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스 캘리니코스 논평:
외출제한령이 신흥국들을 타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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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가 벼랑에서 떨어진다는 오래되고 진부한 표현이 있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 일이 실제로 일어났다. 전 세계에서 말이다.
최근 경제 지표들을 개략적으로 보여 주는 일련의 그래프들이 발표됐다. 보통 그런 그래프는 울퉁불퉁하고 들쭉날쭉하지만, 보정하면 매끄러운 곡선으로 만들 수 있다.
이번에 나온 그래프들을 보정하면 모두 치솟거나 곤두박질치는 직선이 된다. 미국의 실업급여 신청은 2주 만에 거의 1000만 건에 달했다. 영국에서도 2주간 유니버설 크레딧[소득에 따른 복지 제도] 신청이 95만 건에 달했다. 또한, 2~3월 사이 영국 구매관리자지수(PMI)가 53.3에서 34.5로 떨어졌고, 같은 기간 유로존 종합 PMI도 51.6에서 29.7로 떨어졌다.
국제통화기금(IMF) 총재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는 이렇게 말했다. “이번 위기는 전례 없는 수준이다. IMF 역사상 지금처럼 세계경제가 멈춰 선 것을 경험한 적이 없다. 2008년 세계 금융 위기보다 훨씬 더 심각하다.”
이 위기가 선진 자본주의 경제에 미칠 타격은 어마어마하다. 그러나 이는 신흥국에서 일어날 일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이는 부분적으로 빈국이 선진국보다 가난해서 가용 자원이 부족하고, 상대적으로 취약한 의료 서비스가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으로 혹독하게 긴축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많은 신흥국 노동자들이 [임시직, 길거리 행상 같은] 이른바 비공식 부문에 종사하고 있다는 것도 한 이유다. 도시 봉쇄령으로 이들의 일자리가 대거 사라져 버렸다. 인도에서는 나렌드라 모디의 힌두 강경 우익 정부가 노동자 수백만 명을 가차 없이 도시에서 쫓아냈다. 노동자들은 경찰과 지방·중앙정부에게 탄압받으며 도망쳐야 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빈곤·토지·농업연구소는 이렇게 경고했다. “공식 식량 체계는 공급 충격으로부터 비교적 잘 보호됐지만, [비공식 식량 경제에 의존하는] 수많은 사람들(노동빈곤층, 비공식 경제 부문 종사자, 불안정 고용 노동자)은 갑작스럽고 장기적인 소득 손실을 겪을 것이다. 매대 위에 식량이 진열되도, 그들은 구매할 수 없을 것이다.”
극적인
“길거리 행상은 영업을 금지당했고 시장을 잃었다. 이것은 해당 경제 활동과 관련된 수많은 사람들의 생계를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 또한, 사람들이 사고 먹는 것에 즉각적이고 극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인도와 남아프리카공화국은 신흥국 중에서 가장 크고 부유한 국가다. 더 가난한 곳들에서는 코로나19 위기의 경제적 악영향이 훨씬 더 심각할 것이다.
경제학자 누리엘 루비니가 “대(大)대공황”이라 일컬을 정도로 심각한 불황의 규모 때문에 각국 정부가 기업과 임금을 지원하는 데에 나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조처들은 어디까지나 국내 수준의 대응이다.
2007~2009년 세계 금융 위기가 한창일 때는 선진국들과 신흥국들을 이어주던 G20이 국가별 대응을 조정했다. 지금은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 왜냐하면 세계경제의 3대 중심지인 미국, 중국, 유럽연합 사이에서 긴장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가 붕괴하면서 각국 정부는 외출 제한령을 중단해야 한다는 커다란 압박을 받고 있다. 그러나 코로나19 팬데믹은 이제 시작 단계에 불과할 수 있다. 제1차세계대전 끝 무렵에 발생한 스페인 독감은 1년 넘게 지속됐다.
영국에서는 사망자와 확진자가 계속 증가하지만, 보리스 존슨 정부와 그의 보좌관들은 이미 “출구 전략”을 공공연하게 주장한다.
추측건대, 경제를 되살리려 필사적인 각국 정부들은 대규모 검사를, 충분한 인구가 일터로 복귀해도 될 만큼 면역력을 갖췄는지 확인하는 데에 이용하려 들 것이다.
이는 굉장히 위험한 모험이다. 바이러스는 변이할 수 있기 때문이다. 1918~1919년에도 스페인 독감은 세 차례에 걸처 대대적으로 유행했다.
따라서 우리는 대규모 검사와 필수 사업장 노동자 보호뿐 아니라 외출 제한령의 안전한 종료를 보장받기 위해서도 투쟁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