곳곳에서 도전받는 부시의 MD 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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곳곳에서 도전받는 부시의 MD 계획
임미정
오는 9월 미국 대통령 조지 W 부시가 방한할 예정이다. 부시는 이번 방한에서 MD 추진에 대해 한국 정부의 지지를 재확인하려 할 것이다.
전 세계를 군비 경쟁과 전쟁 위협에 휘말리게 하는 부시의 스타워즈 정책을 좌절시켜야 한다. 올 6월 부시가 유럽을 방문했을 때 부시에 반대하는 대중 시위가 잇따랐다. 한국에서도 부시 방문이 거센 반대에 부딪히게 만들어야 한다. 반대 시위 때문에 한반도 방문이 그에게 끔찍한 기억으로 남는다면 얼마나 신나는 일이겠는가?
미국에서 항의 운동이 확산되다
미국 안에서조차 북한 같은 '깡패 국가'가 미국을 위협한다는 주장은 별 설득력을 얻지 못하고 있다.
〈뉴욕 타임즈〉는 "정신 나간 사람은 과연 누구인가?"라는 논평에서 "만약 그들이 제정신이 아닌 데다가 미국 공격에 혈안이 되어 있다면, 왜 미국이 미사일 방어망을 아직 치지 않은 지금 공격하지 않는 것인가? 그들은 폭탄 트럭을 몰고 멕시코 국경을 넘어 들어오거나 워싱턴에 화학 무기를 풀어놓을 수도 있다."고 부시 정부를 비꼬았다.
또 존스 홉킨스 대학의 외교정책 전문가인 마이클 만델바움 교수는 "불량 국가 중 한 나라가 우리를 미사일로 공격할 것이라는 절박한 위기감을 느낀다면, 공격당할 때까지 기다리고 있지는 않을 것이다. 미사일 방어망이 정말 작동하는지를 보기 위해 기다리기보다는 아마 우리가 선제 공격을 하게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MD에 항의하는 운동이 미국 안에서 확산되기 시작했다.
지난 3월 MD 연구의 70퍼센트 이상을 담당하는 알라바마주 헌츠빌의 레드스톤 훈련소 앞에서 1백여 명의 시위대가 연구소 노동자들이 퇴근하는 시간에 맞춰 정문 앞에서 시위를 벌였다. 미 우주사령부가 있는 콜로라도 스프링스에서는 MD 시험 발사에 항의해 지난 5월 19일 시민저항행동이라는 단체가 항의 시위를 하기도 했다.
그리고 지난 6월 10일에는 미국 전역에서 활동하는 평화운동가와 시민들 약 5백여 명이 백악관 앞 라파예트 공원에 모여 "새로운 군비 경쟁을 즉각 멈춰라!" 하고 외치며 항의 시위를 했다.
이 날 집회에 참석한 한 활동가는 "지금은 1981년 레이건 정권의 강경 정책에 맞서 전국적으로 반전 운동의 불길이 타오른 지 20년 만에 미국 진보 운동이 다시 상승 곡선을 타는 중요한 시점"이라고 평가했다.
일부 활동가들은 민주당 또한 NMD 계획의 비용만을 문제삼을 뿐 TMD는 찬성하고 있다며 미사일 방어 계획에 총체적으로 맞서 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세계적 반대
미국의 MD 계획은 가는 곳마다 항의와 조롱에 부딪히고 있다. 한 인터넷 여론조사에서 한국, 중국, 일본 국민의 77.3퍼센트가 미국의 MD 계획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출범 6개월 만에 레임덕에 빠지고 유럽 순방 길에 나선 부시의 곤혹스런 처지는 '안에서 새는 바가지 밖에서도 샌다.'는 속담에 딱 들어맞는다.
부시는 NMD에 대해 유럽 국가들이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자 설명단을 파견하고 이름도 MD로 바꿨다. 영국의 토니 블레어는 "신노동당 정부는 [MD에] 반대하지 않는다"고 밝힘으로써 MD 계획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다른 유럽 국가와는 달리 부시의 든든한 지지자가 되어 주었다.
그러나 지난 6월 12일, 부시의 유럽 순방 첫 도착지인 스페인 마드리드에서부터 14~15일 미˙EU 정상회담이 열린 스웨덴 예테보리까지 부시는 유럽 시민들의 거센 반미시위에 부딪혀야 했다.
14일 예테보리 시내 전역에서는 약 1만 2천여 명이 가두시위에 참가했고 경찰의 발포로 3명이 중상을 입었다. 분노한 시위대는 경찰과 격렬한 투석전을 벌였다. 그 결과 미·EU정상들의 만찬 장소가 변경되고 일부 참석자는 시위대를 피해 숙소를 옮겼다.
지난 1985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핵전쟁방지를 위한 세계물리학자회' 스웨덴 지회는 부시의 미사일 방어 체제(MD)는 새로운 핵무기 경쟁을 촉발할 것이라고 비난했다.
벨기에의 대학가에는 부시 순방에 맞추어 "반인류, 반지구 범죄를 저지른 조지 부시를 지명수배함. 상기 인물과 마주칠 때 각별한 유의 요망! 상기 인물은 민주적으로 선출된 미합중국 대통령이라는 망상에 사로잡혀 있는 자임. 지금 핵무장하고 있으며 위험 인물이니 접근 금지. 발견시 책임있는 행동이 요망되며 인근 경찰서로 연락 바람."이라고 쓰여진 재치있는 포스터들이 나붙었다.
영국의 멘위드 힐과 파일링데일에는 영국 경찰의 보호 아래 미국의 미사일 전초기지가 세워져 있다. 이들 레이더 기지는 미국이 보유한 세계 최대 레이더 기지 가운데 하나로 전세계의 전화, 팩스, 이메일을 도청하는 에셜론의 핵심기지이며 각종 정보를 수집해 미사일 방어망의 목표물 식별과 추적에 주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이 때문에 지난 5월 멘위드 힐 기지가 있는 영국 리즈에서 21개국 2백여 명의 평화운동가들과 학자들이 참여한 가운데 "NMD/TMD 및 우주의 군사화를 반대하는 국제대회"가 열렸다. 참가자들은 "No to Star wars"를 외치며 멘위드 힐 레이더 기지를 항의 방문하고 시내를 돌며 유인물을 돌렸다.
이 곳 주민들은 "영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땅을 미국의 세계 지배를 위해 빼앗겼다"며 1996년부터 강력한 저항 운동을 벌였다. 그린피스는 레이더 기지 안의 물탱크에 올라가 쇄사슬을 묶고 항의시위를 했다. 항의 시위가 점점 커지자 미군은 기지 주변에 철조망을 쳐 주민들의 접근을 막고 있다.
레이더 건설이 추진된 1990년대 중반부터 이 지역 운동을 이끌고 있는 린디스 퍼시씨는 "빼앗긴 땅을 되찾기 위해 끝까지 투쟁할 것"이라며 "한국도 미군이 주둔함으로써 큰 고통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한국 평화 운동가들을 만나 그 곳 사정을 듣고 함께할 수 있는 일을 모색하고 싶다"고 말했다.
MD 반대 국제 행동의 날
2001년 10월 13일, 전 세계의 MD 반대 활동가들은 "우주의 군사화 및 NMD/TMD 저지를 위한 국제 행동의 날"을 계획 중이다. 우리 나라 시민 단체들도 10월 11일부터 13일까지 "MD 저지와 평화실현을 위한 서울 NGO 대회"를 열 예정이다. 지난해부터 이 행사를 주관한 글로벌 네트워크의 대표 부르스 가그넌 씨도 직접 방문할 계획이다.
그는 "한국에서 전개되고 있는 NMD/ TMD 저지 운동은 우리에게 새로운 희망과 큰 힘을 주고 있다. 이것이 바로 서로에게 힘이 되는 것이고 평화운동이 더욱 강해지게 하는 것이다."1) 라며 MD 반대 활동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많은 노동자와 학생들이 10월 13일 행동의 날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기를 바란다. 지난해 아셈 항의시위에 참석한 프랑스의 한 활동가는 한국의 반자본주의 시위에 조직 노동자와 젊은 사람들이 많이 참여한 것을 두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부시의 "미친 짓"을 끝장내는 전 세계적 항의 행동에 우리 모두 다함께 참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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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민족21》 6월호, '리즈 국제 대회 참관기'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