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쟁 예고한 타워크레인 노동자들 :
“일감도 없고, 대출 없이는 살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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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건설노조 소속 타워크레인 노동자들이 ‘임금 인상’과 ‘소형 무인타워크레인 규제 강화’를 요구하며 6월 4~5일 1박 2일간 파업을 하고 상경투쟁을 벌인다.
노동자들은 임금 7퍼센트 인상을 비롯해 노동조건 개선을 요구하고 있지만, 임대사 측은 건설 경기 침체를 이유로 임금을 동결하거나 삭감하고 기존에 단협으로 정했던 휴일도 축소하는 등 오히려 노동조건 후퇴를 강요하고 있다.
“(지부조합원 400여 명) 중 130여 명이 일을 하지 못하고 있어요. 1년 일해도 또다시 8개월, 10개월은 쉬어야 하니 400만 원 월급으로도 대출없이는 생활이 어려워요.”
경기남부지역에서 23년째 타워크레인 기사로 일하는 김범진 씨의 말은 노동자들의 고된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 준다.
노동자들은 사측이 지금 태도를 바꾸지 않는다면, 이번 파업 상경투쟁에 이어 전면 무기한 파업에 돌입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안전 사각지대
노동자들은 안전을 위해 3톤 미만 소형 무인타워크레인 사용 기준도 강화하라고 요구한다.
소형 무인타워크레인은 유인타워크레인과 달리 별도의 조종석 없이 지상에서 리모콘으로 조작할 수 있는 장비다. 비교적 가벼운 자재를 나를 수 있어 소규모 빌라나 주택 건설현장에 많이 쓰인다. 지상에서 조작하기 때문에 안전상 10층 이상 고층 건물을 짓는 데는 부적절하다.
그런데 2017년 타워크레인 중대재해가 빈번하게 벌어져 정부가 유인타워크레인에 대한 검사와 사고발생 시 사측 책임을 강화하자, 대형 건설현장에서도 규제가 느슨한 무인타워크레인을 투입하는 경우가 증가했다.
2013년에 13대에 불과하던 소형 무인타워크레인은 2018년에 1800여 대로 늘어났다. 특히 타워크레인 안전규제가 강화된 2018년에만 1000대 넘게 늘어난 것으로 파악된다. 대형 타워크레인 등록대수가 4475대이니 소형 크레인은 전체 타워크레인 중 30퍼센트를 차지한다.
그러나 소형 무인타워크레인은 안전 규제에 헛점이 많다.
무인타워크레인 수요가 늘자 유인타워크레인의 조종석을 떼거나, 중국에서 값싸게 들여 온 노후 부품을 짜깁기 하는 불법개조가 횡행하고 있다.
국가자격증을 취득하고 1년간 현장교육을 해야 하는 유인타워크레인과 달리 무인타워크레인은 20시간 교육만 받아도 운전 자격이 부여된다. 그래서 많은 건설사들은 하청업체 관리자에 무인타워크레인 자격을 취득하도록 해 인건비를 줄이려 한다. 그러나 무인타워크레인 자격증 교육을 더 강화해야 한다는 얘기가 정부 내에서도 나오고 있다. 그렇게 할 경우 이미 무인타워크레인 운전에 투입된 노동자들의 추가 교육에 필요한 비용(임금 포함)은 건설사들이 부담해야 할 것이다. 교육이 진입 장벽으로 작용하지 않도록 자격증보다는 채용 후 현장교육 비율을 높여야 한다.
이처럼 무인타워크레인이 안전 규제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어서, 무인타워크레인 사고도 꾸준히 늘고 있다. 2016년부터 최근까지 발생한 소형 타워크레인 사고만 30건으로 집계됐다. 제대로 파악되지 않은 사고까지 포함하면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는 상반기에만 8건의 사고가 발생했는데, 한 건을 제외하고 모두 사상자가 발생했다.
또, 유인타워크레인은 단협으로 일요휴무를 강제하고 있는데, 무인타워크레인은 일요일에도 사용할 수 있으니 사측은 무인타워크레인을 더 선호한다. 형틀목수, 철근 노동자들이 “일요일은 주휴수당 받고 쉬고 싶다”고 요구하고 있지만, 건설사들은 노동자들을 더 쥐어짤 궁리를 하고 있다.
그래서 타워크레인 노동자들은 10층 이상 고층 공사나 타워크레인 지브(사람의 팔처럼 길게 뻗어 사물을 실어 나르는 타워크레인 구조물)의 길이가 30미터 이상일 때는 무인타워크레인 사용을 제한해 안전을 보장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무인타워크레인도 일요휴무를 강제하라고 요구하는 등 건설 노동자 전체의 노동조건을 향상시킬 방안을 제시할 필요도 있을 것이다.
지난해 타워크레인 사망사고 0건?
한편, 정부는 2018년 한 해 동안 타워크레인 사망사고가 0건이었다며 자화자찬한다. 타워크레인 사고는 노동자 목숨을 위협하기 때문에 철저한 관리감독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사고 위험은 여전히 도사리고 있다. 2018년 11월 청주에서 타워크레인에 매달려 있던 거푸집이 떨어져 지상에서 작업 중이던 노동자가 숨지는 일이 발생했다. 이 사고는 타워크레인 자체의 문제로 벌어진 사고가 아니라는 이유로 정부의 타워크레인 사망사고 통계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2019년 1월에도 광주 건설현장에서 무인타워크레인 인양물이 쏟아져 노동자 두 명이 목숨을 잃었다.
정부가 타워크레인 안전 규제를 강화했지만(20년 연식제한, 수입 타워크레인의 수입면장, 제작증, 제원표 제출 등), 여전히 헛점들이 많아서 외국에서 20년간 사용한 노후 장비도 몇 가지 서류만 구비하면 등록이 가능하다. 또, 타워크레인 안전사고의 75퍼센트가 설치·해제 작업 중에 발생하는데, 이 작업을 담당하는 팀은 재하청 업체 소속으로 비용 절감을 위해 여전히 ‘빨리빨리’를 강요받고 있다.
지난해 사망사고가 줄어든 것은 정부의 감독·처벌이 강화된 영향도 있지만, 무엇보다 연이은 사고에 생명의 위협을 느낀 타워크레인 기사, 설치·해체 노동자들이 위험 작업시 극도의 긴장상태를 유지했기 때문이라고 노동자들은 지적한다.
타워크레인을 직접 다루는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이 개선되고 노동자들이 안전관리에 직접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사측의 시도대로 노동조건이 후퇴되면 타워크레인 노동자들이 안전을 돌아볼 여력도 빼앗길 것이다.
노동조건·안전 개선을 위한 타워크레인 노동자들의 투쟁에 지지와 연대를 보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