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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과함께공동행동 토론회:
난민 차별 현실 알리며 연대 중요성을 환기시키다
루렌도 씨, 지지자들 향해 “신이 주신 가족”

"난민을 환영한다" 난민과함께공동행동이 주최한 ‘한국에서 난민의 삶과 난민 연대’ 토론회 ⓒ난민과함께공동행동

10월 30일 난민 운동 연대체인 ‘난민과함께공동행동’이 주최한 ‘한국에서 난민의 삶과 난민 연대’ 토론회가 열렸다. 이번 토론회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의 후원으로 한국기독교회관에서 열렸다.

참가자의 상당수는 예멘, 이집트, 콩고 출신의 난민들이었다. 난민 연대 운동 활동가들과 변호사들, 종교인들, 의사, 학생들 등 난민에 연대해 온 다양한 사람들이 모였다. 전북 김제의 한 고등학교 학생들 10여명도 토론회에 참석했다.

난민들의 생생한 목소리

무엇보다 287일 만에 공항을 벗어나 우리 곁으로 온 앙골라 난민 루렌도 가족이 함께했다. 조만간 새로운 보금자리로 이사를 할 예정인 루렌도 부부는 안정을 찾아가는 과정인듯 그 어느 때보다 밝은 표정이었다. 네 아이들은 한시도 가만히 있지 않고 참가자들과 어울렸다. 이렇게 활달한 아이들이 지난 열 달을 갑갑한 공항 안에서 지냈던 것이다.

루렌도 씨는 “이 기쁨을 표현하기가 힘들다”는 말로 시작해 그간 자신들을 지지, 지원해 준 인물과 단체들을 하나하나 언급하며 깊은 감사를 표했다. 루렌도 씨는 많은 이들의 도움 덕분에 자신들이 여기 있을 수 있었다며, “여러분은 신이 주신 가족”이라고 말해 듣는 이들의 마음을 뭉클하게 했다. 루렌도 가족의 법률대리를 맡은 변호사들과 루렌도 가족의 사연을 최초로 세상에 알린 〈셜록〉 기자, 루렌도 가족을 물심양면 도와 온 활동가들과 주치의, 개인들이 함께 기쁨을 나눴다. 이날 난민과함께공동행동은 그간의 루렌도 가족 연대 활동을 기록한 백서를 냈다.

287일 만에 공항을 벗어난 앙골라 난민 루렌도 가족이 함께했다 ⓒ이현주

루렌도 가족의 사례는 난민들이 한국 사회에서 겪는 고통의 일면을 밝히 드러낸 것이었다. 난민들은 한국으로 들어올 때부터 국경 장벽에 가로막히고, 간신히 들어와서도 극도로 열악한 조건으로 내몰린다.

토론회에 참가한 많은 난민들은 직접 발언을 통해 일자리, 구금, 체류권 문제 등 한국 사회에서 자신들이 겪는 문제들에 대해 생생히 이야기했다.

한 예멘 난민은 난민 인정이 거부돼 체류권을 박탈당하고 취업도 금지된 채로 3년 이상 지낸 상황이었다. 그는 “일을 할 수도, 공부를 할 수도, 은행 계좌를 만들 수도 없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천천히 죽어가고 있다”며 난민에게 일할 기회를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이집트 난민은 최근 아들이 이집트 독재 정권에 의해 체포됐다. 그는 한국에 온 지 3년 넘게 가족들을 보지 못했는데 앞으로 언제 볼 수 있을지 모른다며 참담해 했다. 그리고 많은 이집트인들이 안전을 찾아 한국에 오지만 한국에서 난민신청자들은 안전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화성외국인보호소에 2년 7개월 구금됐다 풀려난 콩고 출신 난민은 보호소 내에 수감된 사람들이 겪는 끔찍한 스트레스와 고통을 전했다.

난민들은 자신이 처한 문제들을 말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된 것에 기쁨과 환영을 표했다. 한국 정부가 보호는커녕 기본적 체류권과 일할 권리 등 말 그대로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권리도 보장하지 않아 고통받고 있다는 게 이들의 공통된 이야기였다. 난민들이 직접 전하는 이야기들은 난민 연대 운동이 왜 필요하고 더 확대돼야 하는지를 분명히 확인시켰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는 아랍어와 영어, 프랑스어 동시통역이 제공돼 참가자들이 소통에 큰 어려움 없이 토론에 참여할 수 있었다.

안정적으로 체류하고 일할 권리

내국인 발표자들은 난민 연대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루렌도 가족의 주치의로 공항에서부터 루렌도 가족의 건강을 살펴 온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우석균 공동대표는 난민에 대한 인권과 건강권 인정은 “한국 사회 인권의 리트머스 시험지”라고 지적했다. 루렌도 가족과 예멘 난민들에게 발벗고 연대해 온 한국디아코니아 대표 홍주민 목사 역시 “가장 약자인 난민들의 삶을 도외시하고 평화와 포용을 얘기할 수 없다” 하며 연대를 호소했다. 노동자연대 김지윤 활동가는 일자리, 복지 부족 등은 난민들 탓이 아니라며 잘못된 표적에 눈을 돌리지 말고 진정한 책임이 있는 권력자들에 맞서서 함께 힘을 모아 싸우자고 강조했다. 청중 토론에서 한 대학생은 대학에서 난민 연대 캠페인을 한 경험을 이야기하며 기층에서 연대가 확대될 수 있는 잠재력이 있음을 보여 주장했다.

반갑게도 올해 연말에 열리는 민중대회에는 난민 차별에 반대하는 요구가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참가자들은 “Refugees Welcome(난민을 환영한다)”, “Refugees are Human beings(난민도 인간이다)”를 외치며 기념사진을 찍고 행사를 마무리했다.

난민 차별에 맞서고 난민들이 안정적으로 체류하고 일할 권리를 위해 난민 연대 운동이 지속·확대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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