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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과 서울대의 ‘격돌’?

지난 6월 27일 서울대가 발표한 2008학년도 입시안은 본고사 부활 시도다. 뿐만 아니라 특목고 우대안이기도 하다. 지금까지의 서울대 특기자 전형 결과를 보면 전체 고등학생의 3퍼센트도 되지 않는 특목고 학생들이 10배 이상 합격하고 있다.

이미 연세대, 고려대 등이 특기전형이나 면접 등을 통해 특목고를 우대하며 3불 정책을 어겼고, 서울대도 특목고를 우대하는 안을 냄으로써 평준화 해체를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서울대 입시안 발표 당시 교육부는 그것이 “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었다.

교육·사회단체들이 이에 반발하고 ‘서울대 입시안은 본고사 부활’이라는 여론이 확산되자 7월 4일에 노무현은 서울대 입시안을 “나쁜 뉴스”라고 평했다.

7월 6일 당정협의에서 서울대 입시안에 “초동진압”, “전면전”으로 대응하겠다는 발언들이 쏟아져나왔다. 국정홍보처장도 “비겁한 서울대는 좀 조져야 한다”며 거들었다.

이에 서울대교수협의회는 “대학 자율성이 이토록 침해된 것은 군사정권 이후 없던 일”이라며 반발했고, 〈조선일보〉는 “대학 입시는 정권의 전유물이 아니”라며 정부를 비난했다.

한술 더 떠 한나라당 의원 김형오는 평준화 폐지를 주장했고, 박근혜는 대학에 학생선발 자율권을 줘야 한다며 2012년부터 “대학입시 자율화”를 적극 추진한다는 방침을 강조했다.

노무현은 이 같은 우파들의 반발에 부딪히자 “서울대 폐지는 지론이 아니”라며 한발 뺐다. 열린우리당 역시 “당이 이 문제를 지적한 것은 서울대 죽이기가 아니”라며 꼬리를 내렸다.

노무현과 열린우리당이 한발 물러서자 우파들은 더한층 평준화를 공격했다. “정부 정책은 시대착오적 고교평준화로도 모자라 대학까지 평준화시키겠다는 빗나간 평등주의 발상[이다.]”(〈문화일보〉 7월 12일치)

그러자 교육부총리 김진표는 “8월 말까지 논술고사에 대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매년 입학전형이 종료된 직후 대학별 논술고사를 “심의”하겠다며 봉합에 나섰다.

서울대 입시안이 “얼마나 반(反)사회적이고 반(反)교육적이기에 이토록 난자당해야 하는지 정말로 그 이유를 알고 싶”다는 〈조선일보〉 김대중 같은 자들에게 내신·수능 1점에 자살을 고민하는 청소년들이나, 자녀들의 사교육비를 감당해 내려고 주말 알바와 노래방 도우미를 자청하는 학부모들의 고통은 안중에도 없다.

서울대를 중심으로 한 주요 대학들은 자신들의 서열을 지키기 위해 “통합교과형 논술고사”를 도입하려고 하고 있다. 왜냐하면 2008년 입시부터 내신과 수능이 등급제로 바뀌기 때문이다.

물론 내신과 수능 등급이 많기 때문에 학생들을 서열화하는 것이 여전히 어려운 것은 아니지만 예전만큼 뚜렷하게 드러나지는 않게 된다. 이 때문에 우파들과 그들의 언론들은 본고사 시행을 막는 것이 대학 평준화라며 길길이 날뛰는 것이다.

노무현 정부도 대학서열체제에 도전하지 않기 때문에 대학들의 “통합교과형 논술고사”에 근본으로 도전하지 못하고 있고, 오히려 학교에서 논술고사를 준비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덕분에 학생들은 기존의 과목들에 논술고사를 준비해야 하는 부담까지 떠맡게 됐다. 내신도 본고사도 대안이 될 수 없다. 대학서열체제에 반대하는 대안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