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편지
“용모 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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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취업을 앞둔 실업계 고등학교 3학년 학생이다.
오늘 삼성 에스원 안내 데스크 자리에 취업 의뢰가 들어왔다. 일반 안내 데스크도 아니고, 사장·회장 같은 사람들을 상대하는 자리였다. 연봉도 꽤 높았다.
그런데 키 1백70센티미터 이상을 요구하고 있었다. “용모 단정”은 말할 것도 없고, “외모 단정”이라고 써 있었다. 성적은 아예 보지도 않는 것 같았다.
결국 우리 반에서 키 크고 예쁘장한 친구가 추천 받았다. 성적도 안 좋고 자격증도 몇 개 없지만, 그 친구는 키가 크고 얼굴이 ‘예쁘다.’
이번이 열 번째 취업 추천 의뢰인데, 그 중 여덟 개가 “용모 단정”을 요구하고 있었다.
옆반에 공부를 잘하는 친한 친구가 있다. 성적이 10퍼센트 안에 들고 자격증도 여덟 개나 있는 성실한 친구다.
그런데도 그 친구는 ‘뚱뚱하고 못생겨서’ 취업을 못하고 있다. 그래서 성적 50퍼센트대 친구들이 가는 하이마트에 지원했다. 거긴 “용모 단정”을 요구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 친구는 담임 선생님 추천을 받았다고 그나마 좋아하고 있다. 그런데 나는 우연히 끔찍한 사실을 알게 됐다.
회사 면접을 보러 가기 전에 학교 면접을 먼저 통과해야 하는데, 그 친구는 이미 학교 면접에서 탈락될 예정이라는 것이다. 그 친구가 너무 ‘뚱뚱’해서!
마음이 안 좋다. 1·2학년 때 몰랐던 사실을 많이 깨닫는다. ‘예쁘다는 건 좋은 거구나. 사회에서 뚱뚱하고 못생긴 건 서러운 거구나.’ 머리가 복잡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