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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허가제 하의 이주노동자의 삶

고용허가제 시행 1년 동안 이주노동자들은 더욱 열악한 처지로 내몰렸다. 정부는 올 상반기에만 2만 3천4백32명을 강제 추방했다. 이주노동자들이 고용허가제 하의 삶을 말한다.


샤켈 아흐메드 샤킬(서울경기인천이주노동자노조 위원장 직무 대행)

고용허가제 시행 이후 임금이 더 낮아지고 작업 시간이 늘어나고 쉬는 날도 제대로 쉬지 못하는 일이 많아졌다.

단속 과정에서 이주노동자들이 다치고, 임금 체불되고, 체불된 돈도 못 받고 쫓겨나고, 노동부에 신고해도 인정하지 않고, 범죄자도 도둑도 아닌데 보호소에서 2개월에서 6개월씩 지내야 하고 … 이런 게 우리의 삶이다.

고용허가제 하에서 최저임금도 못 받는 사람들이 꽤 많다.

우리의 요구는 노동허가제로 5년 동안 일할 수 있고, 사업장 이동 자유 보장해 주고, 노동자들에게 노동자 권리를 인정하라는 것이다. 5년이 지나 더 일하기를 원하는 사람들에게는 특별 노동허가 5년을 허용해야 한다고 본다. 적어도 5∼6년 정도는 안전하고 차별 없이 자유롭게 선택해 일할 수 있게 해 줘야 한다.

나는 이주노동자들의 가족 동반도 보장해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5∼10년 동안 가족과 떨어져 지내야 하는 건 사실 매우 비인간적인 일이다.

사람은 쓰고 버리는 물건이 아니다. 이주노동자들은 대부분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소중하고 제일 행복할 나이에, 건강한 나이에 대학까지 졸업하고 한국에 와 일한다. 그런데 정부는 5년 이상 체류하면 영주권 등을 요구할 수 있다는 것 때문에 그 전에 돌려 보내야 하는 사람들로만 우리를 인식한다.

우리가 남아 있어도 일하고 돈 벌고 생활하는 것뿐이다. 한국 경제에 도움이 되는 것 아닌가?

하반기에는 노동허가제 입법 투쟁을 위한 계획들이 있다. 단속추방 중단, 노동허가제 쟁취를 위한 10만 인 서명을 9월까지 받을 예정이다. 노동허가제 법안이 확정되면 국회에서뿐 아니라 밖에서도 힘을 모아 싸워야 한다.

이주노동자들은 민주노동당이 이 법안 제정에 나서는 것에 대해 정말 기대를 많이 하고 있다. 우리는 노동 비자를 정말 간절히 원한다. 이주노동자들의 투쟁에 많은 연대를 바란다. 우리는 노동자들의 단결을 위해 한국 노동자들의 문제에도 함께 연대하기 위해 계속 노력해 나갈 것이다.


루벨(가명, 방글라데시 출신)

난 5년 전에 왔고 지금 안산 반월공단에서 일하고 있다. 올해 29살이다. 한국에 오기 전 대학에서 역사를 공부했고, 일자리를 찾아 산업연수생으로 한국에 들어왔다.

2003년 말 나는 고용허가제로 일할 수 있는 E9비자를 받아 1년 5개월 동안 일했고 이제는 비자 시한이 끝나 다시 불법이 됐다.

나는 도금 공장에서 일했다. 이 일은 매우 힘들고 특히 냄새가 심하다. 냄새가 심해 가슴과 머리가 몹시 아팠다. 공장에서 주는 마스크는 감기 걸렸을 때나 쓰는 것인데, 아무 소용이 없다.

사장은 고용허가제를 실시하면 한국인들과 똑같이 대우해 준다고 했지만 사실이 아니었다. 또 법에 있는 대로 지켜지는 것이 하나도 없었다. 기숙사는 좁은 방에 4명이 지내야 해 너무 덥고, 공장 안에 있어 소음이 심해 지내기가 힘들었다. 아파도 쉴 수가 없었다.

지난 6월에 아버지가 돌아가셨지만 고향에 다녀올 수가 없었다. 아버지 얼굴을 한 번만이라도 보고 싶었는데, 가면 다시 돌아올 수 없어 갈 수가 없었다.


로라(가명, 필리핀 출신 여성)

나는 필리핀에서 왔고 한국에 온 지 8개월 정도 된다. 나는 자수 공장에서 스프레이로 옷에 상표 붙이는 일을 한다. 환기통이 있기는 하나 아주 작고 불량이라 작동이 안 된다. 마스크도 없다.

처음 계약할 때는 8시간 일하고 80만 원 받기로 했다. 그러나 계약서와 다르게 12시간 더 넘게 일하는 데도, 초과수당을 주지 않는다. 사장에게 불평해도 “계약서 필요 없어” 하고 얘기한다.

이번 달부터는 월급을 70만 원만 줬고, 앞으로도 그렇게 하겠다고 했는데 이유도 설명해 주지 않았다. 같은 일을 하는 한국인들과 큰 차이가 있다. 1년마다 재계약을 해야 하는 것은 불안하고 불편하다.


께비(네팔 출신)

1992년에 한국에 온 적이 있었는데 그 때는 들어오기가 쉬웠다. 근데 2002년에 다시 들어올 때는 매우 어려웠다. 많은 돈을 들여야 했다.

처음에 한국에 있을 때는 지금처럼 단속이 심하지 않아 편하게 지냈는데, 지금은 단속이 너무 심해 고용허가제 비자가 만료된 이후 길거리 다니기가 무섭다.

고용허가제로 E9비자 받고 나서 길거리를 다닐 때는 마음이 편했는데, 공장에서 일할 때는 문제가 많았다. 모든 게 사장 마음대로다. 하루 12∼13시간 일하는데, 미등록 상태로 일할 때 보다 월급이 20만 원 정도 줄었다. 임금도 체불됐다.

작년 9월에 노동부에 찾아가 일이 너무 힘들어 직장을 옮기고 싶다고 했더니, 서류 한 장 주면서 사장에게 사인 받아 오라고 했다. 공장에 가져가니 사장이 사인해 주지 않아 어쩔 수 없이 일해야 했다. 근데 다른 직장도 내가 선택하는 게 아니라 노동부가 정해주는 데로 가야 한다.

한국 정부는 이주노동자들이 오래 있으면 일도 잘 하고 그러면 돈도 많이 줘야 하고 한국 생활에 대해 잘 아니까 직장도 옮길 수 있고 하니까 싫어한다. 처음 온 사람들은 말도 잘 못하고 시키는 대로 일하니까 고용허가제를 원한다.

그러나 우리는 노동허가제를 원한다. 그리고 한국 사람들이 하지 않은 일을 우리가 하는 거니까 우리가 한국인 일자리 빼앗는 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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