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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공동체’가 리스펙트의 발전을 가로막고 있는가?

민주노동당의 의견그룹 ‘전진’의 장석원 씨는 ‘왼쪽으로부터의 제안’에서 영국 리스펙트 등 유럽에서”새로운 정치대안이 등장”한 것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장석원 씨는 리스펙트가 두 가지 문제에 당면했다고 지적한다. 하나는 SWP가 리스펙트를 “연합체가 아니라 당원들로 구성되는 정당으로 전환할 것을 주장”하고 “독주”하면서 “더 많은 좌익그룹들과 단체의 참여”를 가로막고 있다는 것이다. [이 문제는 다음 호에 다룰 예정이다]

또 다른 하나는 “적지 않은 좌파그룹들이 여성에 대한 이슬람공동체의 차별적 시각에 반대하며 리스펙트 참여를 거부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면 부족 때문에 이번에는 ‘이슬람공동체의 여성 차별적 시각’ 문제만 다루겠다.

일단, 리스펙트는 여성 차별적 시각을 강령으로 가지고 있지 않다. 오히려 “성에 기반한 모든 종류의 차별에 반대한다”는 일반적인 원칙 외에 여성의 낙태권을 옹호하고 있다.

또, ‘이슬람공동체’를 리스펙트와 동일시할 수 없다. 무슬림은 리스펙트 전국평의회 구성원 48명 중 8명, 간사(운영위원) 15명 중 3명을 차지하고 있다. 나머지는 각종 노동조합·캠페인단체·좌파조직 활동가들로 구성돼 있다. 평회원들의 구성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영국 무슬림들은 반전운동과 리스펙트 건설에서 커다란 구실을 했다. 장석원 씨가 찬양한 “대중운동의 고양”의 핵심에는 ‘테러와의 전쟁’ 이후 급진화한 무슬림들이 있었다.

만약 이들이 없었다면 영국 ‘전쟁저지연합’은 그토록 성공적인 반전 공동전선이 되지 못했을 것이고, 그에 기반한 리스펙트라는 조직이 성공적으로 출범하기도 힘들었을 것이다.

물론, ‘이슬람공동체’의 일부는 여성 차별 의식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이슬람만의 고유한 특징은 아니다. 가톨릭 교회도 낙태에 반대한다.

‘이슬람공동체’ 내부에는 계급적·이데올로기적 차이가 있다. 그 중에는 리스펙트 후보였던 살마 야쿱처럼 사회주의 정치에 동조하는 사람도 있고, 그녀를 비난했던 사람도 있다.

그러나 영국 무슬림 인구의 대다수는 런던 같은 대도시에 집중돼 있는 미숙련 노동계급의 가장 중요한 구성 부문이다. 진지한 좌파라면 전쟁, 사유화, 교육 문제 등을 놓고 그들과 함께 싸우면서 다른 문제에서 논쟁할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무슬림을 적극적으로 조직해야 한다고 주장한 SWP는 전적으로 옳았다. 프랑스에서는 극좌파가 이 점에 실패했기 때문에 영국보다 반전 운동의 규모가 훨씬 작았고, ‘이슬람 근본주의’의 영향력이 9·11 이후 더 커졌다.

SWP가 정치적으로 주도적 역할을 한 것은 ‘독주’라고 비판할 문제가 아니다. 오히려 무슬림에 대한 마녀사냥 속에서 일부 좌파들이 이데올로기적 혼란을 겪었기 때문에 SWP가 커다란 구실을 할 수 있었던 것이다.

진정으로 근본적인 문제는 ‘이슬람공동체’에 대한 일부 좌파들의 종파주의였다. 이런 점에서 장석원 씨가 상황을 종합적으로 평가하지 않고 무비판적으로 영국 종파주의 좌파 일부의 주장을 인용한 것은 매우 유감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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