 산물로 역사적으로 비교적 최근에 확정된 것이고, 유럽과 북미에서 여권과 비자로 국경을 체계적으로 통제한 것도 제1차세계대전 때 발생한 것이라 주장했다. 이 밖에도 민족주의와 인종차별주의의 기원을 설명하면서 난민 차별은 경제 위기의 책임을 떠넘기고, 노동계급을 분열시키기 위한 것이기 때문에, 노동자들이 난민 차별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연대하는 게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난민을 양산하는 전쟁과 국가 폭력을 없애기 위해 근본적 사회 변혁을 추구하는 것과 동시에, 기층에서 난민들을 직접 만나고 난민들의 친구가 됨으로써 난민연대에 적극 나서자고 호소했다.

난민 존재 부정하는 한국 정부

이어 홍주민 한국디아코니아 대표가 특별 발언을 했다. 독일에서 10년간 체류한 경험이 있는 홍주민 목사는 다시는 독일에 가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독일에서 3개월 체류 도장을 받는 순간 인간으로서의 좌절감을 느꼈다. 미등록 노동자로 살아가야 했다. 언어적인 장애 때문에 병원 가기도 두려웠고, 버스에 타면 옆에 사람이 타지 않았다. 출입국관리소 담당자들은 염라대왕처럼 제 멋대로 방망이를 휘둘렀다.”

홍주민 한국디아코니아 목사 ⓒ강철구

홍 목사는 한국 정부가 즉각 난민 지위를 인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난민들은 자기 땅에서 살 수 없기 때문에, 박해를 받아 여기로 온 망명객들이다. 예멘 난민들, 루렌도 가족, 이집트 난민들을 한국 정부가 100퍼센트 난민으로 인정해야 한다. 예멘 친구들은 SNS로 자신이 살던 동네가 폭격되고, 친구들이 비참하게 살해당한 비극적 소식을 접한다. 그런데 난민 인정을 받지 못한다. 이집트 독재자 시시는 2000명을 죽였다. 정치범 10만 명을 투옥시켰다. 이집트 난민 신청자들은 이집트에 세 번 투옥된 사람, 130년 형, 150년 형 징역받은 젊은이들이다. 그런데도 한국 정부는 난민 신청을 받지 않고 강제 추방하려 한다. 한국 정부는 유엔난민협약에 가입했고, 난민법이 있는 아시아 유일 국가다. 그런데 인종차별이 가장 심한 나라다. 난민협약 가입과 법 제정은 허울이다. 머리가 텅 비고, 고전 전집을 서가에 꽃아 놓고, 책 한 자 안 보는 졸부 같다.”

한 예멘 난민도 특별 발언을 했다. “우리는 전쟁이 있기 전에는 예멘에서 행복한 삶을 살았다. 우리는 전쟁으로 충격을 받았고, 살아가기가 너무 힘들었다. 우리는 전쟁이 끝나기를 기다리고 있지만, 전쟁은 점점 심각해지고 있다. 우리는 한국 정부가 우리를 난민으로 인정하지 않는 점에 많이 놀랐다. 우리는 난민 인정을 계속 요구할 것이다. 우리는 한국에서 삶을 이어가기를 원한다. 그런데 삶이 더 악화될까 봐 걱정이다. 좋은 일자리를 기대했는데, 매우 어려운 일을 한다.”

차별

그는 말을 이어갔다. “우리는 좋은 사람들도 만났지만, 인종차별주의자와 이슬람 혐오주의자들도 만났다. 우리는 슬펐다. 나도 인간이고 당신도 인간인데, 뭐가 다른가 하고 나는 스스로 물었다. 회사에서 아예 내게 말을 하지도 않는다. 회사에서 한국인과 똑같이 일하고 있는데, 왜 한국인들보다 월급이 낮은가?”

청중 토론에서 이집트 난민 2명이 발언을 했다.

얼마 전 법무부 앞에서 농성을 전개했던 한 이집트 난민은 말했다. “우리는 정치적 탄압을 피해 이집트에서 왔다. 감옥에 세 번 갇히고, 12년 형을 받았다. 그런데 4월 12일에 난민 불인정 판결을 받았다. 나는 며칠 후 서울남부출입국관리사무소에 가서 왜 불인정이 됐는지 심사 과정에 대한 영상을 보여 달라고 요구했다. [출입국 측은] 영상을 보여 주지도 않고 실랑이 끝에 [경찰을 불러] 손을 뒤로 묶고 수갑을 채웠다.”

다른 이집트 난민도 발언했다. “우리는 난민 신청자에 대한 언론의 체계적인 억압 이외에도 정부의 방향과 인종차별 문제에 직면해 있다. 우리는 사람들을 죽이는 독재자로부터 도망쳤다. 이집트에 남았다면 우리도 죽었을 것이다. 우리가 난민이 된 것은 바로 서방이 아랍 독재 정권들을 지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집트 정부를 지원하는] 한국 [정부] 때문에 난민이 된 것이기도 하다. 그런데 우리에게 왜 여기 왔냐고 묻는다. 해결 방안은 분명하다. 바로 진짜 난민을 알릴 수 있는 언론 운동을 지원하고, 언론과 시민사회에서 이런 투쟁을 벌일 수 있는 언론 단체를 결성해 정부에게 난민 신청자를 억압하지 말도록 압력을 행사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법률 단체를 결성해 법무부가 증거 자료를 위조하거나 감추지 못하게 막고, 난민 신청자들에게 인종차별을 하거나 위협하지 못하도록 막아야 한다”

이집트 난민 ⓒ강철구

뒤풀이에서 발언한 이집트 난민은 난민 지위를 인정받았음에도 한국에서 임금 체불을 겪고 심한 차별을 당하는 등 삶이 너무 힘들어 독일로 가고 싶어했다. 그러나 얼마 전 독일 정부의 거부로 출국이 가로막혔다. 그녀는 이집트 혁명의 걸출한 투사로 “이집트의 체게바라”라 불리우는 고(故) 미나 다니엘의 가족이다.

이 날 토론회에 참가한 사람들은 “난민에 대해 가지고 있던 편견이 사라졌다”, “난민들의 발언을 듣고 깊은 감명을 받았다”, “앞으로 직장에서 난민들을 방어하는 주장을 펼치겠다”는 등 많이 배우고 느꼈다고 말했다. 난민들도 이 토론회에 매우 만족하면서 앞으로도 이런 토론회를 이어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난민 운동은 이제 시작 단계다. 난민들과 교류하고, 난민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모임이 더 많은 곳에서 열리면 좋을 것이다.

ⓒ강철구
ⓒ강철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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