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발사체 발사의 배경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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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3월 9일 오전 동해에서 발사체를 발사했다. 3월 들어 두 번째다. 앞서 북한은 3월 2일에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참관하는 가운데 방사포 발사 훈련을 했다.
북한이 잇따라 발사체를 발사한 배경에는 여전히 지속되고 있는 미국과 그 동맹국들의 대북 압박이 있다.
지난해 6월 김정은이 판문점에서 트럼프와 문재인을 만났다. 그러나 이후 북·미 대화는 계속 지지부진했다. 주로 북한의 양보(선 비핵화)만 고집하는 미국의 태도 때문이었다.
2월 5일 트럼프의 의회 국정연설에서는 북한(North Korea)의 ‘N’자도 등장하지 않았다. 트럼프 집권 후 국정연설에서 북한 언급이 전혀 없는 것은 이번이 처음일 것이다. 북·미 대화에서 성과가 나오지 않자, 아예 언급조차 안 한 것이다.
단지 대화만 지지부진한 게 아니다. 미국과 그 동맹국들은 대북 제재와 연합 훈련을 계속해 왔다.
2월 13일 미국 뉴욕연방검찰은 북한과 거래한 혐의 등으로 중국 기업 화웨이를 추가 기소했다.(화웨이는 이미 ‘기술 절도’ 혐의 등으로 기소된 상태였다.) 3월 2일 미국 재무부는 북한 돈세탁에 연루됐다는 혐의로 중국인 2명을 특별 제재 대상으로 지정했다.
1월 15일 한 국제회의에서 국방장관 정경두는, 지난해 한미연합훈련이 예년보다 줄었다는 세간(우파 야당들)의 인식이 잘못됐다고 말했다. “작년 한 해 동안 대대급 기준으로는 100여 회 이상에 달하는 연합 연습과 훈련을 실시해 오히려 증가했다.”
그리고 최근 트럼프 정부는 한반도에 배치된 사드 자산을 추가·강화하는 계획을 내놨다.
미국과 그 동맹국들이 대북 압박을 지속하자, 북한 지배자들은 갈수록 초조해진 듯하다. 이것이 지난해 8월 이후 북한이 신형 미사일과 방사포를 계속 발사한 배경으로 보인다. 지난해 12월 조선로동당 전원회의에서 북한 당국은 “세상은 머지않아 … [북한의] 새로운 전략 무기를 목격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올해 3월 들어 북한이 발사체를 일주일 간격으로 계속 발사한 것에는 2월 29일 미국이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반군과 “평화 협정”을 체결한 일도 영향을 미쳤을 듯하다. 미국이 “테러리스트”라고 낙인찍고 전쟁을 벌였던 탈레반과 평화 협정을 맺을 수 있다면, 왜 “불량국가”로 찍은 북한과는 못하냐며 항의의 표시를 한 셈이다.
적반하장
3월 2일 북한의 방사포 훈련 후 청와대는 이에 대해 “강한 우려”를 표했다. 3월 9일에도 청와대는 북한 발사체 발사가 한반도 평화에 도움이 안 된다고 했다.
2일 청와대 입장 표명 후, 3월 5일 김정은의 동생 김여정이 담화를 발표해 청와대를 맹비난했다.
“청와대의 저능한 사고방식”, “겁먹은 개가 더 요란하게 짖는다” 같이 모욕적인 표현도 있지만, 김여정 담화의 전체적인 취지는 문재인 정부의 “적반하장”과 위선을 비판하는 것이었다.
“남측도 합동군사연습을 꽤 즐기는 편 ... [한국 정부가] 몰래몰래 끌어다 놓는 첨단 전투기들이 어느 때든 우리를 치자는 데 목적이 있겠지 그것들로 농약이나 뿌리자고 끌어들여 왔겠는가.”
김여정의 담화 발표에 앞서, 4일 문재인은 공군사관학교 임관식에 참석해 F-35 전투기의 축하 비행을 봤다. 그리고 “힘에 의한 평화”를 공언하며 공군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김여정은 북한이 남측더러 긴장 완화를 위해 합동군사훈련을 중단하라고 요구하면 중단하겠냐고 반문했다. 또, 3월 한미연합훈련 연기는 한반도 평화를 위해서가 아니라 코로나19 창궐 때문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문재인 정부가 국제 대북 제재에 협력하고, 군비를 계속 증강하고, 한미연합훈련을 지속하는 데 대한 북한 정부의 불만이 매우 큰 것이다. 그럼에도 김여정 담화 다음 날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친서를 보내 남북 관계의 파탄을 바라는 건 아님도 표시했다.
그런데 북한의 방사포 발사 훈련 후 정의당은 3월 2일 대변인 논평에서 “개탄스럽다”고 북한 당국을 비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보건 분야 공동협력을 제안했는데 바로 다음 날 북한이 “군사적 도발”을 한 게 “유감스럽다”는 것이다. 북한의 대응을 초래한 미국과 문재인 정부의 위선에 대한 비판은 일절 없었다.
〈한겨레〉도 김여정의 청와대 비난이 “무례하기 짝이 없다”며 “남북 간 신뢰를 해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한겨레〉 사설보다 서재정 일본 국제기독교대 교수가 지난해 12월 〈한겨레〉 칼럼에서 한 지적이 차라리 타당하다.
“주먹 쥔 손을 펴야 악수를 할 수 있다고 상대를 설득하려면, 자신도 손을 펴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대한민국 정부는 이미 북의 정부 예산 전체를 훨씬 초과하는 액수를 국방비에 쓰고 있으면서도 이를 계속 늘리고 있다. ‘자주국방’이 국방비 증액의 핑계가 되고 있지만, 북과의 전쟁을 자주적으로 수행하겠다는 것이 진정한 자주국방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