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톨게이트 요금 수납원:
대량 해고 철회하고 직고용하라

한국도로공사가 자회사 전환에 반대하는 요금 수납원을 대량 해고하고 있다. 도로공사는 법원에서 불법파견 판정을 받은 요금 수납원 노동자들을 직접 고용하지 않고 자회사로 전환하는 꼼수를 부리고 있다. 이것이 문재인 정부의 비정규직 제로 정책에 따른 “정규직화”라면서 말이다.

하지만 많은 요금 수납원 노동자들은 고용과 처우가 열악한 자회사 전환에 반대했다. 요금 수납원 6700명 중 약 2000명이 자회사 전환 동의서에 서명하지 않고 투쟁했다.

그러자 도로공사는 자회사 거부자들을 해고하고 그 자리를 자회사 기간제 비정규직으로 채우고 있다. 6월 1일자로 톨게이트 영업소 31곳이 자회사로 전환돼, 전환 거부자 92명이 해고됐다. 16일자로 영업소 13곳에서 추가 해고가 벌어졌다. 7월 1일 모든 영업소가 자회사로 전환되고 요금수납원 2000여 명이 해고된다.

도로공사는 회유와 협박으로 자회사 거부 노동자들을 흔들고 있다. 한 노동자는 사측이 노동자들의 불안감을 부추기고 부모와 남편까지 동원해 자회사 서명을 압박하고 있다고 말했다.

도로공사에서 10년 넘게 일한 한 노동자는 자회사 전환의 문제에 대해 이렇게 지적했다.

“지금 도로공사는 스마트톨링(무인화) 도입으로 인원을 줄이려 합니다. 자회사로 가면 어차피 또 고용이 불안정해질 게 뻔합니다. 불법파견 판정까지 받은 상황에서 지금이 아니면 언제 직접고용으로 갈 수 있겠습니까.”

노동자들이 저임금과 고용불안에 시달리는 동안, 도로공사 고위 관료들과 외주사 사장들(대체로 도로공사 고위 임원 퇴직자 출신)은 온갖 비리를 저지르며 배를 불려왔다.

최근 도로공사 사장 이강래도 특혜 비리 의혹을 받고 있다. 고속도로 휴게소에 입점한 카페의 재료를 전 민주당 의원이 운영하는 업체에 몰아줬다는 것이다. 한 노동자는 이렇게 말했다.

“도로공사 외주사 비리가 엄청 많습니다. 장애인 고용 수당을 타먹으려고 장애가 있는 노동자를 이쪽 회사에 보냈다가 저쪽으로 보내고 그렇게 돌려쓰기도 했죠. 그러는 동안 노동자들은 3교대 하면서 최저시급 받았습니다. 그런 꼴을 더 보고 싶지 않아서 직접 고용하라는 겁니다.”

6월 12일 한국도로공사 요금수납원 집단해고 규탄 및 직접고용 촉구 결의대회 ⓒ이미진

6월 19일 청와대 앞 집회에서 노동자들은 비정규직의 설움을 쏟아냈다. 어떤 영업소에서는 요금 수납원에게 설사가 아니면 화장실을 가지마라, 물 마시면 화장실 가야하니 부스에 물을 들고 가지마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한다. 성희롱·성추행 피해를 입은 경험도 많았다. 하청 사장이 술자리에 여성 노동자를 접대부인양 데려가고 성희롱을 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노동자들은 해고되고 싶지 않으면 삭히고 참아야만 했다. 노동자들의 직접고용으로 인간다운 삶을 누리길 바랬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는 도로공사의 자회사 꼼수를 승인해주며 대량 해고를 방조하고 있다. 이러고도 ‘일자리 대통령’ 운운하는 것은 위선이다. 문재인 정부는 대량 해고 사태에 대해 책임져야 한다.

19일 집회 연단에서 많은 노동자들이 문재인 정부에 분노를 터뜨렸다.

“우리를 해고한 건 이 나라입니다. 저희는 개돼지가 아닙니다. 노동자입니다. 수납원 대량해고가 벌어진다면 이강래 사장은 그 자리에서 내려와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문재인도 그 자리에서 내려와야 할 것입니다.”(박순향 한국도로공사 정규직 전환 민주노총 투쟁본부장)

6월 12일 청와대 앞 톨게이트 요금 수납원 집회에서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이 함께 투쟁하겠다고 발언해 큰 호응을 얻었다. 민주노총은 절박한 노동자들의 염원에 부응해 연대 투쟁을 실질적으로 조직해야 한다. 정부가 민주노총 위원장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하며 정면 도발하는 상황에서 정면으로 맞선 투쟁이 더욱 절실하다.

‘스마트톨링’ 도입이 노동자 일자리보다 우선?

도로공사 측이 자회사 전환을 고집하는 것은 인력 감축을 원활하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도로공사는 2020년까지 무정차 통행료 시스템(스마트톨링)을 확대하려 한다. 스마트톨링이란 기존 요금수납소를 없애고 영상 카메라를 통해 차량 번호판을 판독한 후, 차량 이동 동선을 파악해 요금을 통보하는 방식이다. 단말기가 없어도 된다는 점에서 하이패스와 다르다.

그러나 그동안 비정규직으로 고통받은 노동자들이 왜 미래에 도입될 스마트톨링에 대비해 지금 고용불안을 강요받아야 하는가? 정부는 자동화로 일자리 감축이 불가피하다는 은근한 불안감을 조성하지 말고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직접 고용 책임을 져야 한다.

게다가 영상 카메라의 차량 번호판 인식률이 100퍼센트가 안 된다. 영상 카메라 오작동으로 실제 통행료보다 더 많은 금액을 걷는 경우도 있다.

개인정보 침해 문제도 심각하다. 개인의 차량 동선과 기록은 국가의 감시와 통제 목적으로도 사용될 수 있다. 비용이 덜 드는 것도 아니다. 요금 고지서 발송과 차량 동선 조회 등에 상당한 비용이 든다.

현재 스마트톨링은 별도로 가입을 해야만 사용할 수 있다. 즉, 하이패스 단말기가 없거나 스마트톨링을 가입하지 않은 차량이라면 요금 수납원이 꼭 필요하다.

설사 스마트톨링 시스템이 개선된다고 해도, 그것의 도입이 노동자들의 일자리보다 더 중요한 것은 아니다. 정부는 당장 직접고용의 책임을 져야 하고, 스마트톨링 도입 계획을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위협하는 식으로 추진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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