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경규 정의당 대표 후보 :
정의당이 더 급진적이기를 바라는 당원들에게 초점을 제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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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를 비롯해 새 지도부를 선출하는 정의당 당직 선거가 진행 중이다. 투표는 7월 8일부터 13일까지다.
당연하게도, 당 대표 선거가 제일 관심을 끈다. 심상정 후보와 양경규 후보 2파전이다. 한때 출마설이 돌던 참여당계는 최종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다. 한 정의당 활동가에 따르면, 참여계는 내부적으로 심상정 후보를 지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심상정 후보는 금속연맹 출신의 3선 의원으로, 진보·좌파 정치인 중 가장 인지도가 높을 것이다. 2017년 대선에서 주류 양당 후보들과 경합해 200만 표를 득표했다. 그래서 ‘심상정으로 총선에서 승리한다’가 심 후보 측이 부각시키는 선거 메시지다.
양경규 후보는 공공연맹 초대 위원장과 민주노총 부위원장을 지내고, 2015년에 정의당에 합류한 좌파계 노동운동가 출신이다. 공공운수노조 소속 노동자 당원들과 좌파적 당원들이 양경규 후보의 핵심 지지 기반으로 보인다.
심상정 후보에 비해 (당 내부에서도) 거의 무명에 가까운 양경규 후보가 선거 초반부터 신선한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자본주의 체제가 장기 위기를 겪고, 개혁 정부를 표방한 문재인 정부가 오히려 노동계급을 공격하고 있는데도 정의당 지도부가 문재인 정부를 충분히 비판하지 않자, 대안을 찾는 당원들이 생겨나고 있음을 반영하는 듯하다.
노동자 운동이 살아나고 있지만 아직 급진적으로 고양된 것은 아니어서, 양 후보가 당선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낮은 인지도도 양 후보에게 장애물이다). 그러나 양 후보가 좌파적 선거 캠페인을 통해 상당한 득표를 한다면, 정의당 내 좌파는 중요한 교두보를 마련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이것은 정의당 밖 좌파들도 주목할 만한 상황 전개가 될 것이다. 정의당 같은 대중적 진보 정당 안에서 ‘민주적 사회주의’ 파가 전진하면, 비정의당계 좌파들은 노동계급 공격에 맞서 그들과 공동 행동을 도모할 수 있을 것이다. 정의당 주류 지도부는 의회 밖 대중 행동과 거리를 둔다. 또, 지금보다 더 광범한 사람들 사이에서 사회주의를 둘러싼 토론을 할 기회가 생길 것이다.
쟁점들
두 후보가 날카롭게 부딪히는 쟁점은 지금으로선 무엇보다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에 대한 태도 문제다.
물론 심상정 후보도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을 비판한다. 촛불 이후 개혁이 제대로 되지 않은 데는 그들의 책임이 적지 않다고 지적한다.
심 후보는 민주당이 (해야 했지만) 하지 못한 개혁을 정의당이 주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수구세력 부활 저지, 정의당의 개혁 견인’이 심 후보의 핵심 슬로건이다.
심 후보가 한때 문재인 정부를 지지하다 지금은 실망감을 느끼는, 그러나 아직 정의당까지 오지 않는 사람들을 정의당의 주된 선거 목표 층으로 삼고 있음을 시사한다.
정부에 무비판적이면 둘 사이에 별 차이가 없어지고, 강경하게 비판하면 ‘과격하게’ 보여 정의당에 오지 않을 것이므로, 정의당 지도부는 그동안 정부·여당 비판 수위를 끊임없이 조절해야 했다. 그래서 심 후보를 비롯한 기존 정의당 지도부가 문재인 정부 비판을 부적절하게 삭일 때도 많았다.
양경규 후보는 정의당이 “착한 민주당”이 돼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정의당이 민주당과 다름을 얘기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민주당과 비슷한 정치적 메시지(“경제 민주화”)로는 “국민들의 가슴을 뛰게” 하지 못할 것이다.
자연히 소득주도성장을 두고도 두 후보의 입장이 다르다. 심상정 후보는 소득주도성장이 “진보적인 개념”이라고 본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가 소득주도성장을 중심 전략으로 삼았다가 실패하면서 “정의당의 정책마저 도매금으로 비난 위기에 처했다”고 우려한다.
양경규 후보는 “소득주도성장론의 한계를 넘어서는 보다 근본적인 소득격차 해소”를 제시해야 한다고 심 후보를 비판했다.
“현실주의”
심상정 후보의 입장은 역사적으로 보면 주류 사회민주주의의 노선에 가깝다. 그는 정의당이 거대 주류 양당보다 자본주의를 효율적으로 운영하면서도(“유능한 경제 정당”) 노동계급의 이익을 보호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래서 심상정 후보는 “정의당 노선을 민주적 사회주의로 전환하자는 제안에 대해선 단호히 반대한다.” 민주적 사회주의를 정의당의 주변적 일부로 포용할 수는 있어도, 그것이 정의당의 주류가 돼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가 보기에 정의당의 노선은 “현실주의”(=“진보적 다원주의”)여야 한다. 이때 현실주의는 실현 가능한 변화만을 추구해야 한다는 뜻이다. 기존 정의당 지도부의 노선이다.
양경규 후보는 이 점을 비판한다. “자본주의 체제가 용인하지 못하는 그 지점까지 치고 들어가야 [한다.]” 자본주의의 위기가 장기화하면서 체제의 양보 능력이 상당히 제약받고 있기 때문에, 양 후보의 주장처럼 급진적으로 투쟁해야 실질적 개혁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역사적 정치 스펙트럼에서 보자면, 양경규 후보의 입장은 좌파적 개혁주의와 비슷하다. 그리스 시리자, 영국 노동당 대표 제러미 코빈, 미국 민주사회주의당(DSA)이 대표적이다.
좌파적 개혁주의의 핵심 메시지는 대강 이렇다. “우리는 자본주의를 반대한다. 우리는 자본의 이익을 침해하는 법률을 통과시킬 것이다. 이를 위해 우리를 의회에 보내 달라. 그러면 우리는 국가를 활용해 대중에게 이익이 되도록 자본주의에 맞서겠다.”
친자본주의 기성 정치와 주류 개혁주의에서 이반하는 급진적 흐름이 부상하는 것은 흔히 노동자들의 의식이 왼쪽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반영하는 것이므로, 혁명가들은 좌파적 개혁주의의 부상을 환영한다.
심상정 후보의 “민주노총 투쟁 방법” 비판 유감
심상정 후보가 최근 한 언론 인터뷰에서 민주노총의 “여러 폭력 사태나 투쟁 방법”을 비판했다. 이 인터뷰에서 심 후보는 자신이 문제 삼는 민주노총의 행동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다만, 최근에 우파 언론들이 요란을 떤 “민주노총 폭력 사태”는 4월 초 국회 진입 투쟁과 현대중공업노조의 주주총회장 점거였다.
혹시 심 후보의 비판이 이 행동들을 염두에 둔 것인가?
그러나 4월 초 국회 진입 투쟁을 “폭력 사태”로 보는 것은 심한 과장이다. 우파 언론들은 기껏해야 취재 기자 한두 명의 몸에 작은 생채기가 난 것을 두고 “폭력”이라고 생난리를 쳤다. 진정한 핵심 문제를 흐리기 위한 얄팍한 수작이었다. 중요한 것은 정부·여당과 우파 야당이 노동조건을 크게 악화시킬 탄력근로제를 통과시키려 했다는 점이다. 심 후보도 국회 통과 저지 투쟁에 앞장선 김명환 위원장을 구속시킨 문재인 정부에 대한 “강력한 유감”을 표했다.
현대중공업노조의 주주총회장 점거는 현대중공업 법인 분할을 막기 위한 것이었다. 사용자의 입장에서는 경영권 행사를 방해하는 것일지 몰라도, 노동자들의 입장에서는 노동조건을 지키기 위한 정당한 투쟁이었다. 정의당도 (울산시당이 주최해) 노동자들의 요구를 지지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러나 심 후보의 민주노총 “투쟁 방법” 비판이 그저 자가당착인 것만은 아니다. 심 후보는 나름의 선거적 계산 속에서 민주노총을 비판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정의당이 “친노동 정당이지만 노총을 대변하기보다는 보통 시민들의 노동권이 보장되고 존중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는 정당”이라고 했다.
정의당과 심 후보는 민주노총(과 가급적이면 한국노총)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고자 한다(“친노동 정당”). 그래야 안정적으로 물질적 기반(인적 자원과 재정 등)을 확보할 수 있다. 그러나 국민들에게는 “보통 시민들”을 대변하는 정당으로 보이고자 한다. 그래야 ‘집토끼’(조직 노동자들)를 넘어선 지지를 받을 수 있다는 생각이다. 특히, 민주당으로부터 이반하는 “보통 시민들”을 붙잡는 것이 관건이다. 민주노총의 “투쟁 방법”을 비판한 것은 이를 위해서일 것이다.
심 후보는 최대한 표를 많이 얻기 위해 노동자들의 정당한 투쟁을 비난한 것이다. 그러나 심 후보가 지난 대선에서 200만 표를 획득한 것도, 2018년 지방선거에서 정의당이 전진한 것도, 기회주의적인 선거 중심성이 아니라 되살아나기 시작한 노동자 투쟁이 근저에 있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