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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포용적 복지’ 덕분에 소득격차가 줄었나?

12월 17일 통계청과 한국은행, 금융감독원이 공동발행하는 ‘2019년 가계금융복지조사’가 발표됐다. 2018년 1년 동안 가구별 자산, 부채, 소득이 각각 어떻게 변했는지를 조사한 것이다.

정부는 2018년에 고소득층과 저소득층의 소득 격차가 줄어들었다며 정부의 복지 정책 덕분에 좀더 평등한 사회가 된 것처럼 발표했다. 〈한겨레〉도 “’포용적 복지’ 성과 나왔다 … 소득분배 역대 최대로 개선”이라고 보도했다.

정부는 소득 양극화를 보여 주는 지표인 지니계수*, 소득 5분위배율*, 상대적 빈곤율*이 모두 감소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조사 결과 2018년에 전년 대비 지니계수는 0.009, 소득 5분위배율은 0.42포인트, 상대적 빈곤율은 0.6퍼센트포인트 감소했다.

그러나 이를 두고 소득 격차가 줄었다고 자화자찬하는 것은 전형적인 부풀리기다.

먼저 사회 최빈층에 대한 복지 지출이 소폭 늘어난 것은 사실이다.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노인 등 1인 가구가 많이 포함되는데, 이들은 복지의 주된 수혜 대상이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 시절에도 가계금융복지조사에서는 해당 지표들이 대체로 개선되는 것으로 나타난 바 있다. 오히려 문재인 정부 임기 첫 해인 2017년에는 이 지표들이 악화돼 박근혜 정부 시절보다 못한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다. 그게 2018년에서야 이전의 추세를 회복한 것이니 자랑할 만한 일도 못 된다.(그림)

최하층에 대한 복지가 찔끔 늘어난 것은 자랑할만한 것이 못 된다. ⓒ출처 2019년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

이는 당시 문재인 정부가 사실상 긴축 재정을 운용한 것과도 일맥상통하는 결과다. 2018년에도 재정은 흑자를 기록했으므로 개선 폭이 만족스럽다고 보기도 어렵다.

심지어 최하층 20퍼센트를 뜻하는 소득 1분위는 2018년에 비해 보유 자산이 2.8퍼센트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최하층의 소득 증가에 가장 크게 기여한 요소가 복지 덕분인 것도 아니다. 복지로 늘어난 소득을 뜻하는 공적이전소득은 지난해보다 11.4퍼센트 증가했지만, 주로 가족들이 지원하는 사적이전소득은 17.6퍼센트나 증가했다.

정부가 떠들석하게 자화자찬했지만, 최하층 소득 증가를 문재인 정부의 복지 확대 덕분이라고 설명하는 것은 과장이다. 게다가 최하층의 자산이 감소한 것으로 보아 이조차 생활수준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수준에도 미치지 못했음을 보여 준다.

소득 격차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나는 데에는 최상위 20퍼센트(소득 5분위)의 소득 증가가 둔화된 것도 영향을 끼쳤다. 그러나 소득 상위 20퍼센트 중 상당수는 노동자와 자영업자이기도 하다. 따라서 소득 5분위의 소득 증가 둔화는 형편이 나은 노동자들의 임금이 억제된 결과일 수도 있다.

소득 최상위 0.1퍼센트, 0.01퍼센트에 속하는 자본가들의 소득 증가가 둔화된 것이라고 단정하기도 어려운 것이다.

소득주도성장 때문에 경제가 어려워졌다는 우파의 주장도 사실이 아니다. 애당초 경제에 영향을 줄 만한 소득 ‘주도’가 없었다. 최저임금을 인상하자마자 정부가 산입범위를 확대해 이를 무력화했고, 문재인 스스로 최저임금 1만 원 공약을 지킬 수 없다고 인정했다. 오히려 정부는 공공부문 임금 인상을 강력히 억제했다.

그런데 2020년 경제정책에서는 ‘소득주도성장’이라는 말조차 사라져 버렸으니 내년에 문재인 정부가 얼마나 노동자들에게 양보를 강요할지 미뤄 짐작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