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앙골라에서의 콩고 출신자들에 대한 차별을 피해 한국에 온 난민 루렌도 가족이 공항에서 억류된 지 288일 만에 노숙 생활을 끝내고 한국에 들어왔다. 루렌도 가족은 공항에서 이뤄지는 난민인정심사 회부 심사에서 불회부 결정을 받아 입국이 거부됐다. 올해 9월 27일 항소심 재판부는 1심을 뒤집고 루렌도 가족의 난민 심사 권리를 박탈한 인천공항 출입국 외국인청의 결정을 취소했다.
법무부는 판결이 내려진 지 2주 만에 가족의 입국을 허락했다. 그러나 아직 상고를 포기한 것은 아니다.
인천국제공항 입국장에 들어선 가족들의 표정은 매우 상기됐다. 이들을 환영한 활동가들의 표정도 벅차 올랐다. 그간 루렌도 가족을 도와 온 난민 운동 연대체 ‘난민과함께공동행동’을 비롯해 인천공항에 온 루렌도 가족 지지자들은 환영 현수막과 팻말을 펴 보이며 인사를 건넸다.
그간의 오랜 공항 생활을 보여 주듯이 가족들은 공항 카트 10개를 가득 채워 짐을 끌고 나왔다. 지난 열 달 동안 세간살이가 늘어난 탓이다. 이 가족을 도운 많은 이들이 준 아이들 책과 옷, 장난감이 특히 많았다.
공항에서 기쁨을 나눈 가족들과 환영객들은 안산에 마련된 임시 거처로 이동했다. 모처럼 따뜻하고 제대로 된 식사도 했다. 앞으로 한국살이에 필요한 일들도 함께 점검하기도 했다. 루렌도 씨는 거처를 떠나는 난민과함께공동행동 활동가들에게 “우리는 가족”이라며 다시 한 번 인사를 건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