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편지
난민 친구가 체불임금을 받아내는 것을 도우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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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 출신 난민 친구가 몇 주 전 연락을 해 왔다. 일하고 있는 공장에서 두 달째 임금을 받지 못했는데, 임금을 받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내게 물어 왔다.
아는 노무사에게 연락해 체불 임금을 받아내는 방법을 물어봤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데다가 한국 생활에 익숙하지 않은 친구가 직접 하기에는 너무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했다. 그래서 친구를 도와 체불 임금을 받아내는 과정을 진행 중이다.
얼마 전 그 과정의 첫 단계로 노동부에 진정을 넣었다. 노동부에서 임금 체불 확인서를 받아야만 민사소송 과정을 거칠 수 있기 때문이다. 친구를 대리해 진정을 넣은 후, 조사를 받으러 오라는 근로감독관의 연락을 받았다.
통역을 위해 친구를 따라갔다. 근로감독관은 통역이 되는 사람이 같이 간다고 하니 무척 반가워했다. 아랍어를 통역하는 것도 아니고 친구가 영어를 할 줄 아는데도 반가워하는 것을 보면서, 난민에 대한 언어 지원이 정말 부족하다는 생각을 했다.
평소에 친구도 언어 지원이 정말 절실하다고 내게 말하곤 했다. 난민 신청 후 6개월간 머무를 수 있는 난민 센터에서 한국어 교육을 받았지만, 그것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그런데다 난민들은 대부분 난민 센터에조차 들어가지 못한다. 영어를 할 줄 아는 내 친구조차 체불 임금을 받아내는 과정을 거치기가 이렇게 어렵다면, 영어도 한국어도 할 줄 모르는 난민은 얼마나 많이 속으로 부당함을 삼켜야 할까?
친구는 근로감독관에게 자기 사정을 잘 설명해 달라고 여러 번 부탁했다. 친구는 자신의 임금만으로 아내와 어린 자녀를 먹여살려야 하는데, 아내는 계속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고 있는데다가 임금을 두 달치나 체불당하다 보니 아이를 더 이상 어린이집에 보낼 수 없어 아내가 계속 돌봐야 하는 상황이다. 친구의 통장을 보니, 1인가구가 한 달 정도 생활할 수 있는 생활비 정도의 돈만이 남아 있었다. 그래서 이집트에 있는 부모님에게 손을 벌리기까지 했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가슴이 미어졌다. 친구는 정치적 박해를 피해 이집트를 떠나 오다 보니, 자신과 연락한다는 게 들키면 부모님이 피해를 입을 수도 있어서 돈을 곧장 받을 수도 없었다고 했다.
난민을 환영한다
“돈 벌러 온 가짜 난민”이라는 난민 혐오자들에게 묻고 싶었다. 돈을 벌러 한국에 들어왔다고 해도 그것이 잘못이 아니지만, ‘진짜’ 난민으로서 한국에 사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두 눈으로 좀 보라고 외치고 싶었다. 당신 같으면 이렇게 고생하며 한국에 살고 싶겠느냐고 묻고 싶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문재인 정부를 향해 욕이라도 하고 싶었다. 난민은 아예 받지도 않겠다고 작정한 듯한 정책들을 펴며, 7월 1일부터는 난민 신청자들에게 건설업 취업을 제한했다(인도적 체류자에게도 제한했다가 항의 행동에 한발 물러섰다). 난민들이 그나마 할 수 있는 일조차 빼앗아 가는 것임은 물론, ‘난민이 내국인의 일자리를 빼앗는다’는 편견을 부추겨 난민 혐오를 강화하는 짓이다. 언어 지원도 안 하고, 난민 인정도 안 해주고, 취업까지 제한하면 난민들은 도대체 어떻게 살라는 말인가?
근로감독관을 만나고 돌아오는 길에 친구는 내게 여러 번 고맙다고, 당신은 한국에서 만난 또 다른 가족이라고 말했다. 나는 “You’re welcome”(천만에요)이라고 답했다. 그리고 나서 생각해 보니, welcome은 ‘환영한다’는 뜻이다. 당신을 환영한다. 당신은 환영받아 마땅한 사람이다.
모든 난민이 환영받는 세계를 만들고 싶다.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함께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