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체 조짐을 보이는 중국 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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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중국 경제가 불안한 조짐을 보이고 있다.
중국 경제성장률이 계속 하락해 2020년에는 6퍼센트 아래로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1989년 톈안먼 항쟁 이래 처음 있는 일이다. 경제 성장률이 둔화하면 일자리가 감소하고, 생산이 둔화하는 등 사회 전반에서 악영향이 나타난다.
중국 경제 성장의 원동력이라 할 수출도 올 11월까지 4개월 연속 감소했다. 특히 11월 대미 수출은 23퍼센트 급락해 미중 무역전쟁의 영향을 실감할 수 있었다. 중국 경제의 거시 지표들(GDP, 투자, 무역)은 거의 모든 분야에서 침체가 예상된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11월 25일 발표한 ‘2019 금융안정보고서’는 가계부채의 급증과 기업 파산으로 인한 뱅크런을 이상 징후로 지목했다.
중국의 가계부채는 2018년 말 GDP의 60.4퍼센트에 이르렀다. 가계의 가처분 소득 대비 부채 비율은 2018년 93.4퍼센트에서 올해 99.9퍼센트로 크게 올랐다. 신용평가기관 피치는 2019년 상반기 신용카드 미수금 잔액이 7.23조 위안(약 1226조 원, GDP의 7.8퍼센트)이라고 추정했다. 하지만 가처분소득은 가계부채 증가만큼 늘지 않고 있다. 자산이 부동산에 묶여 있는 가계는 부동산 거품이 꺼지면 소비 지출을 더 줄여야 할 것이다.
2019년 3월 중국 정부는 소비 안정을 위해 2조 위안(약 339조 원)의 세금 감면을 해 줬다. 하지만 높은 가계부채 때문에 세금 감면이 가계 소비 증가로 이어질 것 같지 않다.
지난 10월 소매판매지수 증가율은 지난해보다 7.2퍼센트가 늘어나는 데 그쳐 16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특히 10월에 자동차 판매가 4퍼센트 감소하면서 소매판매지수를 가장 많이 끌어내렸다.
게다가 이런 소비 위축은 중국 경제가 지닌 더 심각한 문제에 비하면 빙산의 일각일 수 있다.
기업 파산과 금융 불안
2019년 중국 기업들의 디폴트(채무 불이행) 규모도 심상치 않다. 〈블룸버그〉는 중국에서 지난 11월 이후 최소 기업 15곳이 추가로 파산해, 연간 디폴트 금액이 1204억 위안(약 20조 원)을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연간 기준 사상 최고였던 지난해의 1219억 위안에 근접한 수치다. 기업 파산 우려는 부동산, 철강, 신에너지, 소프트웨어 등 전(全) 산업에 걸쳐 광범하게 확산하고 있다.
물론 중국 전체 채권시장 규모인 4조 4000억 달러(5250조 원)에 견주면 현재 디폴트 규모는 0.4퍼센트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자금 경색은 순식간에 도미노처럼 확산될 수 있기 때문에 디폴트 규모로만 안정성을 판단하기에는 이르다. 신용평가기관 피치의 애널리스트 왕잉은 “중국 당국이 모든 기업을 살리기는 힘들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의 선별 구제 조처 때문에 더 많은 기업이 파산할 수 있음을 내비친 것이다.
기업 파산의 증가는 금융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 중국 인민은행은 전국 은행 4400곳 중 무려 586곳이 고위험 상태라고 진단했다. 중국 정부도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회사채 규모가 165퍼센트로 불어난 이후 부채가 많은 기업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고 있다.
기업들의 디폴트가 많아지는 이유는 결국 수익성 하락 때문이다.
올해 초 중국 국가통계국이 2018년 중국 제조업의 이익 현황을 보면, 연간 2000만 위안(약 33억 원) 이상 매출을 올린 제조업 기업들의 2018년 순이익 규모는 2017년보다 10.3퍼센트 증가했지만, 순이익율은 2017년(21퍼센트)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었다. 특히 외자기업의 이익 증가율은 2017년(15.8퍼센트)보다 대폭 떨어진 1.9퍼센트였다. 국유기업의 이익 증가율도 45퍼센트에서 12.6퍼센트로 하락했다.
최근에는 순수익 자체도 하락하고 있다. 2019년 10월 기업 순이익은 4275억 6000만 위안(약 72조 5000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9.9퍼센트 줄었다. 2011년 이후 최대 하락폭이다. 지난 8월(-2.0퍼센트)과 9월(-5.3퍼센트)에 이어 3개월 연속 감소한 것이다. 주훙 국가통계국 수석 통계사는 “공산품 생산가격의 하락, 생산과 판매의 성장 둔화 등에 따른 것”이라며 “경기 하방 압력이 크고 불확실성 또한 크다”고 밝혔다.
세계경제의 침체와 미중 무역전쟁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중국 경제의 불안정성이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