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천지 책임론:
정부 책임론에서 시선 돌리려 속죄양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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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가 코로나19 방역에 실패한 것이 갈수록 분명해지고 있다. 이는 여론조사 지표로도 반영되고 있다. 체감으로도 총선 전망이 어두워지고 있다. 코로나19 대응 실패는 경제 위기와도 결합되고 있어 문재인 정부에게는 이중·삼중의 위기로 번지고 있다.
SNS와 인터넷 뉴스 댓글란에는 사기가 오른 우파들의 활동이 활발해진 것이 눈에 띈다. 2~3년 전에는 (드루킹 등이 앞장섰을) 친문 댓글들이 채웠던 공간이다.
청와대가 앞장서서 신천지 책임론을 필사적으로 펼치는 이유다. 청와대는 3월 3일 비공개 국무회의에서 신천지에 대해 “더 극명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한다.
이미 2월 말 법무부 장관 추미애는 신천지 압수수색을 실시하라고 지시했다. 3월 1일 박원순 서울시장은 살인 혐의 등으로 신천지교회 지도부를 검찰 고발하고 신천지 교회의 법인 취소 방침 등도 발표했다.
정부는 4일 신천지 관련자가 전체 확진자의 93퍼센트라며 신천지 대책을 강조했다. 그러나 이 대책들은 바로 하루 전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가 밝힌 방침에 혼선을 주는 것이다.
“차라리 신천지라고 할 걸”
중대본은 신천지 신도에 대한 검사는 거의 마쳤다며 코로나19 감염 진단 검사의 우선 순위를 ‘일반 시민’으로 옮기겠다고 발표했다. 중대본 발표를 보면, 현재까지 대구 지역 확진자의 절반이 대구 신천지 신도이며 이는 대구 신천지 신도의 3분의 1가량이다. 이는 신천지 신도들이 (지도부의 오판과 부주의로) 중간 감염 전파 매개 구실도 했지만, 기본적으로는 그들 자신이 집단 감염 피해 집단임을 보여 준다.
현재를 기준으로 감염자 중 신천지 관련자 비율이 높은 것은 거의 2주간 신천지 신도 검사에 집중했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투자 미비와 공약 미이행으로) 의료 인력과 시설이 부족한 상태에서 신천지에 집중하다 보니, 억울한 피해자도 발생했다. 2월 27일 대구에서 한 감염 의심 환자가 신천지 신도가 아니라는 이유로 검사 등에서 계속 뒤로 밀리다가 확진 직후 입원도 못 하고 사망한 것이다.
중대본은 신천지가 신도 명단을 제공해 검사 협조가 원활하게 이뤄져 왔다고 밝혀 왔다. 질병관리본부(질본)도 신천지를 범죄 집단화하는 것이 오히려 그들을 음지로 몰아 방역에 방해된다는 의견을 피력한 바 있다.
2월 24일 신천지 교회 시설에 강제 진입해 신도 명단을 확보했던 민주당 소속 이재명 경기도 지사조차도 검찰 고발을 거부했다. “필요한 신도 명단은 모두 입수해 조사까지 거의 마친 상태이[고] … [신천지 측이 적극] 협조 중인데 고발을 하면 적대 관계를 조성해 방역 공조에 장애가 될 수 있다.”(3월 1일)
방역 전문가들이 방역의 초점을 신천지에서 다시 사회 전체로 돌리자는 상황에서 오히려 컨트롤타워 구실을 해야 할 중앙 정부가 혼선을 일으킬 방침을 거듭 밝히고 있는 것이다. 총선 위기감 때문에 말이다. 신천지 책임론은 대중의 시선을 정권의 잘못에서 돌릴 뿐 아니라, 진정한 재난·안전 대책에 대한 논의의 발전에도 방해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