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으로 도박하려는 한국 투자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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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1일 수익을 목적으로 정부자산을 투자하는 한국투자공사(KIC)가 출범했다.
이 기관의 운용기금 중 상당 부분은 국민연금에서 나올 것이다.
초기에는 외환보유액 17조 원과 외국환평형기금 3조 원을 위탁받아 시작하지만, 2007년부터는 국민연금을 동원하기 때문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 막대한 자금을 철저하게 수익성을 위해 증권, 선물·옵션, 부동산, 기업M&A에 집중 투자한다는 점이다.
정부는 자본을 미끼 삼아 외국자산운용사를 한국에 유치하는 대가로 선진금융기법을 전수받는 한편, 국내사모펀드도 활성화시켜 한국을 ‘동북아금융허브’로 발전시킨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노무현 정부의 동북아금융허브는 실현 가능성이 거의 없다.
한국은 런던과 뉴욕은 말할 것도 없고, 홍콩·싱가포르와 견줘도 내세울 만한 비교우위가 별로 없다.
그래서 장하준 교수는 “좋은 말로 헛고생”이요, “허망한 꿈”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수익성도 보장돼 있지 않다. 오늘날 더 높은 수익률을 얻기 위해 과도한 차입과 극단적인 위험을 감수하는 방식으로 투자하는 헤지펀드들이 급증하고 있다.
이 때문에 ‘헤지펀드발 금융위기’설이 끊이지 않고 있는데, 실제로 헤지펀드의 파산 도미노가 한국투자공사를 집어삼키면 수익률은 고사하고 원금을 날려버릴 수도 있다.
한국투자공사는 싱가포르투자청(GIC)을 본떴는데, GIC는 대표적인 투기자본이다. 운용자산 총액이 2백40조 원에 달하는데 대부분이 연기금이다. 그럼에도 일체의 운영사항을 비공개에 부치고 심지어 국회의 감사도 받지 않는다.
GIC처럼 한국투자공사도 효율과 수익성 보장을 명분으로 당국의 규제나 보고 의무에서 자유롭다. 이 때문에 한국투자공사는 비리의 소굴이 될 가능성이 높다.
외국자산운용사와 노무현 정부측 고위 정치인과 관료들 사이에 치열한 로비가 벌어질 것은 불 보듯 뻔하다.
연기금을 동원하는 투자공사의 도박으로 노동자의 노후기금이 하루 아침에 사라질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